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8일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있는 성모 마리아 기념비. 이날은 가톨릭 교회가 매년 기념하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다.
코로나로 이곳을 찾지 못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3년 만에 왔다. 신도와 시민 수천여 명이 교황과 함께 기도했다.
교황은 의자에서 일어나 구부정한 자세로 “동정 마리아님, 당신에게 우크라이나 국민의 감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라며 기도를 시작했다. 목소리는 떨렸다. 그리고는 약 30초 동안 아무런 말을 잇지 못했다. 고개를 떨군 교황의 어깨가 몇번 들썩이더니 교황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교황의 오른쪽에 서 있던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을 비롯해 스페인 광장에 모여 있던 신도들은 교황에게 박수를 보냈다. 교황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기도를 이어갔다.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 대신에 저는 당신에게 다시 한 번 너무나 고통받고 있는 그 순교지의 아이, 노인, 아버지와 어머니, 젊은이의 간청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모두는 당신이 그들과 함께 있고 모든 고통이 함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마치 당신이 당신 아들의 십자가에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의 모든 공개 석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말하고 기도했다.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수위도 갈수록 높아졌다.
85세 고령인 교황은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이날도 휠체어로 이동하고 지팡이에 몸을 의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