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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레깅스 입은 여성 몰카 촬영하면? 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 유죄

대법원 “함부로 촬영되지 않을 성적 자유” 인정해 파기환송

  • 기사입력 2021.01.06 16:20
  • 최종수정 2021.02.16 20:50

 

한 인터넷 쇼핑몰의 레깅스 광고 사진 캡처.
한 인터넷 쇼핑몰의 레깅스 광고 사진 캡처.

[우먼타임스 박성현 기자]

요즘 여성들이 일상복으로 입는 몸에 딱 붙는 레깅스가 성적 욕망을 부추기는 것일까.

대법원1부는 6일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신체 일부를 드러낸 일상복을 입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몰래 촬영하는 건 성적 욕망 혹은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남성은 2018년 5월 시내버스에서 하차하는 한 여성의 뒷모습을 8초간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여성은 당시 하의로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를, 상의는 헐렁한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1심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원찬)는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곳은 아니라고 무죄 판단했다.

촬영된 사진에서 어성 신체가 노출된 부위는 레깅스 끝단과 운동화 사이 발목 부분 등 아주 미미한 부분이며 몰래 찍은 건 맞지만 “통상적으로 눈에 보이는 시야를 촬영한 것”이라 밝혔다. 또 “피해자는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활용하며 대중교통까지 탄 점을 고려하면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란 특정한 신체의 부분으로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촬영의 맥락과 촬영의 결과물을 고려해 그와 같이 촬영을 하거나 촬영을 당했을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 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인정한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 사건 동영상 촬영 당시 피해자는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레깅스 하의를 입고 있어,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의 굴곡과 신체적 특징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대상이 되는 신체가 반드시 노출된 부분으로 한정된 건 아니다. 이 사건과 같이 의복이 몸에 밀착해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 설령 스스로 드러낸 신체라 하더라도 이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함부로 촬영한다면 당사자가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촬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통상 일반인의 시야에 드러난 신체 부분은 일정 시간 동안만 관찰될 수 있고, 관찰자 기억에도 한계가 있으며 이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반면 그 모습이 촬영되면 고정성과 연속성, 확대 등 변형 가능성 및 전파 가능성이 생긴다. 이로 인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고, 나아가 인격권을 더욱 중대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커진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매가 예뻐 보여 이 사건 동영상을 촬영하였다고 진술했으나, 해당 동영상은 피해자의 전체적인 몸매가 아름답게 드러날 수 있는 구도를 취하지 않고, 레깅스를 입은 피해자의 하반신을 위주로 촬영됐다. 피고인이 심미감의 충족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거나, 피해자가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사정은 레깅스를 입은 피해자의 모습이 타인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 남성은 “몸매가 예뻐 보여 동영상을 촬영했다”며 피해자 하반신을 주로 찍었다. 이 진술에 따르더라도 성적 욕망에 따라 촬영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가슴, 성기, 엉덩이 등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 유죄 판결을 해왔다. 최근에는 그 신체 범위를 허벅지, 배 등으로 넓혀 왔다.

이 사건은 여러 논란을 부른 재판이다. 2심의 무죄 판결을 두고 ‘레깅스 논쟁’이 인터넷에서 벌어졌다.

또 항소심 판결 당시 재판부가 판결문에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관련 사진을 첨부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법원 내 연구모임인 젠더법연구회 관계자가 해당 재판부에 판결문에 대한 열람제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지난해 불법촬영 사진을 공소장에 첨부하지 말라고 일선청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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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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