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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율의 과학 산책] 9천만 년 전, 남극은 열대 우림으로 빽빽했다

지층 샘플 분석해서 발견
공룡시대 남극 연평균 기온 12도
이산화탄소 농도도 높아

  • 기사입력 2020.04.03 02:47
  • 최종수정 2021.04.26 13:04

[우먼타임스 심재율기자]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 극지방은 얼어붙은 황무지였다. 특수한 생명체가 그곳에 살았지만, 인간이나 대부분의 동물들은 극지방에 살지 않고 적도에 가까운 따뜻한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렇지만 극지방이라고 해서 항상 동물이 살 수 없을 만큼 극한의 조건을 갖춘 곳은 아니었다. 

약 9,000만 년 전 백악기 중반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서 지구 온도를 훨씬 더 뜨겁게 만들었다. 

그런 세상에서 남극은 어떻게 생겼을까? 놀라운 과학적 발견 덕분에 답을 얻었다. 과학자들은 배를 타고 2017년 파인 섬(Pine Island)과 스와이트 빙하(Thwaites glaciers)와 가까운 서 남극의 해저 밑 깊은 곳에 구멍을 뚫었다. 그 곳은 남극에서 약 900k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공룡이 살던 백악기 시대 남극은 숲으로 빽빽했다. (사진=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공룡이 살던 백악기 시대 남극은 숲으로 빽빽했다. (사진=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과학자들이 약 30m 깊이에서 끌어올린 것은 표면에서 발견한 침전물과 크게 달랐다. 독일 헬름홀츠 극지연구센터(Helmholtz Centre for Polar and Marine Research)의 지질학자 요한 클라게스(Johann Klages)는 "처음에 탐사선 위에서 조사할 때 침전물 층의 특이한 착색이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1차 분석 결과 해저 27~30m 깊이에서 바다가 아닌 원래 육지에 형성된 층이 발견됐다.

그때까지 아무도 지구상의 그런 남쪽 지점에서 백악기 샘플을 꺼낸 적이 없었다. 탐사선에는 X선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할 만큼 준비가 되지 못했다. 육지로 돌아와 샘플을 단층촬영해보니 화석화된 식물 뿌리의 복잡한 네트워크가 나타났다.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꽃가루와 포자의 흔적도 발견되었다. 이 모든 것은 약 9,000만 년 전 남극대륙에 열대우림이 있었음을 가리킨다. 불모의 얼음 천지로 변하기 전 남극의 풍경은 열대우림이었던 것이다.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Northumbria University)의 울리히 살츠만(Ulrich Salzmann)은 "많은 식물 잔해가 당시 서 남극 해안이 오늘날 뉴질랜드에서 발견된 숲과 비슷한 온대성 지대였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 추산에 따르면, 대륙판이 조금씩 표류하는 덕분에, 샘플을 시추한 장소는 남극에 수백 킬로미터 더 가까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백악기 남극도 겨울 4개월 동안 어둠에 갖혀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오랫동안 태양을 빼앗긴 상태에서 열대우림이 번성할 수 있었을까?

연구원들은 토양 표본에 포함된 생물학적, 지질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백악기 남극의 기후가 어땠을지 재구성하기 위해 모델링을 사용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백악기 중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는 과학자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남극의 연평균 기온은 12도였으며 빽빽한 초목이 남극 대륙 전체를 뒤덮었을 것이다. 

9천년 전 지구 대륙은 사뭇 달랐다. 빨간 X선이 샘플 시추지점.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9,000만년 전 지구 대륙은 사뭇 달랐다. 빨간 X선이 샘플 시추지점.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오늘날 독일 평균 기온보다 약 2도 더 따뜻하다. 평균 여름 기온은 섭씨 19도였고, 강과 늪의 수온은 최고 20도에 달했으며, 서 남극 대륙의 강우량과 강도는 오늘날의 웨일즈와 비슷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9,000만년 전 남극 대륙이 빽빽한 초목으로 덮여 있었고, 육지 얼음 덩어리가 없었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전에 백악기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고 결론짓는다.

연구하기 전에는 백악기 시대에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1,000ppm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가정이었다. 그러나 독일 브레멘 대학의 지구과학자 토르스텐 비커트(Torsten Bickert)는 “모델 기반 실험에서는 남극이 12도의 평균 기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120ppm에서 1,680ppm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티나 반 드 플리어트 교수(왼쪽)과 요한 클라게스 박사. (사진=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티나 반 드 플리어트 교수(왼쪽)과 요한 클라게스 박사. (사진=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현재 지구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치솟고 있어서 모든 사람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백악기 시대는 지구의 미래에 중대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역사 수업이다.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공동저자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티나 반 데 플리어트(Tina van de Flierdt) 교수는 “9,000만 년 된 숲이 보존됐다는 것도 매우 예외적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늪이 많은 온대 우림이 남극 가까이까지 자라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따뜻한 기후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백악기 중반은 공룡의 전성기였지만 과거 1억 4,000만 년 동안 가장 따뜻한 시기였으며 열대지방의 기온이 섭씨 35도였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170m나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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