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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칼럼] 여야 대선캠프가 여성을 판단하는 저열한 눈

  • 기사입력 2021.12.02 22:12
  • 최종수정 2022.08.04 23:07

우먼타임스 = 한기봉 편집인

여야 대선후보 캠프의 중량급 인사들, 더구나 저명한 전·현직 대학교수인 분들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저급한지, 여성을 한 인격체로 보기는 보는 건지, 두 사람의 발언을 보면서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자신들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내놓은 해명이라는 게 누가 듣더라도 황당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과, 최배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기본사회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야기다.

김병준 위원장은 오랜 기간 국민대에 몸담은 국내 행정학의 최고 권위자다. 노무현 정권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냈고 부총리급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도 임명됐다가 논문 표절 시비로 13일 만에 낙마한 분이다. 이후 정치적 소신을 바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최배근 교수는 현재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인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에 영입된 저명한 경제학자다. 이재명 후보 대선 캠프에서 정책조정단장을 맡았고, 대표적인 기본소득론자로 통한다.

두 사람의 ‘문제적 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가 항공우주 전문가인 39세 여성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을 평가하는 데서 나왔다.

김병준 위원장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대 캠프의 조 교수 영입에 대해 이런 식으로 내리깎았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적절한 비유는 아닌데 전투복 비슷한 거 입고서는 거기에 아주 예쁜 브로치 하나를 다는 것이다. 액세서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분이 보기는 좋은데 무슨 대중운동을 크게 한 것도 아니고, 대규모 조직을 운영한 경험도 없고, 학자로서 역량을 다 보여주신 분도 아직은 아니다. 이런 분이 상임선대위원장을 한다는 것은 20대·30대를 향한 일종의 전투복 위에 브로치를 단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소령으로 예편한 조 교수의 역할을 ‘장식용’으로 일축해버린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적절한 비유는 아니라고 운을 떼면서도 당사자에게, 그리고 여성 전체에게도 모욕으로 들리는 이런 발언을 왜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민의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당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당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발언은 즉시 비판과 논란을 불렀다.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공당의 영입 인재를 장식품으로 묘사한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며, 안보전문가이자 여성 교육자인 당사자에 대한 심각한 모욕적 언사”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대변인 전용기 의원도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하는, 곧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화와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일종의 차별 선동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선대위 여성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전문직 여성이 쌓아 올린 역량과 미래의 가능성을 짓밟는 저열한 발언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그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마저도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장애물을 그분도 경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여성으로서 참 안타깝고 위로를 드린다”며 김 위원장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사자인 조동연 위원장은 KBS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여군 또는 나아가 대한민국의 여성, 더 나아가서 전 세계의 여성들은 액세서리나 브로치가 아니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사회 구성원이다. 적어도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수장이 지금도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계실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이나 선대위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예쁜 브로치 액세서리 정도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고 유감을 드러냈다.

도처에서 비판이 일자 김병준 위원장은 이렇게 해명했다.

“여성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겉만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의 영입을 지적한 것이다. 액세서리는 여성만 달지 않는다. 제가 딸 둘만 가진 페미니스트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액세서리나 브로치를 여성만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놀랍다. 조 위원장이 남성이라도 같은 표현을 썼을 것이다.”

정말 조 위원장이 남성이었다면 이런 말을 했을까.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한 분의 해명치곤 해괴하고 납득하기 어렵다. 남성도 브로치를 하니까 여성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는 변명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누가 고개를 끄덕일까. 그런데 우리나라 남성들이 정말 브로치를 하기는 할까.

그러면 민주당쪽에서는 조동연 교수의 영입을 어떻게 홍보했을까. 이재명 캠프의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여성의 얼굴 사진을 비교하란 듯이 나란히 올렸다. 그리고 딱 한 마디 코멘트를 달았다. 그 한 마디는 “차이는?”이었다. 사진으로 비교된 두 얼굴은 조 교수와 역시 여성으로서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에 영입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씨(57)다.

이재명 캠프의 최배근 교수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이재명 캠프의 최배근 교수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당연히 두 여성의 외모를 비교해 조 교수를 띄우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온라인상에는 “여성의 외모와 나이를 노골적으로 비교하며 자기 당 선대위원장이 라이벌에 비해 젊고 예쁘다는 걸 강조하는 유치찬란한 짓”이라는 비판이 대다수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답이 뭡니까? 최배근 교수님. 휴 수준하고는”이라고 조롱했다.

막상 당사자인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의연했다.

“두 개의 사진을 보면서 저는 질문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최배근 교수는 ‘차이는?’이 아니라 ‘공통점은?’이라고 물어봤어야 했다. 그분도 나처럼 전문가이고 직장여성이고 아이들을 키우는엄마인데 그 고통이 뭔지 너무나 잘 안다. 외모야 내가 (조 교수보다) 늙었고, 훨씬 못생겼고, 머리도 하얗지만 그게 불명예는 아니다. 나이 먹으면 지혜가 늘어나는 것이다. 나도 아이 키우며 여성으로 힘든 인생 살았는데, 그분은 나보다 20세나 젊으니 앞으로 다가올 20년에 대해 얼마든지 조언하고 함께할 수 있다.”

조동연 위원장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분의 의도는 잘 모르겠으나 저나 이수정 위원장님께서 남자였다고 하면 그렇게 사진을 올렸겠냐”고 지적했다.

소령으로 예편하기 직전 조동연 교수 (연합뉴스)
소령으로 예편하기 직전 조동연 교수 (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최 교수가 내놓은 해명은 이렇다.

“일부에서 여성 외모 비교를 한다며 오버하는데 외모 비교할 거면 연예인 사진을 올렸을 것이다. 내 눈에는 두 영입 후보의 지향과 가치 차이가 보인다고 한 것이다. 우리는 19대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팬데믹 이후 2022년의 시대를 맡길 대통령을 뽑는 것이다. 누가 가장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제시하는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연설명을 해야 알아들으신 분에게는 미안하다. 친절하게 설명을 못 해서.”

최 교수는 얼굴만 보고도 그 사람의 지향과 가치를 꿰뚫어보는 천리안을 가졌나 보다. 경제학자가 아니라 관상술의 대가다.

두 사람의 구차한 해명은 그야말로 오십보백보다. 최 교수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여성에 대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의 왜곡된 인식은 얼마 전에도 있었다,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와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애완견) 엄마 김건희”라고 비교해 출산 유무로 여성을 비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나이와 비주얼로 여성의 경쟁력을 판단하고, 젊은 여성을 남성이 주축인 정치판의 액세서리로 보는 인사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그 대선 캠프의 진실된 여성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편 이수정 위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에 영입된 것을 두고도 현재 변호사인 남편이 윤석열 후보의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이어서 그 후광을 입었다는 말들도 많다. 이 역시 아무리 능력이 있는 여성이라도 한국 사회에서는 있는 그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증거다.

이에 대해 이수정 위원장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남편은 변호사를 평생 한 사람이고, 윤 후보는 평생 검사를 한 사람인데 도대체 어디서 절친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냐. 심지어 200명이나 되는 대학교 동기의 와이프라는 이유로 저를 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는 이런 유치찬란한, 제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이런 종류의 댓글이 달리겠는가. 저는 그 댓글을 보면서 굉장히 격분했다. 제가 남자였다면 제 아내가 누구의 동창이라는 게 왜 이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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