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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여성 과학자를 찾아] ③바이오헬스 기업 브이픽스메디칼 황경민 창업자

20대 카이스트 대학원생 시절에 창업
수술 현장서 즉시 암 진단이 가능한 초소형 현미경 개발
“‘내가 왜 창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라"

  • 기사입력 2022.10.11 15:03
  • 최종수정 2023.02.03 11:48

사람들은 과학기술은 남성의 영역이라고 보통 생각하지만, 국내외에서 명성을 떨친 한국 여성 과학자가 적지 않다. 대학에서, 연구소에서, 기업에서 탁월한 성과와 학문적 업적을 쌓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과학기술인들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위셋, 이사장 안혜연)은 뛰어난 여성 과학자·기술인을 찾아 소개하는 ‘She Did It’ 캠페인을 하고 있다. 현장에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는 방식이다. ‘위셋’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공공기관으로, 이공계 여성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우먼타임스는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도를 꿈꾸는 여성을 위해 위셋의 협조를 받아 ‘She Did It’에 실린 여성과학자들 인터뷰를 주기적으로 전재(일부 수정)한다. 인터뷰 전문은 위셋 홈페이지(wiset.or.kr)나 위셋 블로그(m.blog.naver.com/wisetter)에서, 동영상은 유튜브 ‘위셋’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주)

 

암 수술 중에 암으로 의심되는 부위를 발견하면 조직을 떼어내 진단할 때까지 보통 30분~1시간, 길면 일주일의 시간이 걸린다. 수술 집도의나 환자에게는 긴 시간이다.

그런데 1초 만에 암 진단이 가능한 기술이 있다. 초소형 현미경 덕분이다.

20대 대학원생 시절에 바이오 헬스 기업 브이픽스메디칼을 창업한 황경민 대표는 수술 중에 그 자리에서 바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초소형 현미경 ‘cCeLL’을 만든 과학자다.

‘바이오 및 뇌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원에서 초소형 광학 현미경을 연구했고 자신의 연구가 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리라는 기대로 학생 신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황 대표는 2020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미만 30인 리더’에 선정됐다. 이공계 여학생을 위한 ‘여성과학자와 함께하는 방구석 사이언스 토크’, ‘세바시’ 등에서 강연하면서 여성들에게 과학의 꿈을 키워주었다.

(위셋)
(위셋)

- 황 대표가 개발한 초소형 현미경 ‘cCeLL’이란 무엇인가요.

​“광학 현미경을 아주 작게 만든 핸드헬드(handheld) 타입의 기기예요. ‘see Cell with Lissajous Laser scanning’의 줄임말입니다. 보통 현미경에 있는 샘플 스테이지(검체를 올려두는 곳)가 없어 서 샘플 스테이지에 올릴 수 있는 검체만 볼 수 있다는 제한성이 없어요. 즉, 검체가 현미경으로 갔어야 했다면 cCeLL은 현미경이 검체에게 가는 형태죠. 광학 현미경을 아주 작게 만들어 검체에 접촉하는 형태로 조직을 영상화하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조직을 보기위해 조직 절편으로 만드는 샘플 준비 과정이 없습니다.”

- 그렇다면 수술 현장에서 어떤 장점이 있나요.

“기존의 현미경 기반의 조직 관찰이 샘플 준비 과정으로 인해 수십 분에서 수십 시간이 걸린 반면, cCeLL은 이러한 과정을 생략해 실시간으로 조직의 현미경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거죠. 이러한 실시간 조직 이미징 기술은 수술 중이나 수술 전에 빠르게 조직에 대한 진단이 필요할 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지는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되기 때문에 원격 병리, 디지털 병리, AI 기술 등과의 결합, 확장이 가능하고요.”

​​황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과정에서 초소형 광학 현미경을 연구했다. 박사과정 1년차였던 2016년 12월에 브이픽스메디칼을 설립했다. 출발은 ‘내시경을 넣어 조직을 떼내 1주일이나 걸리는 조직검사를 빨리 할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초소형 현미경 연구의 원천기술은 정기훈 지도교수께서 예전부터 연구하시던 내용이에요. 그런데 논문을 보신 고려대 신경외과 강신혁 교수께서 이 기술은 내시경뿐만 아니라 수술방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암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주셔서 창업을 결심했어요. 그리고 암 수술 중 실시간 조직검사가 가능한 현미경 ‘cCeLL’을 만들었습니다.“

- 전공분야인 ‘바이오 및 뇌공학’이란 무엇인가요.

“한 분야에서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이제는 영역이 다른 두 개 이상의 분야가 합쳐져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대예요. 제가 카이스트에서 전공한 ‘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기계. 전자, 전산, 물리 등 다양한 분야와 생명 분야를 융합하는 학문을 연구하는 학과입니다. 예를 들어 전혀 다른 두 개(A, B)의 분야를 합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명이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A 분야의 전문가, B 분야의 전문가, 그리고 둘을 이어주면서 A와 B 분야 둘 다 알고 있는 관리자가 필요하죠. 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이러한 중간자의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는 과입니다. 이러한 융합의 시대에 어쩌면 꼭 필요한 인재를 만들어 내는 과라고 볼 수 있죠.”

황 대표는 중학교 때까지는 과학에 큰 흥미가 없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꿈은 선생님, 작가, 기자였다. 하지만 수학을 좋아했고 곧 잘해서 이과로 진로를 정했다.

“과학의 즐거움을 알게 된 건 대학원 연구 과정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가는 기분,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풀리지 않은 문제를 처음 풀어본다는 성취감, 자연의 현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전개해나가고 고민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제 연구 성과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과학 중에 먼지만큼 작은 것이지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뜻 깊고 뿌듯해요.”

​​​- 창업에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초기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을 질문해야하는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였어요. 다행히 카이스트는 창업을 하기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고, 그만큼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곳도 많았어요. 그래서 일단 창업에 관련된 수업을 듣고 관련 책을 찾아봤어요. 저처럼 창업은 하고 싶은데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께 서점에 가서 창업에 대한 기본 서적 아무거나 한 권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사실 사업을 시작했어도 시행착오는 여전히 겪고 있어요. 창업을 하면 생각보다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이제는 상상 이상의 어려운 일이 다가와도 ‘그래 앞으로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겠지’라는 의연함 마저 생깁니다.“

황 대표는 돌이켜보면 항상 자신이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자’였던 것 같다고 한다. 그 끝이 ‘성공’일지 아닐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많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겪고 있는 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걸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창업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나요.

“창업으로 성공한 선배들이 본인들의 열정을 쏟아 만든 결과물을 바탕으로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까 고민하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점이 많아요. 그리고 종종 글로벌 리더들의 인터뷰 영상이나 글을 읽어요. 최근 앨론 머스크가 주당 100시간을 일하고, 위기의 순간에는 주당 120시간을 일하다가 건강을 챙기기 위해 주당 70~80 시간으로 업무 시간을 줄였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천재인 줄 알았던 세계적인 기업가도 저렇게 많이 일하는데, 그보다 20년이나 젊은 저는 얼마나 한다고 힘들어하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마음을 다잡게 되더군요."

​-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20대라서, 여성이라서 받았던 편견은 있었어도 다 잊어버린 것 같아요. 기억에 남겨두지 않고 편견을 편견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아니죠. 나이와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어려움을 겪어요. 어려움은 극복해 나아가야 하는 문제 중 하나일 뿐이죠. 만약 여러분도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내가 왜 창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꼭 만드세요. 창업을 하면 힘든 일이 많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라는 이유가 있다면 훨씬 힘이 될 것입니다.”  (정리/심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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