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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성전환자 군 복무 여부 판단, 군의 손 떠나 사법부에 맡겨지다

강제전역 변희수 전 하사, 강제전역 취소 행정소송 제기
21개 인권단체가 변호인단 꾸려서 소송 지원

  • 기사입력 2020.08.12 15:09
  • 최종수정 2020.09.08 13:58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먼타임스 천지인 기자]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가부에 대한 판단이 군을 떠나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의 최종 판결은 성전환자 및 성소수자의 직업선택 권리와 관련, 우리 사회에 첫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해 강제전역된 변희수(22) 전 하사가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원에 강제전역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변 전 하사는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위한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단과 혐오를 이길 수 있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21개 단체가 모인 ‘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곧바로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대위는 변호사 29명으로 공동변호인단을 꾸리고 미국의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OSF)’과 함께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의 복직을 위한 탄원운동을 온라인으로 개시했다.

변 전 하사는 군복 대신 하얀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결연한 목소리로 소송의 의미와 각오를 밝혔다.

변희수 전 하사는 이날 평상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연합뉴스)
변희수 전 하사는 이날 평상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육군본부의 전역처분 취소 신청에 대한 기각 결정은 일상을 찾아가던 저를 다시 충격에 빠트렸다. 저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회로 내팽개쳐졌다. 육군본부를 비롯해 국방부, 혐오로 가득한 이 사회에 실망했다.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을 내걸었고 저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2020년 저와 같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전혀 다를 게 없다.”

“저는 육군으로부터 강제전역 당했고 숙명여대에 입학하고자 성별 정정 후 시험을 치렀던 한 학생은 합격했음에도 입학을 포기했다 성소수자는 ‘사람’에 포함되는 게 아닌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럼에도 ‘사람이 먼저다’는 슬로건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논의하고 관련 청원에 참여하는 대한민국 시민사회를 믿는다. 어릴 때부터 나라와 국민을 지키고 싶어 입대한 군대에서 계속 복무하고 싶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휴가를 얻어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 부대는 이를 용인했으나 육군은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실시한 후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린 뒤 올 1월 22일 강제전역 처분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 2월 재심사를 요구하며 육군본부에 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7월 3일 “전역 처분은 현행 군인사법에 규정된 의무심사 기준 및 전역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군은 그를 ‘심신 장애인’으로 규정했다. ‘완전 귀두부 상실 및 음경 발기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5급)’와 ‘양측성 고환 결손(5급)’에 해당해 종합평가등급표상 ‘심신장애 3급’이라고 판정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성기 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는 누구든 군 복무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당시 그의 강제전역 조치를 둘러싸고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항의가 이어졌다. 이후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가 일부 반대 여론에 직면해 입학을 포기하면서트랜스젠더 문제가 사회의 이슈로 등장했다. 변 전 하사는 법원에서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았다.

공대위는 이날 “군이 밝힌 전역 사유는 성확정수술 단 하나다. 본인 성적 정체성을 추구하기 위한 치료 행위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위헌적 판단이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변 전 하사가 적법절차에 따라 상관의 허가를 받아 성확정(성전환) 수술 목적의 국외여행을 떠난 점, 이러한 허가는 육군 참모총장에게까지 모두 보고된 점, 수술 이전에도 본인이 비수술 트랜스젠더란 점을 부대에 보고했으나 문제없이 계속 복무할 수 있었던 점, 어려서부터 군인의 꿈을 키워왔고 복무 중에도 우수한 성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점 등을 모두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성기의 여부가 군복무를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재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장은 “트랜스젠더라 하더라도 군인 복무에 아무 이상이 없고 군 기강과 전투력 보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이번 소송을 ‘한국사회 인권의 리트머스지’라고 비유했다. 그는 “유방암으로 암(세포)이 없었던 한쪽 유방도 절개해 전역조치 당했던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당시 중령)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며 “만약 패소하면 우리 법원이 인권의 보루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국제적 비난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현행법상 현역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 군 복무를 중단해야 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땅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남성 성기를 상실한 장애를 가졌다는 사유로 강제전역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의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군의 전역처분은 남성 성기가 사라진 신체 변화를 신체장애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본인의 성적 정체성을 선택한 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변 전 하사의 복직 소송이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와 개인행복 추구권이라는 점에서 그의 강제전역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군이 항소하면 대법원까지 이 투쟁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선진 외국 대부분은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집단도 상당히 존재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으로 사회가 발전해가고 있다는 점도 판결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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