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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심전환대출 흥행 부진…눈높이가 달랐다

장기 저금리 제공한다지만 소비자 여건, 만족도 모두 충족 못 해

  • 기사입력 2022.09.20 16:57
  • 최종수정 2022.09.20 17:31

우먼타임스 = 손성은 기자

지난 16일 오전 11시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6년 만의 총파업에 나선 시위 장소 인근 모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 지난 15일부터 접수가 시작된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안심전환대출의 적극적 홍보를 주문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안심전환대출의 적극적 홍보를 주문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안심전환대출은 정책금융상품이다.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해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만기 기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 정부가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시했다.

총파업 전날 파업으로 소비자들이 안심전환대출 신청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방문한 영업점에서 파업에 따른 영업 차질은 없고, 안심전환대출 신청 역시 많이 몰리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총파업 영향력이 시중은행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 둘째는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안심전환대출은 흥행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6일 2영업일 기준 안심전환대출 신청 건수는 5105건(4900억원)이다. 지난 2019년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이 불과 일주일 만에 신청 건수 17만 건을 돌파하고 재원 20조원을 소진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총 재원 25조원 규모에 막대한 신청 인원이 몰릴 것을 우려해 주민등록번호에 따른 5부제 신청 방식을 도입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흥행 부진의 원인은 정부의 눈높이 설정 실패다. 안심전환대출은 보유 주택 가격이 4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문제는 지난 몇 년 사이 집값이 폭등하며 국내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에선 조건을 충족하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안심전환대출은 수도권 이외 지역 위주로 신청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공 금리 역시 문제다. 안심전환대출의 적용 금리는 3.80~4.00%다. 소득 6000만원, 만 39세 이하 저소득 청년층은 3.70~3.90%의 금리를 적용한다. 문제는 이같은 금리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앞으로의 금리 인상에 대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잇따르며 서민 가계대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됨에 따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손을 쓴 것이다.

하지만 기존 대출자 입장에선 크게 와닿지 않는 금리다. 이미 3% 중후반의 대출 금리를 받은 상황일 뿐만 아니라 향후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확신이 없는데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려는 소비자는 드물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정책금융상품을 통해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야 하는 서민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수도권 집값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금리 인하 수준 역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정책금융상품은 한계가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꼭 필요한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국내 가계부채 관리에 초점을 맞추다니 소비자들의 사정과 너무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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