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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칼럼] 여성 의원의 분홍원피스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언론의 방식

  • 기사입력 2020.08.10 18:04
  • 최종수정 2022.08.04 23:33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먼타임스 한기봉 편집인]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나온 사진이 보도된 후 주요 언론사들의 인터넷판에 나온 제목들이다.

“빨간 원피스 등원 류호정에 與지지자 ‘다방’ ‘도우미’ 성희롱 쏟아내”

“류호정 분홍원피스 등원에, 與지지자 ‘룸싸롱 새끼마담’ 막말”

“류호정 원피스 차림에 ‘옵빠 한번 외쳐라’…진중권 ‘미친XX들’”

“별풍선 줄까? 분홍 원피스 류호정에 성희롱 쏟아낸 與지지자들”

문제의 사진은 연합뉴스가 계약사 매체들에게 송고한 것이다. ‘잠시 퇴장하는 류호정 의원’이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부연 설명이 없다. 물론 기사가 아니고 사진만 송고한 것이다. 연합뉴스가 뜬금없이 이 모습이 어떤 뉴스밸류가 있다고 판단해 촬영해서 내보냈는지 그 의도는 알 수 없다. 평소에 접하던 여성의원의 옷차림치고는 좀 특별했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성의원의 패션에 대한 비난의 의도를 갖고 사진을 송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진이 보도된 직후 류 의원 복장에 대해 엄청난 악성댓글이 쏟아졌다. 대체로 류 의원에 대해 불만을 가진 친여 성향 커뮤니티의 네티즌들로 보인다. 류 의원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에 가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류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기 전 게임BJ로 활동할 때 점수를 올리기 위해 대리게임을 했다는 비난도 받은 적이 있다. 28세 젊은 여성 의원에 대한 일부 남성의 비뚤어진 시선도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문제의 그 분홍색 원피스가 그리 논란이 될 만한 차림은 아니라는 걸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거다. 논란이 이어지자 단지 흔히 보는 여성의 출근복장일 뿐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류 의원은 갑자기 뉴스의 중심인물이 되자 국회의 권위적 패션에 대해 의도적으로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 차림새가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아마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논란이 없었다면 발언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언론이 보도하는 방식이다. 정말로 ‘별일도 아닌’ 것을 두고 언론이 일부 극성스런 네티즌의 막말을 의도적으로 인용하면서 쓸데없는 논란을 키운 것이다.

찬반 논란이 있다거나 또는 네티즌의 막말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서 그 자극적이고 선정적 막말들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아 노출한 건 클릭 장사를 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

누가 보더라도 비상식적이고 일부에 국한된 그런 비난이나 혐오는 보편적 의견이라고 할 수 없다. 그걸 잘 아는 언론이 마치 그 복장에 대해 두 가지 의견이 대립된 것처럼 쓰는 건 부적절한 보도 자세다. 정말 부적절한 옷차림인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

이른바 레가시(전통적) 미디어들은 발행된 종이신문에는 점잖게 제목을 뽑았다. 하지만 인터넷판에서는 수많은 인터넷매체와 실시간으로 경쟁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래도 경쟁할 기사가 있고 아닌 게 있다.

포털에서 검색을 하면 관련 기사 수가 1,000개가 넘는다. 언론이 보도를 이어가자 많은 정치인이나 명사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물론 아무 것도 아닌 옷차림을 두고 뭐 그리 호들갑을 떠냐는 의견들이었다. 이 역시 그대로 자세히 보도됐다. 이게 오늘날 언론이 뉴스를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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