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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100대명산 ⑭ 달마산] 다도해 굽어보는 '남도의 금강산'

공룡 등줄기처럼 우툴두툴한 능선길 "아찔"

  • 기사입력 2023.02.19 15:58
  • 최종수정 2023.02.20 13:08

우먼타임스 = 박상주 편집국장

선종 불교의 창시자인 달마는 페르시아 태생입니다. 어린 시절 노예로 동쪽나라 인도로 팔려갑니다. 좋은 주인을 만나 인도에서 왕자 대접을 받는 귀한 신분이 됩니다. 불법에 귀의하여 우러름을 받는 고승대덕의 자리에 오릅니다.

달마는 불법을 전하러 동쪽의 중국으로 갑니다.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수도를 한 끝에 득도를 합니다. 면벽수행을 하면서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기 위해 생활무술을 고안합니다. 오늘날 소림권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달마가 페르시아에서 인도로, 인도에서 다시 중국으로, 자꾸 동쪽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요? 혹시 중국에서 더 동쪽인 한반도까지 온 것은 아닐까요? 

땅끝마을 해남 달마산을 오르는 내내 뜬금없는 물음들이 마음 속에 뱅뱅 돕니다. 송촌 마을회관~바람재~434봉~470봉~불썬봉(달마봉)~미황사 간 6킬로미터 달마산 산행을 했습니다. 산행 거리도 짧고, 정상인 불썬봉도 해발489미터로 높지 않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을 합니다.

그런데 웬걸요. 산행 초반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산행 20여분 만에 험한 너덜겅을 만납니다. 거친 돌 더미 위에 눈까지 쌓여 있습니다. 징검다리 건너 듯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깁니다.

너덜겅을 30여 분 걸었을까요? 왼편으로 불썬봉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타납니다. 가파르고 거친 오르막 너덜겅입니다. 숨을 고르면서 천천히 한발씩 옮깁니다.

드디어 바람재에 도착했습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풍이 붑니다. 바람재란 이름값을 합니다. 게다가 오늘은 남해안에 강풍 주의보까지 내린 날이니 오죽 했겠습니까!

옷깃을 수습한 뒤 사방을 둘러봅니다. 바람재를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434봉과 470봉이, 서쪽으로 도솔봉이 솟아 있습니다. 434봉과 470봉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입니다. 조물주가 정성껏 빚어낸 한 쌍의 아름다운 수석입니다.

바람재에서 달마산 정상까지 2.45킬로미터의 능선길입니다. 공룡의 등줄기처럼 우툴두툴한 능선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거대한 공룡 한 마리가 남해를 바라보며 웅크린 모습입니다. 성난 짐승의 이빨처럼 뾰죡뾰족한 바위들 때문에 발걸음이 늦어집니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 있습니다. 달마산 등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구간입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집니다. 세찬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새하얀 눈발이 검은 공룡의 등줄기를 때립니다. 눈보라를 헤치며 공룡의 등을 더듬습니다. 상주씨는 왜 눈보라 치는 엄동설한에, 아찔한 바위산을 더듬고 있는 것일까요?

어느 새 정상인 불썬봉입니다. 그 사이 눈은 거짓말처럼 그쳤습니다. 불썬봉이란 불을 쓰던(‘켜던’의 방언) 봉우리라는 뜻입니다. 불썬봉 정상엔 봉화대가 있습니다. 주로 왜구의 침략을 알리는 역할을 하던 곳입니다.

불썬봉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봅니다. 북으로 두륜산과 월출산, 천관산 등 호남정맥이 물결을 이룹니다. 남으로 완도와 진도의 다도해가 그림엽서를 만듭니다. 달마산을 ‘남도의 금강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미황사 쪽으로 하산을 합니다. 1.4킬로미터의 짧은 길이지만 가파르고 험한 길입니다. 그래도 바람재 쪽으로 올라올 때 만큼은 험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을까요? 갑자기 등산로 눈 위에 사람들의 발자국이 사라졌습니다. 새로운 발자국을 내면서 걷습니다. 이러다가 미황사가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을 합니다. 다행히 기와 지붕이 보입니다. 미황사 뒷 편의 암자입니다.

절을 둘러봅니다. 보물 제947호 대웅보전이 단청을 벗은 채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팔작지붕은 금방이라도 날개로 변해 훨훨 날아갈 듯 날렵합니다. 그 단아한 자태를 한 눈에 담기 위해 몇 발 떨어집니다.

다시 뒤를 돌아보는 순간 대웅보전 뒷편으로 달마산의 웅장한 암봉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병풍처럼 둘러친 암봉들은 마치 속곳 차림으로 서 있는 대웅보전을 가려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황사 일주문을 나섭니다. 일주문 옆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을 보면서 비로소 달마산 유래에 대한 궁금증을 풉니다. 안내판은 미황사에 전하는 전설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줍니다.

“산 이름은 경전 ‘달마(dharma, 達摩)’를 봉안한 산이라는 뜻과 선종의 초조인 달마대사의 법신(法身)이 상주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실은 돌배가 사자포구(현 갈두항)에 닿자 의조화상(義照和尙)이 이것을 소등에 싣고 오다가 소가 드러누운 자리에 절을 지어 미황사라 했다.”

혹시 달마대사의 '법신'이 아닌 '육신'이 한반도 땅끝마을까지 왔던 건 아닐까요? 달마산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진 건 아닐까요? 여전히 궁금합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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