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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n번방] ⑮[이슈 짚기] “오덕식 판사는 이래서 안 된다”

과거 가해자에게 관대한, 성인지 감수성 부족 판결 논란
오 판사를 배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40만 명 넘겨

  • 기사입력 2020.03.30 15:28
  • 최종수정 2022.08.23 11:46

 

4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중당 당원들이 n번방 사건 재판을 맡은 오덕식 판사의 교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중당 당원들이 n번방 사건 재판을 맡은 오덕식 판사의 교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먼타임스 한기봉 편집인]

“오덕식 판사를 n번방 사건에서 제외시켜 주십시오. 최종범 사건의 판결과 피해자이신 고 구하라의 2차 가해로 수많은 대중들에게 큰 화를 산 판사입니다. 그 후 수많은 성범죄자들을 어이없는 판단으로 벌금형과 집행유예 정도로 너그러운 판결을 내려주었던 과거들도 밝혀져 더욱 더 화가 난 국민들이 더 크게 비판했던 판사였죠. 이런 판사가 지금 한국의 큰 성착취 인신매매 범죄를 맡는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사법부의 선택이 의심스럽습니다. 모두가 26만명의 범죄자들을 잡기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법이 그들을 봐주면 무슨 소용입니까? 판사는 시험 잘 보고 나면 그 사람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그 판결이 누가 봐도 잘못한 판결이면 아무 제재도 할 수 없는 겁니까? 그는 이미 성범죄자들을 이상할 정도로 너그러운 판결을 내려준 전적이 있는 판사입니다. 성인지감수성 제로에 가까운 판결과 피해자를 2차 가해를 한 판사를 n번방 담당판사로 누가 인정해줄까요. 그 판결은 과연 안 의심스러울까요? 국민들의 분노가 두렵지 않나요? 제발 그를 이 법정에서 볼 수 없게, 그가 이 사건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뿌릴 수 없게 제외, 자격박탈 시켜주십시오.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그는 절대 다시는 성범죄에 판사로 들어와선 안 됩니다.”

이 글의 제목은 ‘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을 판사 자리에 반대, 자격박탈을 청원합니다’이다. 3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이다. 하루 만에 10만을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사흘 만인 30일 오후 1시 현재 40만 5,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했다. 청원 동의자가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국민은 왜 그리 한 판사를 배척하고 있을까. 과거엔 없던 일이다.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n번방 사건으로 기소된 고등학생 이모(16)군의 사건을 심리할 형사 20단독 판사다. 검찰은 최근 ‘박사’ 조주빈과 함께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공범 4명을 구속 기소했는데, 이군도 그중 한 명이다.

‘박사방’ 유료회원 출신인 이군은 운영진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텔레그램 안에서 최소 8,000명~최대 2만 명이 가입된 ‘태평양원정대’라는 방을 별도로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군은 주범인 조주빈의 후계자 격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n번방에서 조주빈의 지시에 따라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3월 30일 첫 공판기일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검찰이 추가 기소 가능성을 이유로 재판 날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해 4월 20일에 첫 공판이 열린다.

성범죄 사건은 25%의 확률로 오덕식 부장판사에게 간다. 오 판사가 서울중앙지법 성범죄 전담 재판부 소속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사13⋅14⋅16⋅20⋅22 단독 등 다섯 개 성범죄 전담 재판부를 두고 있다. 이 중 16단독은 ‘아동학대’ 관련 재판을 함께 맡고 있어서 사실상 4개 재판부가 성범죄 사건을 도맡고 있다. 조주빈 재판도 오 판사에게 배당될 가능성도 있다.

오 판사가 여론의 배척을 받는 건 그가 유독 과거 여러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가해자에게 관대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주로 성범죄 관련 시민단체로부터다.

2013년에는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하면서 “로펌에서 필요한 여자 변호사는 세 가지 종류다. 부모가 권력자이거나, 남자보다 일을 두 배로 잘하거나, 얼굴이 예뻐야 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오 판사가 가장 주목을 받은 판결은 지난해 8월 가수 고 구하라씨와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하고 폭행·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그의 남자친구 최종범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해 풀어준 사건이다. 판결의 여파가 상당히 컸다.

특히 ‘리벤지 포르노’ 논란을 낳았던 최씨의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점이 논란의 초점이 됐다. 이 판결은 ‘한 한류스타의 죽음은 한국의 사법 정의에서 여성은 열외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라는 내용으로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됐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강혜련씨의 기고였다.

오 판사는 당시 판결문에서 “피해자 의사에 반한 촬영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면서 그 근거로 여섯 가지 ‘종합적 고려사항’을 제시했다. 두 사람은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지던 사이라는 점, 최초 만남 때 구씨가 먼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연락했다는 점, 구씨가 최씨에게 먼저 같이 지내자고 제안했다는 점, 최씨가 문제의 사진을 찍을 때 촬영 소리가 났는데 구씨가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검찰은 “구씨가 호감을 먼저 표한 게 맞고 연인관계였던 것도 맞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불법 촬영을 당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오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의 협박 혐의에 대해서도 “여성 연예인의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씨가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가 할퀸 상처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협박과 강요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오 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판단에 필요하다면서 변호사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제출할 것을 요구해 구씨가 보는 앞에서 혼자 시청했다.  판결문에는 ‘최종범에 따르면’이라면서 두 사람이 성관계를 나눈 구체적인 장소와 횟수까지 명기했다.

이후 구씨가 지난해 11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자 오 판사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시민단체는 “사법부는 여성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 죽음에 이르게 했으며 그 중심에 있는 오 판사는 스스로 법복을 벗으라”고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 부장판사의 판결이 논란이 된 건 이밖에도 여러 개다.

예식장 바닥에 카메라를 설치해 3년간 41차례 여성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사진기사, 10대 청소년에게 음란물을 유포한 20대 남성, 성매매 영업으로 부당 이득을 챙긴 남성, 아동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남성, 성착취를 한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적이 있다. 불법 촬영 사진기사에게는 “피고인의 나이 및 범행 전후 과정, 사회적 유대 관계 등으로 보아 재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상정보를 고지하거나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시민단체나 여성단체들은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사법부의 관대한 판결 탓에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난 19일 n번방 전 운영자 ‘와치맨’으로 알려진 전모씨(38)에 대한 수원지법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하자 형량이 너무나 적다는 비판 여론이 갑자기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검찰은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n번방재판_오덕식_배제해’라는 해시태그가 수만 건 이상 공유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오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렇게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는 문제적 인물이 여전히 성폭력 관련 재판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며 사법부에 재판부 재배당을 요구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유승진 사무국장은 CBS노컷뉴스에 출연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애초에 처벌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더라면 n번방 사건과 같이 이 정도로 악랄한 성착취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범죄 예방에 가장 중요한 건 처벌이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한 선례가 있었다면 사람들이 성착취 음란물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것이다. 오덕식 판사를 비롯한 많은 판사들이 감수성 없는 판결을 내려왔기 때문에 26만 명이란 가해자가 조직적으로 발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n번방 사건 재판에서 오덕식 판사를 제외해달라는 국민청원이 30일 오후 40만 명을 넘었다.
[우먼타임스 하기석 기자]n번방 사건 재판에서 오덕식 판사를 제외해달라는 국민청원이 30일 오후 40만 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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