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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 보험금 노려 아내 살인? ‘금오도 사건’ 대법서 무죄 판결

1심은 무기징역 선고, 2심은 무죄, 대법원은 2심 유지

  • 기사입력 2020.09.25 18:04
  • 최종수정 2020.09.28 00:53
2019년 3월 여수시 금오도 선착장에서 추락한 승용차가 인양되는 모습. (여수해경 제공)
2019년 3월 여수시 금오도 선착장에서 추락한 승용차가 인양되는 모습. (여수해경 제공)

[우먼타임스 박성현 기자] 17억 원의 보험금을 노려 계획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거냐, 아니면 과실에 의한 단순한 사망 사건이냐.

보험금을 노리고 자동차를 바다에 추락시켜 아내를 숨지게 했다는 ‘금오도 사건’ 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결론은 무죄였다. 무죄 선고의 이유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자동차매몰 혐의로 기소된 박모(52)씨의 상고심에서 살인 혐의는 무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는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심스러운 점은 있지만, 피해자 사망이 피고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 경우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다”며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사건은 5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후 피해자의 아들은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가 무죄로 판결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7억 5,000만 원을 노린 여수 금오도 살인사건, 불쌍한 우리 엄마’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청원에는 5,600여 명이 동의했다.

결국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이로써 남편 박씨는 자신의 부주의로 아내를 숨지게 한 책임만 인정돼 금고 3년의 처벌을 받게 됐다. 금고는 교도소에 감금은 하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 형벌로 양심수나 과실범에게 주로 선고된다.

[사건 발생]

이혼남 박씨는 2018년 9월 단골식당 여종업원 A씨(47)와 교제를 시작했다.

원룸 보증금을 내주기도 했다. 당시 박씨는 1억 원이 넘는 빚에 전처와 낳은 세 자녀에게 매달 200만 원씩 생활비를 보내고 있었다.

박씨는 교제를 시작한 직후 A씨 명의로 5건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차량 사고로 아내가 사망하면 최대 17억 5000만원을 자신이 수령하게 했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했다

2018년 12월 31일 섣달그믐날 박씨는 해돋이를 보러가자며 전남 여수시 금오도에 제네시스 차를 운전해 아내와 같이 갔다.

밤 10시경 선착장에서 차량을 후진하다가 추락방지용 난간에 부딪혔다. 박씨는 사고 상황을 살펴보겠다며 기어를 중립에 위치한 상태로 하차했다. 사이드 브레이크도 잠그지 않았다. 이때 경사로에 있던 차가 밀리며 바다로 빠졌다. 아내는 차 안에 물이 들어와 질식사했다

차와 함께 바다에 빠진 아내는 밤 10시 56분경 전남 여수 119에 구조요청 신고 전화를 한 것이 확인됐다. 그는 “차가 가라앉아요. 문도 안 열려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라고 했다. 이 시점부터 4분도 채 되지 않아 차 안에 물이 가득차면서 119와의 통화는 중단됐다.

남편 박씨는 모든 게 너무 빨리 진행돼 손을 쓸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검찰 주장]

남편 박씨는 난간을 들이받아 당황한 상태에서 실수로 차량 변속기를 중립에 두고 하차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거짓말로 판단했다. 박씨가 일부러 변속기를 중립에 넣고 차에서 내린 뒤 차를 밀어 바다에 빠뜨렸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박씨가 하차하기 전에 차에서 냄새가 난다며 뒷좌석 창문을 7cm 열어둔 점도 승용차를 빨리 가라앉게 할 의도라고 의심했다.

사고 직전 아내 명의로 다수의 보험이 가입된 점, 혼인신고 이후에는 보험금 수익자 명의가 남편으로 변경된 점도 수상하게 판단했다.

박씨는 사고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며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쟁점]

아내가 타고 있던 승용차가 저절로 바다에 빠질 수가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그동안 검찰과 변호인뿐 아니라 1·2심 재판부에서도 서로 엇갈린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탁 걸리는 느낌이 들어 주차(P) 기어가 된 줄 알고 내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1998년께부터 각종 운전 업무을 한 박씨가 주차(P)와 중립(N) 기어를 혼돈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은 “여러 번 실험을 해본 결과 승용차가 부딪친 난간 바로 앞에서는 승용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난간으로부터 1미터 가량 전진한 지점에서부터 움직이는 경사가 있었다”며 “박씨가 뒤에서 밀지 않고는 차량이 바다에 빠질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씨가 답사를 통해 이 같은 지점을 미리 알고 차를 그곳에 세우고 일부러 후미를 부딪쳐 접촉 사고를 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심부터 박씨가 기어를 굳이 중립에 두거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아도 차량이 굴러내려갈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락방지용 난간 등에서 발견된 충격 흔적을 보면 박씨가 당황해서 기어 조작을 실수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했다.

[1심은 무기징역, 2심은 무죄]

1심과 2심의 판단은 반대였다.

1심은 박씨의 경제적 어려움이 범행의 동기가 된 것으로 판단했다. 혼인신고 직후 가족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은 시점에 각종 보험의 수익자를 변경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박씨가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접근해 사고를 위장해 살해했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박씨의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결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만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박씨에게는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지속적 수입이 있었으므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현장 검증 결과를 토대로 박씨가 차를 밀지 않더라도 차량 내부에 남아있던 아내가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차가 굴러 내려갔을 수도 있다는 거다.

박씨가 차를 밀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2심은 그러면서 “박씨가 살해 계획을 면밀하게 세웠다면 승용차가 바다에 빠졌을 때 탈출 가능성이 있는지, 바닷물이 충분히 깊은지 등에 관해 검토했을 것이지만 사전에 범행을 준비하거나 검토한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 직전 박씨가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사망 보험금을 높인 새 보험에 다수 가입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 역시 살인의 직접적인 동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면 수익자를 남편으로 변경한 것은 아내가 먼저 요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검찰은 박씨가 사전에 현장을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가 주차한 곳이 인근 마을에 설치된 CCTV의 촬영 반경이라는 점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범행을 위해 사전답사까지 했다면 최소한 CCTV의 존재는 파악했을 텐데 그런 정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CCTV는 회전이 가능해 촬영 반경이 넓었지만 당시 바닷가가 아닌 마을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사고 정황은 담기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내의 탈출을 막을 의도가 있었다면 차량 문도 잠갔어야 하는데 사고 당시 문이 잠긴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도 살인 혐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남편이 1억 2500만 원 상당의 채무 등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7년 개인회생 결정을 받아 매달 30만 원을 납부해왔고 소득도 일정해 살인 모의를 할 만큼 경제적으로 급박한 상황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기어를 중립 상태에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아 사고를 방지하지 않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금고 3년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단]

2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우선 살인 의도는 의심이 된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아내가 사건 전에 박씨의 권유로 사망 시 지급될 보험금이 종전보다 대폭 늘어난 점, 수익자가 모두 박씨로 변경된 점, 승용차 변속기가 중립에 있었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았던 점 등 의심스러운 사정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승용차를 밀어서 추락시켰다는 직접 증거가 없고 △임계지점 위치를 파악하거나 정확히 정차하기 어려웠고 △박씨가 기어를 실수로 중립에 놓았을 수 있고 △아내가 보험수익자 변경을 남편 명의로 요구했을 가능성 등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

의심스러운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피해자 사망이 박씨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죄라는 것이다.

유사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95억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노리고 캄보디아 출신 만삭 아내를 교통사고로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서도 범행 동기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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