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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 작가 칼럼] 여성의 리더십, 강하거나 부드럽거나

  • 기사입력 2020.12.11 18:07
  • 최종수정 2020.12.31 15:51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참모 진영이 발표될 때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여성’에 주목했다. 아직 전원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후보가 등장했다. 백악관 공보팀은 전원이 여성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의 발표에 각종 언론은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반대로 공보팀 전원이 남성일 경우에도 ‘파격’이 붙게 될지 궁금한 가운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한번 화두에 오른 이야기로 여성의 리더십이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참모 진영.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커뮤니케이션 영역 참모 진영. 전원 여성이다.

여성의 리더십,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여성이 지도자나 관리자 자리에 오르면 많은 사람이 문제의식 없이 ‘여성의 리더십’을 운운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성별에 따른 리더십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도 있다. 

리더십(leadership)은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말한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의 리더십은 달라지는 걸까? 여성의 리더십을 말할 때 우리는 남성의 리더십도 함께 정의할 수 있을까?

대신 여성의 리더십을 운운할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황은 있다. 카리스마 있게 업무를 지휘하면서도 후배들을 포근하게 다독이고 설득하는 여성, 강한 추진력의 남성에 비해 부드럽게 조직을 이끄는 여성, 성공한 여성,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면서 단정한 수트 차림의 여성. 이는 여성 리더에게 들이대는 왜곡된 기대치가 아닐는지. 

혹자는 남성의 리더십은 하드 파워, 여성의 리더십은 소프트 파워라고 표현한다. 남성 리더는 일 처리에 힘이 있는 반면 여성 리더는 온화할 거라 생각하는 이중잣대다. 이 같은 시선을 조금 더 파고들면 여성 리더는 남성에 비해 추진력이 약하고, 실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리더일 거라는 편견의 프레임이 등장한다. 

하지만 여성 리더라고 해서 남성보다 따뜻하고 후배들을 잘 다독일 거라 지레짐작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명명은 성 역할을 나누는 악독한 잣대에 불과하다. 여성이라고 꼭 부드러워야 할까? 남성이라고 꼭 강해야 할까? 여성은 반드시 너그럽고 따뜻한 존재로 일해야 할까? 주변을 살펴보면 여성이라 해서 대체로 온화하지는 않다. 남성이라고 해서 꼭 강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각자의 성격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할 뿐이다. 

그런가 하면 여성 리더의 일에 문제가 생겼을 때 따라붙는 편견 역시 존재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운운하면서 일은 남성을 뛰어넘도록 해내야 하는 부담을 얹어주는 꼴이다. 이다혜 작가의 책 <출근길의 주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다혜 작가의 책 ‘출근길의 주문’
이다혜 작가의 책 ‘출근길의 주문’

“여성이 높은 자리에 있는데 일을 잘하면 ‘여성적 리더십’이라 부르고, 일이 산으로 가면 갑자기 인간에서 암탉으로 격하된다. 심지어는 여성이 ‘장’ 자리에 오르면, 예전 같으면 생각도 못 할 일이라며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농담 삼아 ‘예전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지만요.’ 같은 소리를 꼭 보태는 사람들도 있다.” 

리더는 그저 리더일 뿐, 성별의 구분이 필요 없다. 만약 리더를 성별로 구분한다면 성 소수자 리더는 어떻게 구분해야 마땅하겠는가. 여성의 리더십과 남성의 리더십은 결국 같다. 조직을 이끌고 지휘하고, 성과를 위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리더십에 성별과 이미지는 아무 쓸모가 없다.

앞서 말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인선에 여성의 비중이 남성에 차별받지 않은 점은 박수 칠 만하다. 하지만 어떤 인사에 여성이 많이 뽑혔을 때 거기에 파격이라는 평가를 매기고, 여성의 리더십이라는 별칭을 붙이고 있다면 스스로 성 역할에 무의미한 가름 선을 넣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그러한 가름 선이 여성을 시골집 마당의 암탉으로 만든다. 

*작가 도란은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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