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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이 불타고 있다...이란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로 최소 76명 사망

이란 전역 80개 도시 ‘히잡 반대’ 동시다발 시위
히잡 불태우고 최고지도자 사진마저 불태우는 시위로 격화
이란 정부는 실탄 발사하며 강경 진압
영국·프랑스·미국·캐나다 주요 도시서 연대 시위
서방 국가들, 이란 정부 제재 압박 수위 높여

  • 기사입력 2022.09.27 16:15
  • 최종수정 2022.09.28 12:38

우먼타임스 = 박성현 기자

지난 13일 22세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테헤란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풍습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체포된 뒤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16일 병원에서 숨졌다.

이란에서 히잡 착용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시민이 체포된 사례는 전에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이란 전역에서 히잡 착용 의무를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이어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이란 당국은 이에 맞서 시위대에게 실탄을 발사하며 무자비한 강경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70명 넘는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는 이란 정부를 비난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와 런던 등 서방에서는 시위대가 이란 대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하며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26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 등 이란 전역의 80개 도시에서 열흘째 시위가 벌어졌다.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 불에 태우고 이에 동조한 남성들은 환호했다.

21일 테헤란 시내에서 히잡 반대 시위대가 도로를 막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현지인이 촬영한 것으로 AP통신이 입수해 공개했다. (AP/연합뉴스)
21일 테헤란 시내에서 히잡 반대 시위대가 도로를 막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현지인이 촬영한 것으로 AP통신이 입수해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시위대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웠고 심지어 “최고 지도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여러 도시의 경찰본부와 경찰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란 여성 연예인들도 히잡을 벗어 던졌고, 서방에서 활약하는 이란의 축구 스타들도 SNS에 시위대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테헤란대학 등 이란 주요 대학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교수들에게 동참을 촉구했다.

26일 시리아의 쿠르드족 밀집지역 콰미실에서 열린 히잡 반대 시위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 시리아의 쿠르드족 밀집지역 콰미실에서 열린 히잡 반대 시위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당국의 시위 진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연대를 촉구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IHR)는 26일 이란 당국의 시위 강경 진압으로 76명이 사망하고 1000명이 넘는 시민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25일 이란 공영 방송을 통해 시위 사망자수가 41명이라 밝힌 이후 사망자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모하마드 카리미 마잔다란 검찰총장은 이란 국영 통신 ‘이르나’(IRNA)와의 인터뷰에서 “폭동자들이 정부 건물을 공격하고 공공 기물을 파손했다. 외국 반혁명 요원들이 이들을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상황이 악화하자 서방 주요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에 동조하는 연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란 당국의 시위 무력 진압에 대해 대사 초치, 제재 부과 등 강력 규탄에 나서면서 이슬람 세력과 서방 국가 사이에 긴장감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대표는 25일 “이란 당국이 비폭력 시위를 하는 이들에게 광범위하게 불균형적으로 무력을 사용했다”며 “유럽연합이 아미니의 사망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선택권을 계속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6일 이미 핵 문제로 인해 서방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 “풍속 경찰'(morality police)과 그 지도부 등에게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이란 경찰과 간부 등을 제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 여성에 대한 학대와 폭력, 평화로운 시위에 나선 이란인의 권리 침해를 이유로 풍속 경찰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미국은 언제나 이란의 안정과 안보를 깨려고 노력해왔다. 이번에도 미국과 유럽은 거짓 선동으로 폭도들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서방의 비판과 제재 에 반발했다.

20일 독일에서 열린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진상조사 촉구 시위. (AP/연합뉴스)
20일 독일에서 열린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진상조사 촉구 시위. (AP/연합뉴스)

런던과 파리 주재 이란 대사관 앞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파리에서는 25일 이란정부를 비난하는 시위에 40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위대는 이란 대사관을 향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런던 중심가 트래팔가르 광장에도 이날 500여 명이 모여 이란 당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표지석 앞에서도 25일 오후 자발적으로 모인 이란인과 이에 연대하는 한국인 120여 명이 이란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테헤란로는 1977년 서울시와 이란의 수도 테헤란시가 자매결연을 기념하며 붙인 이름이다.

테헤란의 시위군중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3)의 30년 통치 종식을 요구하기도 했다. 후계자로 거론되는 그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3)도 시위대의 분노 대상이 되고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자리는 승계로 이어지지 않지만, 테헤란의 시위대는 “모즈타바가 지도자가 되지 못하고 죽기를”이라고 외쳤다.

