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가족의 재탄생’…친구·연인과 사는 비친족 가구원 100만명 넘었다

비친족 가구 수는 47만…절반은 서울·경기 거주
주택청약 세제혜택 등 새 가족형태에 맞는 제도 개선 필요

  • 기사입력 2022.08.02 16:09
  • 최종수정 2022.08.02 16:43

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18∼6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가족의 형태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다.

그 결과 10명 중 6명 이상(62.7%)이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 비혼·동거까지 확대하는 데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혈연관계와 함께 산다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점차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주거를 같이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라는 전망에는 각각 87.0%, 82.0%가 동의했다.

유하 감독의 2002년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한 장면. 
유하 감독의 2002년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한 장면. 

이런 인식 변화가 정부 통계에 그대로 드러났다.

통계청은 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지난해 전국 ‘비(非)친족’ 가구 수가 1년 전보다 11.6%나 증가한 47만 2660가구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비친족 가구원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비친족 가구는 친족이 아니라 혈연적으로 완전히 남남으로 구성된 5인 이하 가구를 의미한다. 친구나 연인끼리 함께 살 거나,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에는 27만 명이었던 비친족 가구는 2017년에 30만 가구를, 2020년에 40만 가구를 넘어섰고 지난해 47만 가구까지 늘어난 것이다.

함께 사는 비친족 가구원 수도 2016년의 58만 3,000명과 비교하면 5년 만에 74%나 급증해 100만 명이 넘어선 것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지역별로는 경기도(12만 6,000가구)에 비친족 가구가 가장 많았고, 서울(9만 9555가구)이 다음이었다. 절반 가량(47.7%)이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것이다.

비친족 가구 수의 급증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걸맞은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말한다.

정부의 가족정책은 여전히 친족 단위에 맞춰져 있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동거는 민법상 부부가 아니어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택청약 특별공급 등도 신혼부부 등을 지원하며 소득세 인적공제의 경우에도 호적상 배우자만 공제가 가능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2025년)’에서 결혼하지 않고 사는 비혼이나 동거 등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걸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언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여가부 방안은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정의 및 건강가정 용어 등을 다양한 가족을 포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민법상 가족의 범위 규정(법 7779조) 개정 필요성도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건강가정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정의하고 있다. 민법 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가부의 폐지가 확실시되는 지금, 관련 정책을 어느 부서가 맡아서 발전시킬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비친족 가구 수가 늘면서 혼인 건수도 자연스레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3,000건으로 전년 대비 9.8% 줄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3년 연속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10년 전인 2011년 혼인 건수는 약 33만 건이었고 2016년에는 20만 건대로 떨어졌고 5년 만에 10만 건대로까지 떨어졌다.

혼인 건수는 남자는 30대 초반(-10.3%), 여자는 20대 후반(-14.4%)에서 가장 많이 감소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조사됐다.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추세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비친족 가구가 덩달아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