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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이노베이터] 최현주 어글리어스 대표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맛이 없나요?”

전세계 버려지는 농산물, 생산량의 3분의 1
썩는 과정에서 메탄가스 발생 등 환경문제 유발
"못난이 농산물 살리자"... 새 소비트렌드 떠올라
"친환경에서 자란 농산물이 모양은 덜 예뻐"

  • 기사입력 2022.11.14 17:22
  • 최종수정 2022.11.15 17:54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변화는 관점을 비트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미 마침표가 찍힌 자리에 물음표를 바꿔 달고 사회적 맥락을 다시 짚어내는 일이다. 길이 없던 곳에 길을 내고 여기에도 길이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들의 말과 행동은 세상을 보는 해상도를 높여준다. 

‘우먼 이노베이터’는 정치·경제·사회·문화계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전에 없던 기준을 제시한 ‘혁신자’이자 ‘개척자’로서의 차세대 여성 리더를 인터뷰한다. 인식을 확장시키며 변화의 진폭을 키우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편집자주]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다양한 형태가 나오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최현주 어글리어스 대표. (우먼타임스)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다양한 형태가 나오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최현주 어글리어스 대표. (우먼타임스)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있다. 장석주 시인의 시다. 붉은 대추 한 알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있다고 말하는 시다. 어디 대추뿐일까. 오이, 고추, 사과, 토마토 안에도 비바람과 뙤약볕과 서리와 초승달이 들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시적인 은유일까. 아니다. 태풍과 천둥과 벼락은 채소의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채소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빛깔은 선명한지, 상처는 없는지, 크기는 적당한지 등을 살필 뿐이다. 사실 크게 고민하고 비교할 것도 없다. 이미 유통과정에서 규격과 기준에 맞는 채소만 선별 돼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빛깔이 선명하지 않고, 상처가 있고, 크기는 비정상인 채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똑같은 물과 햇빛으로 자라나 같은 맛과 영양을 품고 있지만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헐값에 처분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농산물 생산량의 3분의 1이 이렇게 버려지고 있다. 매년 13억 톤에 이르는 양이다. 

아깝다. 하지만 버려지는 농산물들은 단순히 ‘아깝다’는 감정을 넘어서 현실적으로 큰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우선 농산물 폐기에 비용이 들어간다. 농산물이 썩는 과정에서 메탄가스와 폐수도 발생한다. 재배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까지 따지면 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버려지는 농산물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명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이를 활용해 식품을 만드는 ‘푸드 리퍼브(Food Refurb)’가 새로운 식품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와 재공급품을 의미하는 리퍼비시드(Refurbished)의 합성어다. 

어글리어스 최현주 대표도 푸드 리퍼브 시장을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최 대표는 시장에서 외면 받는 못난이 농산물의 현실을 알고 난 뒤 새로운 유통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진열돼 있는 채소와 과일을 눈으로만 보고 골라서 사는 것이 아닌 채소의 사연과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누군가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인식했고 그 문제를 ‘내가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못난이 농산물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 '어글리어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글리어스에서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못난이 농산물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고 2~3일 전 수확한 유기농·무농약 채소를 플라스틱 없이 포장해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와 같이 보내준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농산물의 숨은 이야기도 페이퍼에 같이 담아서 보내준다는 것이다. 

어글리어스는 못난이 농산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최현주 대표는 거부감은 시각적으로 오는 것이지 진짜 이야기를 알고 나면 사랑스럽게 보인다고 확신한다. (어글리어스)
어글리어스는 못난이 농산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최현주 대표는 거부감은 시각적으로 오는 것이지 진짜 이야기를 알고 나면 사랑스럽게 보인다고 확신한다. (어글리어스)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불러오는 ‘일석사조’ 효과

편견을 만든 것이 사람이라면, 그 경계를 허무는 것도 사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행동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는 ‘왜’라는 질문이 중요해진다. 왜 이 일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이 명확하면 행동도 구체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는 일의 출발점이자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최 대표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 인간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가 농산물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왜 문제라고 생각했나요?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기사를 읽었어요. 못난이 농산물이 해외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공익적·비즈니스적 시도를 통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글이었어요. 이 문제가 국내에도 있다면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사 먹어봤어요. 온라인에서 못난이 토마토를 구해 먹어봤는데 아무런 차이가 없었어요.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소비할 마음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일회성 구매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만나고 소비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려면 5~10kg씩 한 품목을 한 번에 많이 구매하는 방식보다 다품종을 소량 구매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못난이 농산물로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문제를 소비자 시점에서 조사하면서 발전해나갔어요. 

