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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농촌 총각과 동남아 여성의 결혼을 장려하는 지자체가 있나요?

인권위, 문경시장에게 “인구증가 시책을 성평등 차원에서 점검해야”
매매혼, 성차별, 이주가정 폭력 문제 등 비판 제기돼
지자체들, 점차 국제결혼 지원 조례 폐지

  • 기사입력 2022.09.08 16:27
  • 최종수정 2022.09.08 16:30

우먼타임스 = 박성현 기자

2000년대 들어 지방의 지자체들이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촌총각 장가 보내기’라는 명목으로 동남아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을 조장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지자체들은 조례를 제정해 1인당 수백만 원씩 항공료와 숙식비용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비판을 받았다. 매매혼을 조장할 뿐더러 성차별이라는 지적이 특히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지적돼왔다.

특히 이주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사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지자체가 세금을 써가면서까지 국제결혼을 장려하는 게 올바른가라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2019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금 세금 지원을 폐지하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수만 명이 이에 공감했다.

청원자는 “동남아에서 여자를 사오는 매매혼을 지자체에서 지원금까지 주며 장려하고 있다. 농촌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정폭력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파악도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출산율을 위해 농촌 지역에 여자를 사와서 애를 낳게 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아직도 이런 홍보물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아직도 이런 홍보물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자 많은 지자체들은 이 정책을 폐지했거나 폐지해가고 있는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7일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 여성의 만남과 결혼을 장려한 문경시에 대해 “이주 여성을 인구 증가 시책 도구로 활용한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인구증가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가 이례적으로 이런 의견을 낸 사유는 이렇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64개 시민사회단체가 진정했기 때문이다. 이 단체들은 지난해 5월 문경시가 법무부 출입국 대행기관인 A행정사합동사무소에 보낸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에 혼인 목적으로 입국하지 않은 베트남 유학생 여성을 국제결혼 대상으로 삼은 내용이 포함됐다며 인권위에 ‘차별적 시책’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협조문에는 구체적으로, 맞선 후 만남을 위한 무료 주거지원, 예비 신랑의 집을 방문할 경우 출퇴근 농사 가능, 결혼 후 장학금 지급 등 금전 지원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해 6월 28일 베트남 유학생과 인권단체가 인권위 앞에서 국제결혼을 조장하는 지자체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주여성인권센터)
지난해 6월 28일 베트남 유학생과 인권단체가 인권위 앞에서 국제결혼을 조장하는 지자체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주여성인권센터)

이에 대해 문경시는 “행정사 측이 시와 협의 없이 임의로 협조문 내용을 수정해 인터넷에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이를 인정하면서 구체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인권위는 이주여성을 인구증가 시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별도로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런 시책은 여성을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과 농사 등 가족 내 무급노동의 의무를 진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베트남 유학생 여성을 차별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베트남 여성이 성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인종적 편견을 함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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