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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우리나라 전력 구조 상 전환 쉽지 않아…해결책은?

한국, 에너지 多소비 산업 중심…화석연료 의존도 높은 전력 구조

  • 기사입력 2022.08.08 22:22

우먼타임스 =  최양수 기자

세계적으로 친환경 이슈가 떠오르면서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제로)가 기업의 과제가 됐다. 이미 유럽에서는 에너지 택소노미(taxonomy, 녹색경제활동)에서 친환경 에너지의 비율을 늘리고 있으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은 넷제로로 가기 위한 RE100 참여에 대해 기업마다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에너지 완전 전환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도 필수요건으로 꼽고 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픽사베이)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픽사베이)

◇RE100, 도대체 뭐길래?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도록 유도하는 국제 민간 차원의 캠페인이다.  재생에너지란 태양광·태양열·풍력·수력·지열·바이오매스·바이오가스·그린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등 친환경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ESG 경영 강화로 RE100 캠페인이 본격 시작되자 스웨덴의 이케아를 비롯한 13개 기업이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다. 애플·구글·BMW·메타·마이크로소프트·지엠·나이키·인텔·3M·샤넬·듀퐁·스타벅스·버버리·이베이·화이자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회원이다. 가입한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 연도를 제시해 자회사나 투자자, 부품공급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간 전기 사용량이 100Gwh 이상인 기업이 가입 대상이다. 현재 전 세계의 참여 회원사는 376개 기업이며, 그 중 골드 회원사는 67개다. 한국은 2020년 6개 기업에서 최근 21개 기업으로 증가했는데 미국(96곳) 일본(72곳) 영국(48곳)에 이어 4번째로 많다.

고려아연·LG에너지솔루션·SK하이닉스·SK텔레콤은 골드 회원이며 아모레퍼시픽·KB금융그룹·한국수자원공사·미래에셋·SK아이이테크놀로지·SK·SK매터리얼즈·SK실트론·SKC·롯데칠성음료·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일반 회원이다. RE100 가입 기업을 포함해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량도 지난해 1.4TWh에서 올해 4.7TWh로 크게 늘었다.

민간부문의 자발적 이니셔티브인 RE100은 과거 서비스 업종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최근 2년간 제조업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RE100이 제조업 공급망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높아지는 탄소장벽, 재생에너지에 취약한 한국
특히 전 세계는 탄소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RE100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RE100을 유럽이 추진 중인 그린 택소노미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미 유럽은 지난 2021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입법 초안을 발표한 데 이어  2023년부터 CBAM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CBAM를 통해 유럽 내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생산시설 규제가 취약한 지역에 재해 저탄소 제품 생산의 불이행에 따른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친환경을 하지 않게 되면 생산원가가 상승해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도 수출 비중이 큰 철강 부문을 포함해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등이 과세 대상이 됐다. 즉 RE100과 그린 택스노미는 수출입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큰 영향을 받는 비대칭적 규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좁은 국토 면적 등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EU‧북미 등과 달리 재생에너지 조달의 어려움이 있다. The Climate Group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은 일본과 함께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장 어려운 국가라고 꼽았다.

영국에 기반을 둔 국제 에너지 연구기관 EMBER는 지난 4월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0년 한국의 8대 수출 대기업(SK하이닉스·삼성전자·LG디스플레이·현대제철·현대자동차·포스코·삼성SDI·LG전자)의 국내외 전력 사용량은 84.9TWh로 같은 해 한국에서 생산된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21.5TWh)의 약 4배에 달하는 양이다”며 “한국의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향후 10년 동안 핵심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총 3만6360GWh로 전체 전력생산의 6.3%이다. 주요 OECD 회원국 중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국내 기업들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 RE100 이행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해외 주요국 대비 기업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낮은 반면 RE100 이행 비용은 미국의 4배 가까이 된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등에 불리한 글로벌 RE100 인정기준으로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배터리, 제조공장 등 굴뚝 산업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RE100 참여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전력 구조 때문에 많은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뜻 선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불어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한국 전력 구조는 많은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RE100와 같지만 다른 한국형 RE100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가운데 한국 만의 RE100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2018년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가 발족됐고 2020년 6월 출범했다.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는 국내에서 RE100을 이행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고 글로벌 RE100 이행을 돕기 위해 2021년 1월 한국형 RE100(K-RE100)을 도입·운영 중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 수는 지난해 42개 기업에서 올해 7월 기준 119개 기업으로 늘었다. 기업 유형별로 대기업 41개, 중견·중소기업 46개, 공공기관 및 기타 32개로, 대기업 외에도 중견·중소기업의 RE100 참여도 확산 중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정부는 RE100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의 인센티브 강화를 약속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한국형 RE100 참여에 탄력을 받게 됐다.

한국형 RE100 이행을 위한 수단은 녹색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지분참여, 재생에너지 설비 직접 설치·사용 등 총 다섯 가지다.

이런 방법들로 전기를 사용한 실적을 제출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전기소비자는 이를 글로벌 RE100이나 CSR 홍보용으로 활용한다.

글로벌 RE100과 한국형 RE100은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 100%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세 가지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다.

첫 번째로 글로벌은 참여대상이 연간 100GWh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인 반면 한국형은 산업용·일반용 전기소비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글로벌은 2030년 60%, 2040년 90%, 2050년 100%라는 이행목표 설정을 권고하지만 한국형은 2050년까지 100% 이행목표만을 권고하고 있으며 중간목표는 자발적으로 설정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은 이행범위가 전 세계 보유사업장이 대상이지만 한국형은 국내 보유사업장이 대상이 된다. 결국 참여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탄소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한국형 RE100 기업의 수요 증가에 대응해 비용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해외에서 구매한 재생에너지 REC를 국내에서도 인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주요 기업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콘퍼런스를 연내 개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형 RE100은 대중에게 혼란을 주는 시발점이 됐다. 국내 기업이 RE100을 이행했다고 하지만 두 가지 명칭을 혼용해 사용함으로써 글로벌 RE100을 이행한 것인지, 한국형 RE100을 이행한 것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또 국내 기업의 RE100 참여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지속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제약요인도 많다. 결국 전력시장구조를 설계하는 정부에 숙제가 쌓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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