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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는 이제 그만...올해 새 트렌드 ‘체리슈머’

전략적 소비 나선 ‘체리슈머’
불경기에 1인 가구 증가 영향

  • 기사입력 2023.01.02 17:48
  • 최종수정 2023.01.02 18:06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도 바뀌고 있다. 이른바 현대판 보릿고개 속에서 과소비는 지양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체리피커’가 주목받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플렉스나 욜로가 유행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체리피커는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발간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제시한 신조어다. 김난도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체리슈머를 2023년 현상 중 하나로 꼽았다. 

체리슈머는 실속형 소비자를 의미한다. 케이크에 올려진 달콤한 체리만 속속 골라 먹듯 구매는 하지 않고 혜택만 챙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에 ‘소비자(Consumer)’를 더한 합성어다. 얌체 소비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체리피커보다 진일보해 전략적이고 계획적으로 소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체리슈머는 얌체처럼 혜택만 챙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에서 진일보한 실속형 소비자를 뜻한다. (픽사베이)
체리슈머는 얌체처럼 혜택만 챙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에서 진일보한 실속형 소비자를 뜻한다. (픽사베이)

◇ 꼼수 부리는 소비자 아닌 알뜰한 소비자

‘트렌드 코리아 2023’에 따르면 체리슈머의 등장은 최근의 경제 악화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변화이기도 하다. 과거 대용량으로 구매해 쟁여두는 소비가 많았다면 1인 가구와 핵가족이 늘면서 필요할 때마다 소량씩 구매하는 유연한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이는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불러온 모습이기도 하다. 

“기업은 체리슈머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체리슈머를 불황 속에서 꼼수를 부리는 소수의 특이한 소비자로만 바라봤다면, 이제 그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소비자들 역시 실속을 챙기면서 소비자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매너 소비자’의 덕목을 갖춰야 할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이처럼 기업이 체리슈머에 똑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기업들은 과거 체리피커를 얌체 고객으로 인식하고 마케팅에서 제외하던 때가 있었다. 이를테면 마트 시식 코너에서 시식만 하고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처럼 기업 입장에서는 구매력이 떨어지는 실속 없는 소비자로 인식돼 온 것이다. 그러나 저성장 경제 흐름과 맞물려 업그레이드된 체리슈머는 기업이 잡아야 할 알뜰 소비자로 인식되고 있다. 

애경산업, 설화수, 에뛰드, 아이소이, 롯데온 등 뷰티 업계는 2023년 다크호스 체리슈머를 겨냥해 샘플과 트라이얼 키트 마케팅을 확대하는 추세다. 뷰티 업계뿐만 아니라 유통업계도 알뜰형 소비자를 잡기 위해 반값 세일, 1+1 구독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상품 구성과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 불경기에 1인 가구 증가 영향

체리슈머는 알뜰한 소비를 위해서 다양한 전략으로 움직인다. 경기가 나쁘다고 무조건 지갑을 닫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조각 전략과 함께 모여서 소비하는 반반 전략으로 경제적인 절약 효과와 실속을 모두 챙긴다. 

‘조각내기’ 전략의 일환으로 체리슈머는 한 두끼 분량으로 소분되어 판매되는 식재료나 1~2인용 와인처럼 소포장 제품을 더 선호한다. 비용적으로는 대용량 포장 제품이 더 저렴하지만 현재의 비용을 줄이고 잉여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소포장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1인 가구처럼 가구 형태에 따른 영향이기도 하다. 다양한 앱과 플랫폼에서 무료 샘플을 받아 사용 후 구매를 결정하는 것도 소포장 제품 구매의 대표적인 예다. 

꼭 사고 싶지만 비용을 전부 지불하기는 부담스러운 경우 여러 사람과 함께 반반 소비를 계획한다. 예컨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서 음식을 함께 주문해서 나눠 먹거나 구독료를 아끼기 위해서 OTT 구독권 계정을 공유하는 것처럼 비용과 효용을 나눌 사람을 찾아서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배달앱 쿠팡이츠는 배달공구 소비자를 겨냥해 작년 8월 ‘친구 모아 함께 주문’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자원을 알뜰하게 소비하는 측면에서 중고거래도 체리슈머가 좋아하는 거래 형태다. 중고거래를 통해서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SNS나 중고거래 앱에서 대량판매 상품을 소분해서 재판매하거나 구매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공동구매의 장이 되기도 한다. 당근마켓이 작년 공동구매를 할 수 있는 ‘같이사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그 일환이다.  

체리슈머는 유연한 소비라는 측면에서 장기계약보다 단기계약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약정이 걸린 계약보다 언제든 해지할 수 있는 계약을 통해 자유롭게 소비를 관리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미니보험이나 위약금 없는 여행상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체리슈머는 무조건적인 짠테크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현재 경제 상황과 필요 사이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소비자로 인식된다. 앞으로 경기 하락과 물가 상승이 예고된 만큼 앞으로 시장에서 이들의 영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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