사실 기사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저는 하동에서 나고 자랐는데요. 집 앞에서 오일장이 열려서 2일, 7일이 되는 날이면 할머니들이 농산물을 팔러 나오곤 했어요. 앵두와 산딸기가 있고 가지와 오이가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지금 마트에서 파는 농산물과는 모양이 많이 달랐어요. 왜 내가 이렇게 올곧은 가지를 보고 있을까? 그걸 왜 당연시하고 있지? 어린 시절 어머니 심부름 가서 본 채소들은 다양했거든요. 그게 자연스러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 대형유통업계에서 정한 표준규격에 맞지 않는 농산물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소외됩니다. 마트나 시장에서 외면당한 농산물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요?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품목마다 잉여 농산물이 10~30%가 나오는데 거래 가치로 환산하면 5조 원 규모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산지를 돌아다닐 때도 10~30% 정도가 못난이 농산물로 분류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근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요. 기존에는 많은 경우 잉여 농산물이 가공으로 소비돼왔습니다. 그러면 가격이 일반 거래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요. 많게는 10%까지 떨어져 거래되기도 합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버리는 것보다 가공으로라도 소비하는 게 낫지만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죠."

- 가공으로도 소비되지 못한 농산물은 폐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잉여 농산물을 둘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라도 대부분 폐기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폐기 위기에 놓인 농산물을 구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못난이 농산물 시장이 활성화되었을 때 발생하는 효과는 한 가지가 아니에요. 먼저 생산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줄이고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어요. 농산물이 버려지면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나 땅에 묻혔을 때 발생하는 폐수와 같은 환경적 문제도 해결됩니다. 사회적 비용도 절감되는데요. 똑같은 물과 비료, 노동으로 건강하게 자란 농산물을 버리지 않으면 생산에 투입된 비용과 폐기 비용을 모두 지킬 수 있어요."

- 일석사조의 효과가 발생하네요. 효과가 확실하다면 그것을 어떻게 실현시킬지가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잉여 농산물에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나요?

"남겨진 농산물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기존 구조에서 탈피해서 바라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형 유통사가 주도하는 구조에서 잉여 농산물을 해소하려면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콘텐츠로 먼저 소개하고 제품을 받게 된다면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어요."

- 그 콘텐츠가 채소와 농부에 관한 스토리텔링이었죠. 어글리어스 마켓은 홈페이지, SNS, 구독자 레터를 통해 채소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농부들의 사연을 사려 깊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달에 집중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못난이 농산물이 떨이 상품처럼 인지되거나 소비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다양한 형태가 나오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대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부감은 시각적으로 오는 것이지 각각의 채소가 가진 이야기를 알게 되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알고 나면 사랑스럽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생동감 있는 스토리 전달이 기존에 풀지 못했던 문제를 푸는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못난이 농산물이 소비되었을 때 효과는 크게 네 가지다. 생산자는 정당한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버려지는 농산물로 발생하는 환경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된다. (어글리어스)
못난이 농산물이 소비되었을 때 효과는 크게 네 가지다. 생산자는 정당한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버려지는 농산물로 발생하는 환경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된다. (어글리어스)

 

누군가는 풀어야 했던 잉여 농산물 문제

사연 없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채소에도 각자의 사연이 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 예컨대 몰아치는 비바람을 그대로 맞고 견뎠다는 환경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농약을 치지 않기로 한 농부의 마음이 있다. 어글리어스는 소비자에게 그 사연을 친절하게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들어졌다. 

이 플랫폼을 만들기까지 최 대표는 한 번의 창업과 두 번의 직장생활을 했다. 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전시기획 일을 하다가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면서 첫 번째 창업을 했다. 이후 다시 IT스타트업에 들어가 기획자로 일을 하다 어글리어스를 창업한다. 일의 선택 기준은 언제나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가’였다. 

못생긴 농산물로 인한 사회문제는 누군가 풀어내야 하는 문제였다. 최 대표는 스스로 그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확신했다.  (우먼타임스)
못생긴 농산물로 인한 사회문제는 누군가 풀어내야 하는 문제였다. 최 대표는 스스로 그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확신했다.  (우먼타임스)

- 사회에 나와서 그려온 각각의 점들은 어떻게 이어져 온 건가요?

"당시에는 많은 청년이 그러하듯 뚜렷한 진로에 대한 청사진이나 목표 의식이 있진 않았어요. 추상적으로나마 갖고 있었던 기준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무엇이 내게 맞는지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사회가 제시하는 정확한 스텝을 따라갔어요.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루트죠. 저 역시 그 길을 따라가면서 공기업에 입사했는데 잘 맞지 않았어요. 저는 성취지향적인 사람이고 성장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인데 당시 일은 그러지 못했어요. 

