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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잘못해 생긴 맛나는 결과물

  • 기사입력 2018.08.06 18:26
  • 최종수정 2022.12.07 14:33
(사진=박기철)

세상에서 가장 구수한 음료는 숭늉이 아닐까? 

아마도 숭늉을 마시는 문화는 한국인 밖에 없을 줄로 안다. 내가 여행을 다녔던 나라에서는 숭늉 마시는 걸 본 적이 없다. 우리처럼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어디에서도 숭늉을 만들어 마시지 않는다, 

예전에 외국여행 중 게스트하우스 주방에서 외국인에게 눌은밥을 애써 긁어 버리지 말고 물을 넣고 끓여 밥차(rice tea)로 만들어 마시면 설거지하기에도 편하고 맛있으니 해보라고 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콧등으로 듣는 것 같았다. 숭늉은 독특한 미감(味感)을 가진 코리안 만의 식문화다. 이 숭늉의 사전적 정의는 밥을 푸고 난 솥에 데운 물이다. 밥을 하고 나면 솥 바닥에 딱딱하게 눌은밥이 생긴다. 

요즘 전기밥솥 성능이 좋아 그렇게 눌은밥이 안생기지만 솥이나 냄비에다 밥을 하면 눌은밥이 생긴다. 눌은밥은 밥을 하다 너무 오래 태워 생긴 잘못(error)된 결과물이다. 

적당한 에러라면 누렇게 눌은밥이 되지만 과도한 에러라면 밥을 너무 태워 검게 눌은밥이 된다. 이 눌은밥을 누룽지라고 한다. 누룽지는 밥하는 온도와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해서 생긴 잘못된 결과물이지만 아주 맛있는 결과물이다. 

딱딱하게 눌은 누룽지를 긁어 먹으면 고소하니 맛있다. 과거에는 아주 좋은 군것질거리였다. 이 누룽지를 긁지 않고 찬물을 부어 끓이면 숭늉이다. 찬(冷) 물로 누룽지를 데워 익혀서(熟) 숙냉(熟冷)이었다가 발음이 변해 숭늉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럴 듯하다. 

요즘 이 숭늉 먹는 맛에 빠졌다. 그래서 밥하는 온도와 시간을 정확하게 딱 맞추어서 누룽지가 나오지 않는 전기밥솥 대신에 스테인리스 냄비에다 밥을 한다. 살짝 태워 노리끼리한 누룽지가 나오도록 뜸을 들이며 밥을 한다. 그렇게 누룽지차인 숭늉을 만들어 마신다. 밥 먹고 난 후에 숭늉을 마시면 신선이 된 기분이 든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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