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신동훈 기자]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女權通文)’ 발표 1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회가 이번 달부터 열리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한국 여성운동사를 돌아보는 특별기획전 ‘오늘, 여권통문을 다시 펼치다’ 개막식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5개월 간 열리며, 100여 점의 각종 유물, 사진자료, 신문기사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한국 여성운동의 근원과 역사 그리고 ‘여권통문’ 발표 이후 120년이 흐른 오늘날 우리사회 여성들에게 남겨진 성과와 과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을 총괄한 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장은 “국립여성사전시관의 정체성과 발전의 토대에 여성인권 선언인 ‘여권통문’이 있다”며 “여성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여성들의 권리를 1898년 북촌의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해 힘을 모았고, 남성의 동참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또한 기 관장은 “여성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 뜻을 널리 확산키 위해 여성들이 기금을 모아 최초의 여학교인 순성여학교를 세웠다”고 밝히며 “여권통문을 널리 알리고 세계인을 감동시켜 선교사, 일본 교인들, 외국인이 여성권리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기 관장은 특히 “올해 120주년을 맞아 여권통문을 발표했던 최초의 장소를 찾아냈다”며 “의미있는 장소를 계속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이해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앞으로 여권통문의 의미가 역사교과서에까지 실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5개 부문으로 구성된 전시회는 먼저 제 1부 ‘한국 근대여성운동의 계보를 찾아서’를 통해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에 살던 여성들이 내놓은 선언문, ‘여권통문’을 시발점으로 하는 한국 근대여성운동의 기원을 제시한다.
이어 제 2부 ‘근대사회의 여명(黎明)과 용기 있는 여성들의 등장’에서는 ‘여권통문’ 발표 당시 사회적 반향을 옛 신문기사 등을 통해 살펴본다.
제 3부 ’한국여성사, 격동의 120년‘에서는 교육, 언론, 직업, 정치참여 각 영역별로 나눠 여성권익신장을 위한 주체적 노력을 되짚어 본다. 또한, 1907년 국채보상운동에서부터 독립운동, 노동운동, 평화운동으로 이어지는 여성의 주체적인 행동이 이제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요한 동력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제 4부 '올랭프 드 구즈(Olympe de Gouges)부터 샤으라위(Huda Sha’rawi)까지'에서는 서구여성인권선언의 시작점인 프랑스혁명기의 ‘여성과 여성시민의 선언’ 등 서구사회의 여성운동을 살펴본다. 이어, 같은 근대기 속에서 상이하게 드러나는 아시아와 이슬람국가의 여성운동 흐름을 보여준다.
마지막인 제 5부 '82년생 김지영과 김소사, 이소사'에선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문제의식을 ‘신(新)여권통문’을 통해 제시해 오늘날 우리사회 여성들의 여성운동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정현백 장관은 개막식에서 “이번 전시는 여권통문 선언 이후 120년이 지난 오늘, 한국 여성인권 성장의 역사를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라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의 자생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널리 알려나가는 것은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사회 성평등 문화 확산에도 큰 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