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를 먹다 국물이 좀 남았다. 버릴 수도 있겠으나 나는 웬만하면 음식을 버리지 않는다. 거의 ‘안 버리자 주의’다. 땅바닥에 실수로 흘린 음식도 웬만하면 먹는다. 밥상에 올라온 음식은 싸그리싹싹 ‘다 먹자 주의’다.
물론 다 먹을 만큼만 식탁에 올리도록 한다. 식당에서도 남을 것 같으면 더 시키지 않는다. 내가 경제적으로 알뜰해서가 아니라 ‘철학적으로 공양에 관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생활 이념(ism)으로 살고 있으니 김치찌개 국물을 버릴 리 없다.
남은 김치찌개에 냉장고에서 얼어 있는 빈대떡 한 장과, 역시 먹다 남은 돼지고기를 넣어 끓였다. 일명 잡탕(雜湯)찌개다. 요 반찬만 해서 밥을 먹었는데 너무도 맛있었다.
밥을 뚝딱 두 그릇이나 먹었다. 더 먹을 수도 있었지만 참았다. 천천히 씹어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데 너무 맛있어서 꿀떡꿀떡 넘어간다. 그 정도로 맛나다. 내 음식솜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김치찌개 국물, 빈대떡, 돼지고기라는 세 가지 식재료가 좋아서다. 이렇게 맛있는데 어찌 공양의 철학을 안가질 수 있겠는가?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