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참정권 투쟁을 한 여성들
"말이 아닌 행동"...폭력도 불사한 과격한 여성운동

서프레제트는 ‘참정권 달라는 여자들’이란 뜻이다.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여성 인권운동을 의미하는 뜻으로 통용됐다.

[우먼타임스 이용호 기자]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들은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했다. 노동은 많았지만 역할과 지위는 미미했다.

영화 ‘서프러제트’는 당시 영국에서 있었던 서프러제트 운동을 소재로 했다.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인 주인공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가 과격한 여성 인권에 뛰어드는 과정을 그렸다.

여성들은 참정권 운동을 시작한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어떤 변화도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여성들은 과격해지기 시작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돌을 던져 건물 유리창을 깨고, 건물에 불을 지른다. 유력 정치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남성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서프러제트는 참정권이란 뜻의 ‘suffrage’에 여성 어미 ‘ette’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다. ‘참정권 달라는 여자들’이란 뜻으로, 당시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여성사회정치연합(WSPU)을 경멸하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다. 이후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여성인권 운동을 의미하는 뜻으로 통용됐다.

서프러제트 운동에서 가장 선봉에 섰던 인물은 에멀린 팽크허스트다. 그는 1903년 WSPU를 조직했다. 영화에선 유명 배우 메릴 스트립이 그를 연기한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다. 메릴 스트립의 출연 분량은 겨우 두, 세 장면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영화는 평범한 세탁 공장 노동자 모드 와츠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이로써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모드 와츠가 어떤 계기로 서프러제트의 일원이 되어 과격한 폭력 활동까지 하며 여성 참정권 운동에 전력을 다하게 되었나를 그려낸다.

모드 와츠는 세탁공장에서 태어났다. 그는 그곳에서 어머니를 잃었고 자라났다. 아빠는 누군지 알지도 못했다. 그는 14세부터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된 세탁 일을 하며 한 남자의 아내로, 아들의 엄마로 살았다.

모드 와츠의 삶은 남성 고용주가 시킨 부당한 심부름을 하러 가는 도중 서프러제트의 활동을 목격하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한다. 이후 그는 세탁공장에서 남녀차별이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차츰 서프러제트 운동에 합류하기 시작한다.

모드의 남편 소니 와츠(벤 위쇼)는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여성참정권 운동까지 이해하진 못했다. 결국 소니는 “아내 단속이나 잘하라”는 주변 남자들의 비웃음을 견디지 못하고 모드를 내쫓는다. 남편은 모드를 내쫓은 것도 모자라 혼자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입양 보내 버린다. 모드는 이러한 상황에 분노한다. 그는 서프러제트 활동에 매진한다.

영화의 서사는 역사책을 읽는 것처럼 건조하다. 하지만 정직하다. 사라 개브론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를 극대화하고자 무리수를 범하지 않는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극 앞에 내세워 관객을 선동하려 하지 않고, 모드 와츠의 생각과 행동이 변화하는 걸 천천히 따라가며 관객을 설득한다. 감독의 영리한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

폭력적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프러제트 운동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지도 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어떤 가치에 대한 판단도 보류한 채, 평범했던 한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폭력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남성들이 유일하게 이해하는 말이기 때문이에요." "인류 절반의 손을 묶고, 입을 막을 순 없어요." 영화에 나오는 모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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