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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은 한국으로 한국으로...한국인 세계 1위 소비

작년 1인당 명품 소비액 40만 원
미국, 중국 따돌리고 세계 1위
모건스탠리, “지위 과시, 외모 중시, 명품에 대한 호감도”

  • 기사입력 2023.02.06 14:49
  • 최종수정 2023.02.06 14:51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지난해 3월 출시된 프랑스 명품 브랜드 고야드의 핸드백 ‘보헴’은 300만 원대 안팎인데도 수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품귀 사태가 빚어지자 고야드는 지난달 말부터 1년 이상 300만 원 이상 고야드 제품을 산 사람에게만 이 핸드백을 판매한다고 예약 고객들에게 안내했다. 한국 고객을 봉으로 보냐, 지금까지 기다린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 아니냐는 항의가 나왔다.

고야드 핸드백 ‘보헴’. 300만 원대 안팎이다.
고야드 핸드백 ‘보헴’. 300만 원대 안팎이다.

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등 글로벌 탑3 명품 브랜드를 ‘에루샤’라고 부른다. 이 브랜드들은 비쌀수록 잘 팔린다.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고 한다.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사회학자 베블렌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나온 말이다.

에루샤 브랜드들은 최고 수천만 원까지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만 특정 인기 제품을 살 수 있게 하고, 1년에 수 차례씩 가격을 인상하고, 1인당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두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희소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리셀(되팔기)도 막는다. 공정위는 최근 명품 브랜드의 리셀 약관의 불공정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몇몇 조사에 따르면 1000만 원이 넘는 샤넬의 인기 핸드백 ‘클래식’ 라인 가격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높다. 샤넬과 재테크를 합친 ‘샤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있다. 가격이 오르기 직전 샀다가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기 전 백화점 매장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을 보는 게 이젠 낯선 구경이 아니다. 롤렉스 시계처럼 중고품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일부 단종 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더 오른다.

2021년 6월 샤넬이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에 고객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다. 명품 구매 ‘오픈런’이다. (연합뉴스)
2021년 6월 샤넬이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에 고객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다. 명품 구매 ‘오픈런’이다. (연합뉴스)

미국 등에선 금융위기 이후 과소비를 부끄러워하는 ‘럭셔리 쉐임’ 현상도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다. 명품 사랑이 각별한 한국 고객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호갱 중 호갱이다. 가격을 올릴수록 한국 고객은 더 열광한다. 샤넬은 핸드백 하나가 1000만 원이 넘는 게 나왔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구매할 수도 없다. 매장에서만 판매한다. 내가 샤넬백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샤넬백이 나를 선택한다는 말까지 있다.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탈리아 전국지 ‘일 솔레 24 오레’는 최근 ‘명품이 한국으로 향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1월 나온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명품 소비 분석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해 한국이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별’처럼 빛났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는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 9000억 원)로 1인당 325달러(약 40만 4000원)다. 미국의 280달러(약 34만 8000원)나 중국의 55달러(약 6만 8000 원)보다 많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 인구 수로 명품 소비력을 추산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인의 명품 소비는 세계 최상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가구의 순자산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11% 증가한 데다, 사회적 지위 과시 욕구,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 부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가 명품 수요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매킨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22%만이 명품에 거부감을 갖는다. 일본의 45%, 중국의 38%보다 훨씬 낮다.

또 한국의 유명 연예인이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점도 꼽았다. 각종 유럽 명품 브랜드가 방탄소년단(BTS)의 지민(디오르)·슈가(발렌티노), 블랙핑크의 지수(디오르)·제니(샤넬)·로제(생로랑)·리사(셀린) 등 케이팝 스타들과 협업하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는 샤넬 제품을 즐겨 사용해 ‘인간 샤넬’로 불리며 2019년부터 샤넬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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