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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황유미 죽음 잊었나... 산재사망 여전히 年 2천명

삼성 반도체 공장 근로자 황유미씨 사망 16주기

  • 기사입력 2023.03.06 11:16
  • 최종수정 2023.03.06 15:44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6일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 16주기다.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소송 끝에 딸의 산재 인정을 받은 지 9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매년 2천 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12만 명이 다친다. 일터에서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늘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 16주기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열렸던 황유미씨 15주기 및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식 (반올림 홈페이지)
오늘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 16주기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열렸던 황유미씨 15주기 및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식 (반올림 홈페이지)

16년 전인 2007년 오늘(3월 6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황유미(당시 23살)씨가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2년 후 공단은 “업무 관련성이 낮다”며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황씨는 법원으로 향했고 수년의 법정 다툼 끝에 2014년 딸의 산재를 인정받았다.

황상기씨의 호소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토대가 됐다. 2007년 당시 19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를 발족했다. 이들은 이름을 반올림으로 바꾸고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노동자들의 직업병 피해를 산재로 인정받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그 결과 2017년 대법원에서 첨단산업 산재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2018년 삼성전자는 중재협약을 통해 공식적인 사과, 보상, 재발방지책을 약속했다. 반올림은 오늘 황유미씨의 묘소가 있는 속초에서 추모제를 연다.

반올림은 지난 2008년 첫 집단 산재신청을 시작으로 2022년 12월 29일까지 177명에 대해 산재를 대리하거나 지원했다. 이중 산재 인정은 96명(공단인정 69명, 법원 인정 27명)이다. 산재 진행 중인 사람은 23명으로 이 중 9명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우리 산업현장에 여전히 수많은 안전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올림은 지난해 신당역 추모문화제에 참여해 발언대에 올랐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참 많이 죽는다. 매년 2천명이 넘는다. 병들고 다치는 사람들은 더욱 많다. 매년 1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산재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반올림은 “병들고 다친 사람 중에 산재를 신청하거나 인정받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일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 건의 중대재해 뒤에는 수십 건의 재해들이 있고 그 뒤에 몇 백건의 안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일터에서 매년 2천 명 넘게 죽고 12만 명 다친다”

‘매년 2천 명이 넘게 죽고 12만 명이 산재를 당한다’는 주장은 팩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간한 ‘산업재해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사고·질병 포함) 2,080명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매일 5.69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는 얘기다. 다치는 사람도 많다. 2021년 산업재해로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재해를 입은 사람은 12만 2,713명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재해를 구조적인 문제로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진단한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원청이 안전관리에 대한 의무나 비용을 많이 부담하고, 정부에서는 일시적인 점검이나 감독뿐만 아니라 안전 분야 전반의 소프트웨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지난달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산업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배경에 대해 “사업장 안전 문제가 경제적인 가치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고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IMF 이후 많은 부분이 하청 업무로 내려가면서 영세 하청업체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원청과 하청이 협력관계를 맺을 때 안전·보건에 관한 내용을 준수하도록 조건화하고 원청이 안전 관리에 대한 의무나 비용을 분명히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안전 시스테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일시적인 감독이나 점검에 그치지 말고 소규모사업장에 안전관리자를 붙여주는 등 현장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사고에 대해 사용자나 사업주가 치러야 하는 대가 작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사용자나 사업주에 대한 조치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은영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안전에 대한 인식이 기본적으로 미미하고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용자나 사업주가 치러야 하는 대가도 너무 작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나오면서 일부 바뀌고는 있으나 여전히 과도기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 변호사는 “안전에 대한 감독이나 행정력이 잘 발휘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제재는 이뤄지지만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업장에 대한 사전 점검 등 근본적으로 중요한 행정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여러 대형사고 등을 겪으며 ‘시민 안전’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졌는데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도 지적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우려나 두려움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많다.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월 만 18세 이상 소비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71.4%가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그런 가운데 안전 분야 중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78.7%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산재를 줄이려면 정부의 관리·감독과 사업주의 투자·노력이 필요하고 관련 제도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감소 대책으로는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28.5%로 가장 높았고 사업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25.0%로 2순위를 차지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 제도 강화가 18.9%로 뒤를 이었다.

◇ 산업현장 안전 강화 위한 정부 대책은?

정부에서도 관련 대책을 세우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중소사업장의 근원적 안전성 확보를 통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투자 혁신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위험기계 교체와 위험공정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위험기계는 미인증 이동식 크레인, 고소작업대, 리프트, 30년 이상 노후된 안전검사대상 기계 6종 등이다. 소요비용의 50% 한도에서 최대 7천만원까지 지원한다. 위험공정은 주조·소성가공·표면처리 등 뿌리산업 3대 공정 및 제조업 끼임·추락 3개 고위험 업종이 해당한다. 소요비용의 50% 한도로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2023년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반영해 마련됐다. 계획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 사업장 ‘위험성 평가’를 본격 시행한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자율적으로 파악하고 부상·질병 발생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은 올해 사업장 2만 곳에서 진행한다. 1만 곳의 ‘위험성 평가’를 특화 점검하고, 1만 곳을 일반·특별 감독한다. 위험성 평가 점검을 통해 지적된 사항은 개선하도록 하고 개선 노력이 없으면 불시 감독을 벌인다. 앞서 고용부는 점검·감독 대상 2만 곳을 선정하기 위해 위험 기계·기구 보유 현황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8만곳의 고위험 사업장을 선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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