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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2차 가해’ 전형을 보여준 인하대 성폭행 사건

피해자 행실 지적, 외모 궁금, 신상 털기 등
가해자에 대한 신상 털기도 논란
남성이 가해자일 때 나타나는 전형적 행태
언론의 선정적 보도도 문제

  • 기사입력 2022.07.19 15:17
  • 최종수정 2022.07.25 15:00

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

‘인하대생 성폭행 추락사’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확산되면서 성범죄 피해자의 인권 문제와 2차 가해에 대한 법적 처벌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가해자의 신상털기가 온당한가라는 논란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이 사건은 대학 캠퍼스 내에서 벌어진 데다 피해자의 사망 경위에 대한 여러 추정들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캠퍼스 안에 피해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캠퍼스 안에 피해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17일 피의자 인하대생 A(20)씨를 일단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준강간치사죄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이나 추행을 한 뒤 피해자를 숨지게 했을 때 적용된다. 유죄로 인정되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A씨는 같은 인하대생인 피해자 B씨를 밀어서 숨지게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경찰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고의가 인정되면 강간치사로 죄목이 바뀐다.

그런데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 B씨의 신상과 2차 가해로 볼 수 있는 글들이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글이 “피해자가 도대체 얼마나 예쁘냐” “여자가 왜 밤늦게까지 남자와 술을 마셨냐”는 것이다. 이는 남성 위주의 관점에서 피해자의 외모를 궁금해하거나 피해자 행실 탓을 하는 비뚤어진 반응이다. 밤 늦은 시간까지 남자와 술을 마신 이유 등을 따지며 귀책 사류를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한 것이다.

대학생들이 인증해 가입하는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사건 당시 상황을 추측하며 희화화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고, 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 등에도 ‘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이 문제다’ 따위의 댓글이 달렸다. 고인에 대한 모욕과 비난이 여과 없이 노출된 것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는 ‘인하대’의 연관 검색어로 피해자 신상을 찾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들이 올라오고 있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2차 가해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해자가 ‘성폭행 거부’, ‘만취 상태였다’고 보도한 것은 마치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다.

대다수 언론이 제목에 ‘여대생’ ‘20대 여성’이라고 특정해 보도한 것도 문제다. 심지어 한 종편방송은 사건 원인을 ‘캠퍼스 내 무분별한 음주 문화’로 꼽는 분석까지 했다

아울러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구속된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의 신상정보가 퍼지고 있다. 이름, 사진, 학과, 나이, SNS 계정과 심지어 그를 팔로우한 이들의 실명도 일부 공개됐다. 가족의 직업과 본가 위치까지 공개되면서 범죄자 신상 털기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가해자에 대한 신상 털기는 일종의 사적 보복이다.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 많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사건이지만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지난해 9월 대구고법은 온라인상에 성폭력 피의자, 강력범죄 피의자 등의 신상 정보를 무단으로 게시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경찰은 강간살인이 인정되면 신상 공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규정에 따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이름·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의 근거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다. 우선 범죄 혐의가 △살인죄(미수범 포함) △약취·유인·인신매매 △강간 상해·치상·살인·치사 등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강도 강간·상해·치상·살인·치사 △조직폭력 단체 구성·활동 등 특정강력범죄 사건인지를 따진다.

인하대 캠퍼스 안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고인을 애도하는  메모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인하대 캠퍼스 안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고인을 애도하는  메모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인하대는 2차 가해에 대해 법적 대응을 강구하기로 했다. 대학 중앙운영위원회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도 학생자치기구 차원의 대응 전담팀(TF)을 꾸리고 관련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고인을 추모해야 할 상황에 되려 성적 호기심과 모욕이 퍼지고 있다. 이 같은 2차 가해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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