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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성소수자 혐오 반대' 광고판, 성소수자와 시민들이 복원하다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8월 중 지하철 신촌역에 광고 게시
-이틀 만에 성소수자 혐오한다는 사람이 두 번 훼손
-성소수자와 시민들이 포스트잇 붙이며 복원

  • 기사입력 2020.08.04 14:53
  • 최종수정 2020.08.04 15:05

[우먼타임스 천지인 기자]

서울지하철 신촌역이 갑자기 성소수자 혐오 이슈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사연은 이렇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을 앞두고 ‘얼굴 되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을 통해 모은 참가자들의 얼굴 사진을 붙여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고 적은 대형 광고판을 만들었다.

이 단체는 5월 17일을 맞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이 광고판을 게시하려 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에서 ‘의견광고’에 해당한다며 승인을 늦췄다. 그러자 이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 인권단체 협력 사업 중 하나로 8월 한 달간 신촌역에 광고를 게시하게 됐다. 광고판은 지난달 31일 신촌역에 붙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인 2일 새벽 이 광고판이 찢겨진 채로 발견됐다. 광고가 훼손되자 무지개행동 단체와 성소수자들, 시민들이 빈 광고판에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고 이들과 연대하는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성소수자’라는 문구를 다시 만들었다. 무지개행동 명의의 항의 성명서도 붙었다. 하지만 이 역시 3일 오전 다시 절반 이상이 떨어진 채로 발견됐다.

찢겨진 광고판.
찢겨진 광고판.
훼손된 광고판 자리에 성소수자와 연대한다는 의미로 붙은 포스트잇.
훼손된 광고판 자리에 성소수자와 연대한다는 의미로 붙은 포스트잇.
훼손된 자리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포스트잇을 붙여 복원한 ‘성소수자’ 문구.
훼손된 자리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포스트잇을 붙여 복원한 ‘성소수자’ 문구.

서울 마포경찰서는 3일 광고판을 훼손한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소수자들이 싫어서 광고판을 찢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종교적 이유였다고 진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무지개행동은 2일 성명을 내고 “광고 훼손은 명백한 증오범죄”라며 “일벌백계해 증오에 기반한 폭력은 어떤 방식으로도 용납될 수 없음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는 복원됐다.

복원된 광고판.
복원된 광고판.

우먼타임스는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과 연대한다는 취지로 이 단체의 페이스북에 실린 논평과 사진, 시민들이 붙인 포스트잇 내용을 그대로 전재한다.

[논평] 평등의 외침은 증오와 폭력을 이긴다

아이다호 공동행동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을 기념하기 위해 신촌역에 광고를 게시했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인 8월 2일 아침, 광고는 처참하게 훼손되었습니다. 이에 많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해당 장소를 찾아와 안타까움과 분노, 응원과 다짐 등 많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마저도 바로 다음날 새벽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곧바로 소식을 들은 이들이 당일 오전부터 직접 신촌역을 방문하여 복구해주기도 했습니다.

현재 광고는 다시 설치되었습니다. 함께 모아낸 메시지들은 지금 없지만, 다행히 사진으로 남겨둘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남긴 메시지와 그 기록들을 온라인에서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광고는 8월 한 달 동안 게시됩니다. 그동안 어떤 상황들이 발생할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 우리는 함께 서로의 안녕을 지키며 권리를 요구할 것입니다.

신촌역은 본의 아니게 ‘핫스팟’이 되었습니다. 훼손과 위해가 반복되는 만큼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한편으로 신촌은 2000년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모인 ‘신공’(신촌공원)과 2014년 퀴어퍼레이드에서 혐오세력의 방해를 넘어 행진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 이번 상황은 신촌에서 퀴어의 시간을 다시 열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함께 모여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안전을 보장받고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폭력과 증오에 반대하는 우리의 염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할 것입니다.

한 달 동안 많은 이들이 신촌을 찾아 우리의 장소를 기록하고 기억하며 지켜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모니터링합시다. 혐오에 맞서 많은 언어와 이야기를 만들어냅시다. 성소수자로서 공적인 장소에서 목소리 내는 시도를 반대하고 위협하는 이들에 대항하고 지켜냅시다.