그러다 명예나 회사 이름에 구애받지 말고 한번 일해보자고 해서 작은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실력 있는 예술가와 어린이를 매칭해 교육하고 전시로 이어지게 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었어요. 기획에 참여하면서 왜 가난한 예술가들은 정부지원금에만 매달려야 할까 의문이 들었어요. 이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창업 세계를 알게 됐어요. 성취 지향적인 삶을 살기에 적합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다시 창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IT스타트업에 취업했어요. 그곳에서 현직자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일을 했습니다. 돌아보면 수익과 트렌드를 좇기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하는 열망을 늘 갖고 있었네요."

- 그리고 ‘못난이 채소’를 ‘구독서비스’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채소 구독서비스는 참고할 만한 국내 사례도 없었고 내용물의 특성상 안정적이란 말과도 거리가 있었습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선명하게 봤던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업성이나 수익성은 아니었어요. 그런 것을 생각했으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단지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였어요. 문제가 확실히 있는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가 중요했어요. 누군가 풀어내야 하는 문제였는데 내가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 신선식품 커머스는 보관과 유통 면에서 난이도가 높습니다. 게다가 못난이 농산물이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았을 것 같습니다. 

"신선식품이라는 어려움에 ‘못난이 농산물’로 중첩된 구조라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어요. 신선식품에 있어서는 안전한 배송 방법을 찾아야 했고, 못난이 농산물을 품질 문제 없이 보내야 하는 과제가 있었어요. 못난이 농산물이라서 품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조심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는 얘기예요. 구부러지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가 많아서 오래 저장할 때 보통 상품보다 예민한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구독자 수에 맞게 ‘재고 없이 수확 즉시 공급’함으로써 품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어요. 신선식품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한 배송 테스트는 여전히 매주 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온도와 같은 환경을 고려해서 안전성을 테스트했다면 지금은 친환경 테스트를 하고 있어요. 안전하고도 친환경적으로 배송하는 것이 어글리어스의 목표입니다. "

- 시장 진입을 위해 ‘구독’이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신선식품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구독 서비스라는 형태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 파트별 역할과 협업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IT개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선별하고 질을 관리해야 하는 까다로운 농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협업이 중요해요. 현재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는 개발팀, 산지를 다니며 농산물을 찾고 관리하는 소싱MD팀, 이를 포장하고 출고하는 물류팀, 고객 반응을 관리하는 CS운영팀, 스토리텔링을 맡고 알리는 마케팅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리 팀은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발굴하고 콘텐츠화는 능력이 좋은데 채소 스토리는 산지와의 소통에서 나옵니다. 소싱MD팀은 거의 쉬는 날 없이 산지에 다니는데 직접 산지를 다니면서 친환경 농법에 철학을 가진 농부가 많다는 걸 알았어요. 땅에 좋은 것이 사람에게도 좋다는 철학으로 땅을 지키는 친환경 농법을 개발하신 분들입니다. 그렇게 소싱MD팀이 출장에서 다녀오면 농가 이야기부터 사진까지 정리한 출장일지를 공유합니다. 다음 주에는 이러한 제품이 판매될 것이고 소비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갑니다. 특히 CS운영팀과는 사전에 농산물이 갖는 특이점을 샅샅이 공유해서 소비자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조치하는데요. 그럼에도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와 소통하고 적절한 사후관리를 진행합니다."

까다로운 농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협업이 중요하다. 채소 스토리는 산지와의 소통에서 나온다. (어글리어스)
까다로운 농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협업이 중요하다. 채소 스토리는 산지와의 소통에서 나온다. (어글리어스)
소싱MD팀은 쉬는 날 없이 직접 산지를 찾아 다니며 사연을 듣고 농가를 개척한다. (어글리어스)
소싱MD팀은 쉬는 날 없이 직접 산지를 찾아 다니며 사연을 듣고 농가를 개척한다. (어글리어스)

- 산지를 다니다 보면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정말 편견일 뿐이라는 것을 강하게 체감하는 때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팀이 산지를 돌아다니면서 본 것은 못생기게 자란 환경이 맛을 더 좋게 만드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사과는 봉지 재배라고 해서 처음부터 종이에 싸서 키우거든요. 반사판까지 대서 빨갛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데 친환경 사과는 봉지 재배를 하지 않아요. 비바람을 그대로 맞고 폭풍우를 견디면서 거칠게 자라나요. 스스로 거친 환경을 이겨내고 자라서인지 당도가 깊고 육질은 더 아삭해요. 못생겼는데 맛있는 경우가 많아서 ‘못생긴 것에 속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요."

