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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시각] 대낮에 미성년자 강간해도 반성하면 집행유예?

  • 기사입력 2021.12.30 22:31

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

대낮에 세종시 도심 대형 매장에서 처음 본 10대 여학생을 화장실로 끌고가 성폭행한 28세 남성이 최근 집행유예를 받았다. 당시 여학생은 저항했지만,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린 여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 해도 국민의 공분을 살 사건이며,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A씨는 겨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한낮 공개된 장소에서 쇼핑하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말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피고인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범행 과정에서 행사한 힘(유형력)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이 사건 이전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고, 피고인과 합의한 피해자들이 선처를 탄원했다.” 

가해자는 1심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문을 75번 제출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형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참고한다. 국내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살펴보면 일반양형인자에서 행위자에 대한 감경요소로 ‘상담 금액 공탁’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재판부의 판결은 검찰은 물론 시민들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검찰은 “피해자 탄원이 있다 하더라도 죄질 등을 볼 때 해당 양형은 부당하다”며  곧바로 항소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온라인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강간해도 집행유예? 세상이 미친 건가?”

“대한민국은 미성년자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성폭행해도 되는 나라다. 돈을 주고 성매매하면 처벌받는데 강제로 화장실 끌고 가서 성폭행하는 건 집행유예라니. 나라가 엉망이다”

“대낮에 미성년자를 성추행도 아니고 성폭행했는데 집행유예라니. 반성문 많이 썼다고 봐줬네. 합의만 잘하면 죄를 저질러도 처벌이 없는 대한민국 법. 돈이 법이다”

“우리나라는 법원이 성폭행범 동조 세력인 듯하다. 판결이 왜 저 모양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성폭행은 중벌로 다뤄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는 것인데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부터 2020년 선고된 성범죄 사건 중 양형기준이 적용돼 집행유예에 처한 사례는 1만1336명이다. 이 가운데 ‘진지한 반성’이 양형기준으로 적용된 사례는 7236명으로, 전체의 63.8%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진지한 반성’을 감형 전략으로 사고파는 성범죄 변호 시장까지 활성화됐고, 성범죄 감형 전략을 공유하는 카페까지 등장했다. 

정의의 여신상 (사진=pixabay 제공)
정의의 여신상 (사진=pixabay 제공)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양형기준은 피해자를 위한 게 아니라 범죄자를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도대체 법은 왜 존재하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수정 범죄심리학자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피해 회복이 사법 정의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법의 중심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여야 한다. 피해자의 고통은 여전히 존재하고 고통은 완치되지 않았기에 모든 제도가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은 정의를 바로 세우고,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누구에게나 공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양형위는 성범죄 양형기준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대폭 강화해 국민들이 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6월 국민적 공감대와 법령 개정 등을 고려해 성범죄와 관련한 기존 양형기준을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변화될 양형 기준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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