2020. 08. 03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공동행동

■ 8월 2~3일 동안 광고판에 시민들이 남긴 메시지

- 이곳은 지난 8월 1일부터 성소수자혐오반대광고가 게시되었다가 8월 2일자 특정인의 훼손, 파괴행위로 임시로 광고가 철거된 자리입니다. 그동안 시민여러분이 이 공간을 연대와 응원의 목소리로 채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트랜스젠더이자 성소수자 당사자가))

- 우리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 은평구에 사는 성소수자 왔다감

- 성소수자 혐오 없는 사회를 바랍니다

- 경계 없는 관계 모든 관계를 위해 TODAY4U

-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누구든 안전한 일상에서 살아갈 권리는 있습니다.

- 차별금지법으로 함께 해요. 우리 존재 만만세!

- 해방촌에 사는 젠더퀴어 바이섹슈얼입니다. 우리도 세금 내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를 지우지 마세요

- 퀴어혐오 out

-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하라!!! 목 잘린 내 사진 돌려내라!!!

-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 경남에서 왔다감. 전국 어디든 우리는 존재한다. 성소수자 파이팅!

- 청소년 성소수자도 함께합니다. 우리 존재 파이팅!♥

-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광고를 찢어도 존재는 사라지지 않아요.

- 너들이 ‘우리’를 찢어놓아도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너는 교과서에 박제될 거임)

- 나도 결혼하고 애 낳고 살고 싶어. 그냥 평범하게. 근데 게이인 걸 어쩌라고.

- 우리 모두 사람이다!

- 신촌에 살아요. 나도 같이 서울 살고 있어요!

-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근무하는 남성시스젠더 동성애자 이종걸입니다.

-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어요. 당신의 곁에도 존재할 수 있는 퀴어 그대로 받아들여주세요.

- 서대문구 명지대 근처에서 살고 활동하고 웃고우는 논바이너리 범성애자 #사랑은_혐오를_이긴다

- 서울시 동대문구 정의당 경희대 학위에서 활동하는 양성애자입니다. 성소수자는 일상 속에 있습니다.

- 사랑은 사랑이다

- 우리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존재를 지우지 말아주세요.

- 차별을 禁하라 평등을 허하라

- 은평구에 사는 성소수자 왔다감 –곱단-

- 우리의 존재를 지울 수 없다. 무지개빛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며 ♡ –S.M-

- 성소수자 혐오 없는 사회를 바랍니다.

- 안산에 바이 다녀감

- 사랑은 그냥 사랑입니다.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습니다. 항상 당당하게 살기를

- 모든 혐오에 반대합니다. 모두가 사랑할 자유를 옹호합니다

- WE ARE WITH YOU AS ALLIES!

- 서울 거주 트랜스젠더 우리의 존재는 훼손될 수 없다

- 어디 한번 나도 찢어봐라 –서울 성소수자

- 서울에 13년산 성소수자 다녀감! 성소수자는 일상 속에 있습니다

- 우리 존재는 막을 수 없다구욧! -문연

- 수많은 것들처럼 정체성도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지금은 후회 안 함

- 차별 없는 사회를 기원합니다

- 응원합니다!

- 마음을 담아 응원합니다!

- 연대는 혐오보다 강하다

- 존재하는 것에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심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광고 훼손한 선생님(ㅅㅂㅅㄲ) 유병장수하시고 잔병치레 하기를 기원

- 캠페인은 계속 된다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 찢기고 훼손되더라도 우리의 존재는 지워지지 않는다. 서로를 이어주는 수많은 존재들이 함께할 것이기에!

- 성소수자는 여기에 살고 있다 –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 사랑은 사랑이다♡ LOVE IS LOVE♡

- 우리 존재 힘내라! -ㅈㅇㅅ-

- 퀴어 혐오 OUT

- 우리의 존재는 지워지지 않는다. 성소수자를 지우지 마라.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 真爱无敌! 사랑은 혐오보다 강해요.

- #성소수자는_당신의_일상_속에_있습니다 #차별금지법_제정하라! <성소수자 기독교인, 한국최초 성소수자의 교회 로뎀나무그늘교회>

- 우리의 존재를 지우지 마라

- 서울 사는 트랜스젠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 응원합니다

한 누리꾼이 훼손된 광고에 글자를 합성해 넣어 만든 이미지. 페이스북에서만 1000회 이상 공유됐다.
한 누리꾼이 훼손된 광고에 글자를 합성해 넣어 만든 이미지. 페이스북에서만 1000회 이상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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