- 어글리어스의 기업문화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자율성과 주도성에 기대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겠지만 우리도 팀원들이 주어진 상황에서만 사고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문제를 ‘아웃 오브 박스(Out of Box)’해서 해결할 수 있을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분들을 선호하고 실제로 그런 분들이 모여있어요. 탑-다운 형태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공유되고 원하는 사람이 실천하는 구조예요. 에너지 레벨이 높고 활기가 넘칩니다."

- 2020년 10월 론칭 후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론칭 후 연평균 7배씩 성장하고 있는데 월에 2배씩 오르기도 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해왔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제품 만족도에 기반한 입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반에는 채소 스토리와 레시피를 쓰면서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 시기라 마케팅이나 광고에 자원을 들일 여유가 없었어요. 그때 우리를 소개해주는 소비자가 많았어요. 자발적 홍보 글로 자연 유입된 고객들을 동력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조명받지 못했던 것의 가치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게 알렸다는 점도 성장 포인트로 짚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구독 서비스라는 특수성에 소량 배송으로 소비자 효율을 얻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채소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지 못했다면 잠시 불타올랐다가 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발로 뛰어서 소싱하는 팀이 있고 모든 산지와 직접 거래하며 못난이 농산물의 관리·거래기준을 확립해왔습니다. 덕분에 업계에서 가장 많은 농가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품목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다양성 존중하는 시각 확대돼야

현재 어글리어스의 회원 수는 6만 명 정도다. 소비자층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핵심 소비자층은 30대 여성이다. 이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제대로 식사를 만들어 먹는 것이 힘에 부치지만 20대 때보다 건강은 더 잘 챙기고 싶다는 공통 니즈를 갖고 있다. 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이 소비층은 환경·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큰 것이 특징이다. 같은 값이라면 더 가치 있는 것을 소비하겠다는 자세. 그러한 삶의 지향점이 어글리어스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이 일치점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내가 원하는 삶을 조금 더 쉽게 지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찾기 때문이다. 아무리 뜻이 좋다 하더라도 결국 사용자가 원하고 오래 사용해야 기업도 존속할 수 있다. 

- 지속가능한 성장은 시대의 화두입니다. 어글리어스 마켓 역시 이를 지향하는 기업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기업이 지향해야 할 일이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할 텐데요. 

"우리는 운이 좋게 코로나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 포용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지속가능한 성장에서는 소비자 인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소비자가 그 제품을 소비할수록 기업도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니까요. 기업은 소비자 관점에서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안 된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못난이 농산물도 동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 삶에 필요한 한 부분을 찾아서 하나의 퍼즐로 소비되게 해야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비자 피드백을 수용하면서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고민해야 시장이 커져요. 

앞으로는 포장재 문제를 푸는 것이 또 다른 과제인데요. 어글리어스의 미션은 ‘지속가능한 식탁’이에요. 여기에는 함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환경적 가치를 생각하고 친환경적인 유통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품질을 지키면서 포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빠른 시일 안에 풀고 싶은 과제예요."

어글리어스는 출고 2~3일 전 수확한 유기농·무농약 채소를 플라스틱 없이 포장해 보내준다. 포장재 문제는 앞으로의 과제로 '지속가능한 식탁'이라는 미션을 중심으로 품질을 지키면서 포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어글리어스)
어글리어스는 출고 2~3일 전 수확한 유기농·무농약 채소를 플라스틱 없이 포장해 보내준다. 포장재 문제는 앞으로의 과제로 '지속가능한 식탁'이라는 미션을 중심으로 품질을 지키면서 포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어글리어스)

- 어글리어스 마켓은 개성과 변수가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비즈니스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어글리어스 마켓을 통해서 사회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예전 창업과도 연결되는 지점인데, 당시에도 사회에서 개성이 죽어가고 있다는 문제 인식을 많이 했어요. 취향 존중, 개성 존중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자유롭게 해야 하는데 각자의 개성을 가진 예술가와 크리에이터가 설 자리가 없었어요. 채소도 마찬가지였어요. 농산물도 외모로 판단할 때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각이 확대돼야 해요. 구독자 가운데 많은 학부모님이 아이들에게 배송된 못난이 농산물을 교육자료로 쓴다고 얘기해주세요. 오이는 이렇게 생기기도 해, 사과는 이렇게 생길 수도 있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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