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10월 29일 이후 50일이 다 되어서야 드디어 우리 아이들이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 아이들 이름과 영정이 국민들께 공개되는 것은 패륜이 아니다. 이제 여러분이 우리 아이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서 잘 가라고, 수고했다고,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꼭 추모 부탁드린다.”
아들을 잃은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종철씨는 한 마디 아쉬움을 덧붙였다.
“처음부터 정부가 유족 의견을 모아 슬픔을 같이 국민과 나눌 수 있게 해줬으면 했다.”
이태원에서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의 얼굴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14일 오후 이태원 녹사평역 근처 이태원광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유족들이 직접 나서 만든 분향소다. ‘시민분향소’라 이름을 붙였다.
앞서 정부가 마련했던 합동분향소에는 영정과 위패가 없었다. 일부 유가족은 제대로 된 추모가 아니라며 비판했다. 희생자 사진과 이름을 공개하는 걸 두고는 2차 가해냐 아니냐는 여론이 엇갈렸다.
시민분향소에는 희생자 158명 중 유족 동의를 얻은 76명의 영정이 놓였다. 영정 하단에는 희생자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혔다. 17명의 유가족은 이름만 공개하는 데 동의했고, 5명은 이름과 얼굴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나머지 60명의 희생자 유가족 의사에 대해선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동의하지 않은 희생자들은 국화꽃 사진이 담긴 영정으로 대신했다.
유족들은 자식들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분향소에 들어갔으나 눈물이 앞을 가려 쉽게 영정을 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몇몇 유족은 영정을 내려놓기 전에 땅바닥에 주저앉아 “아이고, 내 새끼”라며 오열했다.
시민분향소는 이태원 참사 49재가 열리는 16일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