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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미국 신분증에는 제3의 성 'X'가 있는데...

- 출생증명서, 운전면허증, 신분증에 X성을 인정하는 주 늘어나
- "성 소수자 인권을 위한 안전 장치"

  • 기사입력 2020.02.24 10:45
  • 최종수정 2020.10.27 12:18
(사진=Pixabay)
미국에는 신분증에 제3의 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주가 늘고 있다. (사진=Pixabay)

[우먼타임스 임기현 기자] 당신의 신분증에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X성'이 기재된다면? 미국에서 '제3의 성'을 공문서로 인정하는 주가 점차 늘고 있다. 출생증명서나 운전면허증 등을 통해 '제3의 성'이 공식 성별로 인정 받는 것이다.

미국 메인주는 최근 출생증명서 성별 기재란에  'F'(여성)와 'M'(남성) 외에 ‘X’ 지표를 따로 마련했다. 트렌스젠더(성전환자) 및 논바이너리(non-binary, 여성·남성의 이분법적 성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등 성 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움직임이다.

메인주는 일찍이 2018년부터 운전면허와 주민등록증에서 여성과 남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X’ 지표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메인주에서 ‘X’ 표시로 발급된 운전면허증과 신분증은 각각 90명, 31명이다.  하지만 출생증명서 상에서는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구분만이 있었다.

만약 미 질병관리본부가 이번 개정을 승인하면, 부모는 자녀의 출생증명서에 논바이너리를 의미하는 X를 기재할 수 있게 된다.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의료인의 서명을 받은 법적 보호자를 통해 행정적 성별 변경 신청이 가능하다. 성인은 별도의 증명서나 법원 명령 없이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제3의 성 ‘X’는 유전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특징을 함께 타고 났거나 둘 다 타고나지 않은 중성, 또는 스스로 성 정체성이 남성이나 여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는 트랜스젠더들이 포함된다.

현재 미국에서 출생증명서에 ‘X’ 지표를 마련한 곳은 8개 주다. 뉴욕시와 뉴저지주는 2019년 1월 관할 지역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이 의사 진단서 없이 X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를 합쳐 다섯 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운전면허증에 제3의 성을 기재할 수 있게끔 한 주는 메인주를 포함해 16개 주나 된다. 워싱턴 D.C가 2017년 처음 X성을 허용한 데 이어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메인, 미네소타, 오리건, 아칸소주 등으로 확대됐다. 미국에선 운전면허증이 정부가 보증하는 신분증 성격을 띠고 있어 X성이 해당 주에선 공식 성별로 인정되는 것이다.

메릴랜드주에서는 유권자 등록 시에도 ‘제3의 성’을 기재할 수 있다. 2019년 7월 주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 등록 서류의 성별란에  ‘X’를 도입했다.  메릴랜드주는 운전면허증과 신분증에 제3의 성 표기를 허용하는 법안이 이미 통과된 바 있는데, 당시 여론조사에서 주민 37%만이 찬성하고 51%가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통과됐다.

교육당국도 이 같은 추세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D.C 교육 당국은 2019년 11월 새 학년부터 입학 신청서의 성별에 X성도 포함시켰다. 교육 당국이 X성을 인정한 것은 미 전역에서 처음이다.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공공기관이 늘어나자 민간 부문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 몇몇 항공사들도 항공권 예매시 제3의 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할리우드에 있는 성중립화장실.
미국 할리우드에 있는 성중립화장실.

이런 법안을 주로 지지하는 민주당과 성소수자 옹호단체는 “제3의 성을 표기하는 것은 차별 없는 포용과 존중이 부합되는 평등한 제도”라며 “자신의 성별을 남녀로 특정하기를 원하지 않거나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진영은 “남녀 외에 제3의 성을 인정한다면 그들을 X맨으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분증명 서류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메인주의 트렌스젠더 교육단체 ‘메인 트렌스젠더 네트워크’는 "법적 증명서와 본인의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거나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상황이 닥치면, 성 소수자들에게 차별과 폭력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렌스젠더 남성 프리드 발로우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든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증명하는 것이 성전환 수술처럼 큰 과정을 거칠 때에만 가능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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