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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스 향수'를 아시나요?

- 남녀 구분 탈피한 '젠더 중립적' 향수가 뜬다
- 향수 업계는 젠더 다양성 존중하는 소비자 취향 반영

  • 기사입력 2020.02.21 08:55
  • 최종수정 2020.02.29 19:07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남자 향수? 여자 향수? 아니다. 이제는 성 중립적 향수다.

향수 시장에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과 여성 전용 향수로 구분되던 기존의 분류 방식을 탈피한 젠더 중립적(gender-neutral)인 향수가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향수 업계에서는 ‘남성’ 향과 ‘여성’ 향의 구분이 명확했다. 여성용 향수에는 주로 꽃 향기를 베이스로 한 상큼한 향이 사용되었고, 남성용 향수에는 나무 혹은 풀 향을 활용한 시원한 향이 주로 사용되었다. 향뿐만 아니라 남성용 향수는 파랗거나 검은 용기에, 여성용 향수는 분홍빛을 띄는 용기에 담겨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성 역할에 대한 소비자 의식이 발전하면서 향수 업계의 전통적 분류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에 따르면 2010년까지만 해도 남녀 성별 구분 없이 발매된 향수의 시장 비중은 17%에 그쳤지만, 2018년에 이르러서는 51%까지 성장했다.

물론 이미 있었지만 미처 보지 못 했을 뿐이었던 소비자들의 요구를 미리 파악한 ‘선지자적’ 브랜드도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영국의 향수 회사인 오르몽드 제인(Ormonde Jayne)이다. 오르몽드 제인은 20년 전부터 브랜드 내 향수의 젠더 구분을 없앴다.

오르몽드 제인의 설립자인 린다 필킹턴(Linda Pilkington)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 내 성별 구분을 없애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언젠가 가게를 찾은 한 남성은 자스민, 프리시아 향이 나는 꽃 향기에 기반한 향수를 골랐고, 또 다른 남성은 장미 향 기반의 향수를 골랐다. 이후 그 남성은 왜 여성 향수를 팔았냐고 항의 전화를 걸었다. 나는 '당신이 그 향이 마음에 들어 구매한 것이라면, 무엇이 문제냐'고 되물었다. 그 이후 성별로 제품을 카테고리화해왔던 브랜드의 철학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켈빈 클라인 역시 1994년부터 일찍이 혁신적 사고 전환을 했다. 통상 ‘남성적’이라 여겨지던 나무 향과 성 구분 없이 중립적으로 사용되던 시트러스향을 섞은 CK One을 발매하며 젠더리스 향수의 역사를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CK One은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중적 향수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미리부터 브랜드 철학에 성 평등의 가치를 반영했던 일부 업체뿐만 아니라 기존 시장 논리의 편협한 틀을 탈피한 브랜드들이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구찌도 이러한 흐름에 탑승했다. 구찌는 지난해 9월 젠더 중립적 향수 ‘메모아 뒨 오더’를 발매했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남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향수이기 때문에 병의 모양이나 사이즈가 너무 여성스럽거나 남성적이지 않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향수의 홍보 포스터에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등장한다.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니치’ 향수 제조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영국 기반 니치 향수 브랜드 ‘제인패커’는 제품군에 ‘뉴트럴(Neutral)’ 라인을 따로 마련해 젠더 중립적 향수를 지속 발매하고 있다.

소비자 니즈에 주목하는 브랜드가 증가하면서, 비단 젠더 중립적 향수뿐만 아니라 ‘비건(Vegan)’ 향수도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향료 중 하나인 머스크향은 수컷 사향 노루의 복부에 있는 향낭에서 얻은 분비물을 건조해 추출한다. 비건 향수는 머스크향과 같이 동물로부터 얻은 향을 사용하지 않는 향수를 일컫는다.

미래연구소 소비자전략연구가 빅토리아 뷰캐넌은 이 같은 향수 업계의 변화에 대해 “개인의 특성과 감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더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낡은 구분 방식의 전복으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향료 및 향수 브랜드 IFF의 조향사 셀린 바렐도 “남성과 여성이 각각 성별에 따른 특정 규범과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절대적 믿음이 깨지고 있다”며 “젠더 다양성을 존중하는 소비자 경향성을 볼 수 있는 브랜드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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