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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외면 받는 산모와 여성들

- 중저소득 국가에서 의료 자원 한계 두드러져…사회 서비스 제공 중단
- 필리핀에서는 원치 않은 임신, 임산부 입원 거부 끝에 사망 등 안타까운 상황 이어져

  • 기사입력 2020.05.25 10:11
봉쇄령이 내려진 필리핀 마닐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봉쇄령이 내려진 필리핀 마닐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먼타임스 임기현 기자] 코로나19 감염증 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정된 의료자원 때문에 제때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받지 못하는 산모와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이 그중 대표적 사례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3월 16일 코로나 감염증 확산 억제를 위해 필리핀 전역에 ‘락다운’, 봉쇄령을 내리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봉쇄령이 선포되면서 국가 서비스에도 제동이 걸렸다.

필리핀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산모와 여성의 건강이다. 산모의 출산 및 산후조리 등을 지원하고, 원치 않은 임신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던 필리핀 정부의 ‘가족계획 서비스’가 봉쇄령으로 인해 멈춰섰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3월 봉쇄령 선포 이후 가족계획 서비스 제공은 50%이상 급감했다.

후안 안토니오 페레즈 유엔 인구개발위원회(CPD) 이사는 “필리핀에서 대중교통 중단, 제한된 의료 인력, 진료 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여성들이 정부의 가족계획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페레즈 이사에 따르면, 의료 인력의 대부분이 코로나 감염증 확산 방지에 투입되면서 정부 운영 보건소는 기존 인력의 3분의 2가 부재한 상태로 운영 중이다.

이처럼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곳은 필리핀에서만이 아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필리핀과 같은 중저소득 국가의 4,7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해 피임약 처방 등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정부 및 국제 사회의 대응은 가정 방문이었다. 여성들이 의료 기관에서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게 된 지 2달이 넘어서자 방문 대면 진료가 결정된 것이다. 페레즈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감염증이 여성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26세 여성 딤플스 오르티즈는 외신 DW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언제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며 “지금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임신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녀는 피임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민간 의료 단체 리카안으로부터 피임약을 방문 처방 받을 수 있었다.

리카안 센터 종사자 다이앤 베어는 “일부 폐쇄된 지역에서는 특정 날짜에만 외출이 가능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며 “병원에 간다고 해도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여성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임산부들 역시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6세의 한 여성은 6개의 병원에서 만원이나 인원 부족 등의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한 뒤 결국 가정에서 출산을 하던 도중 사망했다. 또 다른 여성은 4개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당한 뒤 진통 중 사망하기도 했다.

지한 제이콥 아시아 여성 출산 권익센터 고문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긴급 의료 상황에 대한 일정 수립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면서도 일부 병원에서 여성들의 입원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현 상황과 의료 자원의 제약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 감염증의 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필리핀 등 의료 체계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국가에서는 특히 여성들의 피해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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