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女 메달리스트, 억압에 망명 선언

이란, 여전히 여성 스포츠 활동 억압 '위선, 거짓, 불평등보다는 향수병 선택'

2020-01-14     최지원 기자
리우 올림픽에서 태권도 동메달을 획득한 키미아 알리자데 (사진=연합뉴스)

[우먼타임스 최지원 기자] 이란 올림픽 사상 유일한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 키미아 알리자데가 이란의 여성억압을 비판하고 망명을 선언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키미아 알리자데(21)는 지난 12일 개인 SNS를 통해 이란을 떠날 것이라 밝혔다. 알리자데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태권도 57kg급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18세였던 그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히잡을 두르고 헤드기어를 써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란 역사상 처음 메달을 딴 알리자데는 이란 여성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올림픽 이후 알리자데의 사진이 이란 수도 곳곳에 걸릴 정도였으며, 영국 BBC는 그를 ‘2019년 여성 10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란 여성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스포츠 활동에서 많은 제약을 겪어왔다. 여성선수단은 히잡, 긴팔, 긴바지 착용은 물론이고 감독, 코치까지 전원 여성이여야 한다. 뿐만아니라 여성들은 경기장에서 관람을 하지 못한다. 이에 지난 2019년 한 여성팬이 분신한 사건도 있었다. 

알리자데는 메달을 딴 이후에도 당국의 변함없는 여성차별과 억압에 반발해 결국 망명이라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는 이란에서 억압받는 수백만 여성 중 하나다. 그들(이란 당국)은 내 메달을 이용하면서 ‘다리를 그렇게 쭉쭉 뻗는 것은 여자의 덕목이 아니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모욕했다”며 “‘나는 위선과 거짓, 불평등, 아첨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기에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어려운 향수병의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ISNA 통신은 알리자데가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희망하지만 이란국기는 달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