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슈 짚기] 지구촌 ‘바디 포지티브’ 운동…내 몸은 아름답고 당당하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이 아닌 개성을 중요하는 밀레니얼 세대
-체형과 관계없이 자신의 몸 그대로를 사랑한다
-여성성 강조한 속옷 브랜드는 지고 편의성 내세운 속옷 브랜드 인기
-빅 사이즈 모델, 일반인 모델 인기

  • 기사입력 2020.03.14 00:45
  • 최종수정 2020.09.10 17:05
섹시함보다 편의성을 강조한 여성 속옷 브랜드 에어리의 '내 몸 긍정주의' 마케팅. (에어리)
섹시함보다 편의성을 강조한 여성 속옷 브랜드 에어리의 '내 몸 긍정주의' 마케팅. (에어리)

[우먼타임스 김소윤 기자] 최근 자신의 체형에 관계 없이 자신의 몸 자체를 사랑하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패션업계의 최신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과거 마른 모델을 선호했던 유명 브랜드들이 통통한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2000년대에 출생한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진다.

◇섹시함은 가라, 빅토리아 시크릿의 몰락

얼마 전 사모펀드에 매각된 미국의 럭셔리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밀려났다. 57년간 브랜드를 이끌어온 CEO 레슬리 웩스너도 퇴진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1955년부터 자체 패션쇼를 열어오며 미란다 커, 지젤 번천 등 세계적인 모델을 배출했다. 미국 속옷 시장 점유율의 절반에 가까웠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불과 몇 년 만에 20%대로 떨어졌다. 10대들의 의류 브랜드 선호 조사에서도 밀렸다.

빅토리아 시크릿 속옷은 편안함보다 여성성을 강조한 디자인이 강조됐다. 이는 신체적 다양성과 편의성을 중요시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 섹시한 속옷을 입은 8등신 모델들만 등장하는 자체 패션쇼도 여성을 성 상품화한다는 비난을 샀다.

빅토리아 시크릿 마케팅 담당자가 “트렌스젠더 모델이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게는 ‘판타지’를 갖기 힘들다. 패션쇼 무대에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이 회사는 결국 20년 만에 패션쇼를 중단했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속옷 브랜드와 차별화를 보이며 주목받은 써드러브는 IT 기술을 접목해 맞춤형 속옷을 제작해준다. (써드러브)
여성성을 강조하는 속옷 브랜드와 차별화를 보이며 주목받은 써드러브는 IT 기술을 접목해 맞춤형 속옷을 제작해준다. (써드러브)

섹시함을 고집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이 밀려나고 미국의 속옷 시장에선 신체적 다양성과 편의성을 강조한 ‘에어리’, ‘어도어미’, ‘새비지앤펜티’, ‘써드러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에어리’는 ‘내 몸 긍정주의’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SNS에서 ‘REAL’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펼치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몸매를 가진 모델을 기용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써드러브’는 속옷 제작에 IT 기술을 접목시켰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속옷을 제작해주는 것이다. 제작 방식은 간단하다. 스마트기기로 사진을 찍으면 정확한 사이즈를 분석해주고 이에 맞는 속옷을 제작해 배송해준다.

에잇세컨즈의 일반인 모델들이 모델 한현민(맨 왼쪽)과 함께 모였다. (에잇세컨즈)
에잇세컨즈의 일반인 모델들이 모델 한현민(맨 왼쪽)과 함께 모였다. (에잇세컨즈)

◇ 8등신 백인 모델 대신 통통한 일반인 모델 기용

최근 타미힐피거, H&M, 나이키 등 세계적인 의류브랜드에서도 8등신 백인 모델이 아닌 통통한 몸매를 가진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나이키는 모델뿐만 아니라 매장에 통통한 사이즈의 마네킹도 배치했다. 패션업계는 또 나이가 많은 시니어 일반인 모델을 내세우며 다양성을 중요시한다. 

지난해 6월 런던 나이키 매장에 처음 등장한 빅사이즈 마네킹. (나이키)
지난해 6월 런던 나이키 매장에 처음 등장한 빅사이즈 마네킹. (나이키)

삼성물산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일반인 모델 콘테스트인 ‘에잇 바이 미’를 통해 8명의 일반인 모델을 선정했다. 선정된 모델은 3개월간 브랜드 모델로 화보를 찍고 홍보 활동에 참여했다. 당시 선정된 모델 중엔 유튜버, 플러스 사이즈 모델 지망생 등이 포함됐다.

장애인을 위한 옷을 출시하는 것도 이 일환이다. 삼성물산은 패션 대기업 최초로 장애인 전문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하티스트’를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을 주제로 패션 전문가, 재활의학 전문의,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등과 협업해 탄생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장애인을 위한 의류 브랜드 하티스트를 론칭해 눈길을 끈다.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최근 장애인을 위한 의류 브랜드 하티스트를 론칭해 눈길을 끈다. (사진=삼성물산)

◇유럽에선 마른 모델 금지  

국내 첫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김지양 씨는 ‘자기 몸 긍정주의’라는 트렌드와 잘 맞는 인물이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비교적 날씬한 몸을 가졌었지만 진로 고민 등으로 살이 쪘고 24살에 첫 직장을 관두게 됐다고 한다. 이후 우울한 시기를 보내다가 우연히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 대해 알게 되고 직업으로 삼았다.

김 씨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최대 플러스 사이즈 패션쇼인 ‘풀 피겨드 패션위크’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데뷔(2010년)했다. 2011년엔 ‘아메리칸어패널 플러스 사이즈 모델 콘테스트’에 참가해 온라인 투표 부문 전 세계 991명 중 8위를 기록했다. 현재 김씨는 플러스 사이즈 쇼핑몰을 창업하고 방송과 강연 등 외부 활동도 병행하며 외모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마른 모델의 활동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2017년 프랑스는 지나치게 마른 모델의 패션업계 활동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모델 에이전시·브랜드 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징역형에 처하는 법을 시행했다.

세계적인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 케링 그룹도 모델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헌장을 함께 마련했다. 마른 모델을 금지하는 법규는 프랑스에 앞서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마련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