이란은 개혁·개방 실패와 극심한 인플레이션, 인권 탄압 등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대선에서는 후보 등록 당시부터 개혁파 후보들을 탈락시켜 젊은층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당선된 강경 보수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여성들의 히잡 착용 규정을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대이란 제재의 여파로 이란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50% 이상으로 치솟았다.

[히잡의 역사]

히잡(Hijab)은 아랍어로 ‘가리다’는 의미를 가진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이다. 얼굴만 내놓은 채 머리에서 가슴 부위까지 천을 늘어뜨려 머리와 목 등 상체를 가리는 두건이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언급돼 있다.

차도르(Chador), 아바야(Abayah), 부르카(Burqah) 등이 신체의 대부분을 가리는 데 반해 히잡은 머리와 가슴 일부분만 가리고 얼굴은 드러낸다.

이슬람 사회는 여성의 머리카락은 남성을 유혹하는 부분이라고 여겼다. 히잡으로 상징되는 ‘여성보호’ 의식은 하지만 억압과 속박으로 이어졌다. 이슬람권은 여성의 외출과 여행, 공공장소 참석을 제한하고 있다.

히잡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슬람권뿐 안에서도 단일하지 않다. 서구에서는 히잡을 여성인권과 여성억압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슬람권 안에서는 히잡 착용을 원하는 여성들도 많다. 때로는 히잡 착용이 거꾸로 저항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터키에서는 세속주의에 반대한다며 히잡을 착용하며 저항하는 여성들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완고한 이슬람 사회에서는 히잡이 여성의 사회 활동을 보장해주는 측면도 있다.

이란의 젊고 개방적인 여성들은 대체로 히잡은 여성억압의 상징이라며 의무적인 히잡 착용을 반대하는데 당국의 감시가 심해 쉽게 히잡을 벗을 수 없다.

1925년 들어선 이란 팔레비 왕조는 이란 근대화를 내세워 여성의 히잡 착용을 폐지하고 여성의 대학 입학 등을 허용했다. 이란 여성들은 50년간 히잡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집권한 호메이니 정부는 ‘이슬람 정신을 되살리겠다’며 여성이 외출할 때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하도록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이란을 방문할 때 히잡을 썼다.

유럽 국가에서는 이슬람 여성의 히잡 착용을 둘러싼 갈등이 자주 있다.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의 영향을 철저히 배제하는 공화국 헌법을 가진 프랑스는 2004년 초·중·고등학교 내에서의 히잡 착용을, 2011년에는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등의 착용을 금지시켰다. 이슬람 사회는 무슬림에 대한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슬람 사회에서 히잡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히잡도 패션의 영역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있다.  청바지 등 캐주얼 복장에 히잡만 두른 여성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색깔도 검정, 흰색 등 단조로운 색상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화려한 무늬를 가진 ‘패션’으로 격상되기도 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히잡은 그저 이슬람권의 독특한 전통의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만 착용하든 벗든 이슬람 여성의 자유 의지에 맡긴다면 말이다.

[무슬림 여성들의 의상]

• 부르카(Burka)

무슬림 여성의 베일 중 가장 극단적으로 몸을 감추는 의상이다.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리며 눈 부분은 망사로 된 가리개를 착용한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주로 입는다.

• 니캅(Niqab)

얼굴을 가리는 베일. 눈은 보이도록 한다. 그러나 니캅은 별도로 눈가리개, 그리고 머리 가리개와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 차도르(Chador)

머리부터 몸 전체를 감싸는 망토형 외투로 이란 여성들이 입는다. 때때로 작은 머리 스카프를 그 밑에 쓰기도 한다.

• 샤일라(Shayla)

직사각형의 긴 스카프로 주로 걸프지역 여성들이 착용한다. 샤일라는 머리를 감싸고, 어깨 부분은 걷어 올려서 두르거나 핀으로 고정시킨다.

• 키마르(Khimar)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망토 형태. 머리카락, 목, 어깨는 완전히 감추지만 얼굴을 드러낸다.

• 알 아미라(Al-Amira)

두 부분으로 나뉜 베일이다. 알 아미라는 보통 무명 또는 폴리에스테르로 된 꽉 끼는 두건과 튜브 모양의 스카프로 이루어져 있다. (참고/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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