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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 벌 빨 때마다 미세섬유 70만개 발생... 바다는 미세플라스틱 저장고

내가 입은 옷이 내 입으로...해양 먹이사슬 타는 미세섬유
청바지 한 벌에 9000L 물 사용...2L 생수 1350개 양

  • 기사입력 2023.03.22 11:45
  • 최종수정 2023.03.22 11:47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옷으로 인한 환경오염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부터 떠오르는가. 누군가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된 헌옷 쓰레기 더미인 '옷 무덤'을 떠올릴 수 있다. 옷으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도 만만치 않다. 유행따라 옷을 바꾸는 패스트패션은 우리의 수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약 35%가 합성섬유 제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얇은 티 한 장을 만들 때 들어가는 물의 양부터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세탁할 때 발생하는 미세섬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문제까지 패션산업은 다양한 물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패스트 패션 산업이 물 환경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옷을 만들 때 들어가는 물의 양부터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세탁할 때 발생하는 미세섬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문제까지 패션산업은 다양한 물 문제를 안고 있다. (픽사베이)
옷을 만들 때 들어가는 물의 양부터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세탁할 때 발생하는 미세섬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문제까지 패션산업은 다양한 물 문제를 안고 있다. (픽사베이)

◇ 면 티셔츠 한 장에 물 2700L 사용돼

옷은 기본적으로 제작 과정에서부터 물 사용량이 상당하다. 청바지를 예로 들어보자.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물의 양은 최소 9000L에 달한다. 이 양에 대한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2L짜리 생수병을 떠올려보자. 청바지 한 벌도 떠올려보자. 그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2L 생수 1350개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면으로 만든 옷은 그래도 더 친환경적이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흰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소비되는 물의 양은 약 2700L. 한 사람이 3년간 마시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게다가 순면을 얻기 위해서 전 세계 농약의 10%, 살충제의 25%가 목화에 사용되고 있다. 

옷을 염색하는 공정에서 사용된 화학물질과 폐수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류산업에서 나오는 폐수는 전체 산업용 폐수의 20%에 이른다. 

그렇다면 독성 살충제를 쓸 일이 없는 합성섬유는 친환경적일까? 그렇지 않다. 합성섬유는 썩지 않는다는 특징과 함께 미세섬유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 하수처리 시설에서도 안 걸러지는 ‘미세섬유’

석유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들어진 합성섬유는 면을 제조할 때보다 물 낭비가 적은 대신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아 면섬유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시킨다. 무엇보다 옷을 입은 후 세탁할 때 수많은 미세섬유를 발생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옷을 한 벌만 세탁해도 70만 개 이상의 미세섬유가 발생한다. 미세섬유는 이름 그대로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크기가 1mm도 되지 않아 하수처리 시설에서도 걸러지지 않는다. 세탁기를 한 번 돌릴 때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의 미세섬유가 하수구로 흘러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간 미세섬유 조각은 140만 조 개로 추정된다. 영국 엘런맥아더재단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탁으로 자연에 방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2050년 연간 7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섬유 방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패스트패션 산업 성장에 맞춰 값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폴리에스터, 폴리아미드, 폴리프로필렌 등 합성섬유가 주요 의류 소재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이 중에서도 전세계 의류 시장 섬유의 60%를 차지하는 소재는 폴리에스터. 1년에 7666만 톤 가까이 생산되고 있다. 

덕분에 패스트패션 산업 성장과 함께 섬유 폐기물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세 플라스틱은 일회용 컵이나 도구 등에서 부서져 나와 발생하기도 하지만 전체 3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질 정도로 옷의 지분이 높다. 

지난해 6월 열린 ‘미세플라스틱 저감 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준우 박사는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배출원은 세탁 폐수로 인한 미세섬유(35%)”라고 말하기도 했다. 

◇ 해양 오염물질, 먹이사슬 타고 식탁 위로

미세섬유는 왜 위험할까. 해양 플라스틱 오염 중 30%를 차지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수백 년간 바닷속을 돌아다니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먹이사슬을 타고 어류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흡수력이 있는 미세섬유는 바닷속에서 오염물질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오염물질을 흡착한 미세섬유를 동물성 플랑크톤이 삼키고 이를 어류와 다른 바다생물이 먹는다. 먹이사슬에 따라 이 미세 플라스틱은 조류, 육지동물, 결국 인간의 식탁에까지 오른다. 내가 입은 옷이 내 입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그렇다면 바다를 오염시키고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옷을 덜 사는 것이다. 옷에 사용되는 물 사용량을 줄이고 버려지는 의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가진 옷을 되도록 오래 입고 자주 사지 않으며 중고 의류를 구매하는 것이다. 

2015년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가정에서 새로 산 옷의 40%는 거의 또는 전혀 입지 않고 옷장에 방치돼 있었다. 소비를 줄이면 의류 쓰레기와 오염도 줄어든다. 

세탁할 때도 수십만 개의 미세섬유 조각이 바다로 흘러가는 문제를 상기하고 세탁 횟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습관적인 헹굼 횟수 추가를 생략해 세탁 시간을 줄이고 세탁물 온도를 낮추는 것도 해양으로 흘러가는 미세 플라스틱 저감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세탁기 미세 플라스틱 제거 장치 의무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세탁 시스템에서의 여과 관리 기능 추가나 친환경 섬유 개발을 통해 제작 단계에서부터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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