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격 n번방] ⑥그날 국회는 이랬다

3월초 법사위 논의에서 안이한 인식 드러나
문제 발언 의원들, 각 정당 후폭풍에 휩싸여

  • 기사입력 2020.03.25 00:15
  • 최종수정 2020.04.23 14:59

[우먼타임스 하기석 편집위원]

“자기만족을 위해 영상을 갖고 나 혼자 즐긴다는 것도 규제할 것이냐.”(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

(해명) “발언 및 개정안의 취지는 반포할 목적 없이 개인 컴퓨터로 합성해 영상 등을 소장함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전혀 없을 때 처벌하는 것은 자칫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으므로 추후 보완해나가자는 것.”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느냐.”(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해명) “반포(유포)할 목적이 있고, 실제 반포됐을 경우 처벌하는 것에는 본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간 이견이 전혀 없었다. 다만, 반포(유포) 없이, 해당 영상물을 제작 소지한 것만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 조항을 만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청원한다고 다 법 만드나.”(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

(해명) “현행법으로 처벌 가능한지 따져 보고 효과적인 방안으로 처리하자는 차원의 의미였다.”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합성 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청소년들이 자기 컴퓨터에서 합성 영상을 만드는 일을 자주 한다.”(김오수 법무부 차관)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전국여성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여성 의원들이 n번방 재발금지 3법 통과 및 해당자 강력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전국여성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여성 의원들이 n번방 재발금지 3법 통과 및 해당자 강력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 국민 청원 사이트에는 1월 15일 “텔레그램 성 착취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의 대응을 촉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2월 11일 국회 청원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청원 동의자 수가 10만 명을 넘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해당 청원을 국회 법사위에 회부했다.

법사위는 3월 3일 제1소위 송기헌(더불어민주당) 법안소위원장이 해당 청원 1건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4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위에 인용한 발언은 바로 이날 회의에서 나온 것들이다.

특레법 개정안의 핵심은 딥페이크(deepfake,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물) 제작ㆍ유통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었다.

논의 끝에 법사위는 단순 보관 및 영상을 소비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은 뺐다. 딥페이크 등의 제작, 반포 행위를 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5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나 사법부, 법무부 관계자들은 자신의 발언이 일으킬 후폭풍을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당이나 야당도 n번방 사건이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국민적 관심사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n번방의 성 착취행위가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주범인 ‘박사’가 검거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백 만 명 이상이 분노를 표출하자,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의 발언이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부랴부랴 해명을 하느라 바빴다. 각 당은 뒤늦게 강력한 법 개정을 약속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4일 “사이버 성착취 피해자의 고통에 둔감한 국회는 반성해야 하며,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은 23일 긴급간담회를 열어 “총선을 치르고 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한이 있어도 ‘n번방 사건 재발 방지 3법(성적 촬영물 협박 가중처벌, 불법 촬영물 다운로드 행위 처벌, 불법 촬영물 방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을 임기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임윤선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아동음란물의 단순 스트리밍이나 시청도 처벌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성평등선거대책본부는 23일 “문제적 발언을 한 법사위원은 책임지고 사퇴하라”며 “이들이 21대 국회에 출마할 수 없도록 민주당과 통합당은 해당 후보자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민중당의 손솔 청년 비례대표 후보는 23일 송기헌, 정점식 의원실을 항의 방문하고 “이들이 n번방 관련 2차 가해 발언을 했다. 25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김도읍, 송기헌, 정점식 의원을 포함한 법사위 위원 5명을 직무유기 혐의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중당 여성 청년 후보 등이 23일 국회 의원회관 미래통합당 정점식 의원실 앞에서 “법사위원회 위원들이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을 졸속처리했다”며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중당 여성 청년 후보 등이 23일 국회 의원회관 미래통합당 정점식 의원실 앞에서 “법사위원회 위원들이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을 졸속처리했다”며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5일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결국 디지털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지 못하는 졸속 입법이라는 여성 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게 n번방 사건은 총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표심이 크게 흔들릴 것을 염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3일 당 회의에서 “n번방 사건의 범죄자들에게 국민의 심판 철퇴를 내려야 한다”며 “정부는 가장 혹독한 처벌과 광범위한 신상 공개로 음란 범죄에 단호하고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n번방은 단순한 일탈공간이 아니라, 반사회적인 집단이 모여있는 범죄 소굴”이라며 “이 엽기적인 사건에 돈을 주고 참여한 회원들도 철저히 수사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4일 브리핑에서 “여성분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즉각 정치인들이 해결방안을 낼 수 있었다면 더 많은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이미 낸 성폭력 관련 5개 법안과 국민의당의 공약을 비교하기도 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