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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률 쇼크 짚기] ⑤ 선진국은 ‘저출생 늪’ 탈출 어떻게?

캐나다ㆍ독일, 이민·난민 정책으로 돌파
스웨덴ㆍ프랑스, 남녀평등 정책 앞세워

  • 기사입력 2023.01.17 18:31
  • 최종수정 2023.01.17 19:14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1명을 밑도는 유일한 국가다.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지면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 1.3명부터는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이미 마지노선을 지난 셈이다. 

인구감소는 언제부터 일어났고 인구구조 변화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문제는 무엇인지, 이른바 출생률 쇼크의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 함께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해외국가들은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총 5회차로 나눠서 살펴본다. [편집자주] 

OECD 국가들의 2021년 평균 합계출산율은 1.6명으로 인구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인구대체 수준인 2.1명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출산율 반등과 인구 증가에 성공한 국가들이 있다. (픽사베이)
OECD 국가들의 2021년 평균 합계출산율은 1.6명으로 인구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인구대체 수준인 2.1명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출산율 반등과 인구 증가에 성공한 국가들이 있다. (픽사베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저출생 현상이 늦게 시작됐지만 인구절벽에 훨씬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인구위기를 먼저 맞닥뜨렸던 유럽의 선진국들은 인구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며 이민정책을 현실적 해법으로 실천하는가 하면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포괄적인 가족 정책으로 저출생 현상의 타래를 풀고 있다.

무엇보다 일과 양육의 병립이 가능하도록 젠더 평등 관점에서 성별 분업을 없애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국가들의 저출생률 반등이 눈에 띈다. 

생산인구보다 고령인구가 많은 현상을 인구지진이라고 한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만든 용어다. 인구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에 비유되곤 한다. 지진보다 인구 고령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괴력이 더 크다는 의미에서다. 오늘날 전 세계는 인구지진 위기 앞에 함께 서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출생률 반등과 인구 증가율을 높이는 데 성공한 나라들이 있다. 이들 국가는 인구감소 현상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을 통해서 저출생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각 나라별로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 이민·난민 정책에서 답 찾은 캐나다·독일

저출생으로 초래되는 인구절벽을 해결할 현실적 대안으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 이민정책이다. 노동공급과 경제활력 차원에서 해외 인력을 적극 수용하자는 취지다. 젊은 이민자들은 고령화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 주축으로 꼽힌다. 이민이 하나의 해답이 되면서 각 나라는 이민자에게 더 매력적인 나라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캐나다다. 캐나다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1.40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인구증가율은 5.2%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980년대부터 이민정책을 시행한 캐나다는 지난해 인구의 23%가 이민자였다. 앞으로도 이민자를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민자 정책으로 캐나다의 생산가능인구는 전체 인구 대비 65%로 G7 중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도 인구 자연 감소를 상쇄하는 한 축을 이민정책에 맡기고 있다.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이민자가 많은 국가로 손꼽힌다. 난민 정책도 주목할만하다. 2015년부터 7년간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동안 24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민과 난민 정책을 통해 늘어난 인구로 독일 인구는 지난해 9월 독일 통계청 발표 기준 8400만 명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독일은 최근 외국인들의 시민권 취득이 용이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독일의 숄츠 총리는 12월 초 조만간 독일 인구가 9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로 인한 노동인구의 증가로 연금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독일은 1972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됐다. 현재 합계출산율은 1.54명으로 여전히 인구소멸 위기로부터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독일의 합계출산율이 1990년대 중반 1.3명까지 떨어졌다가 2019년 1.57명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이어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어떠한 정책을 펼쳤는지는 들여다볼 만하다.

◇ 남녀 평등·가족 중심 정책 펼치는 스웨덴·프랑스

독일은 단순히 이민·난민 정책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가족 정책으로 저출생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독일은 1970년대 후반부터 저출생 현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했다. 출산지원금, 아동수당, 부모보조금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전일교육부터 대학원 무상교육 도입까지 독일이 저출산 대책에 투입하는 비용은 1년에 수백조 원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2020년 기준 아동수당으로만 62조 원, 교육 예산으로 214조 원을 썼다. 

그러나 단순히 재정 투입에서 그친 게 아니다. 임신, 출산, 교육, 일자리, 가족 형성에 대한 전주기적 지원을 고려해 지역 내 생활 여건 평등 촉진, 가사 분담과 같은 성평등 인식 확대, 정부 주도 사회적 돌봄 시설 확대를 축으로 세운 것도 한몫했다. 기업들도 일과 육아의 양립을 위한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출산율 대책이 단순 보조금 지급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는 스웨덴이 있다. 1970년대 출생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스웨덴은 1980년도 합계출산율이 1.2명이었지만 1990년 이를 2.1명으로 반등시켰다. 국가가 양육 가정의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보장해주는 복지정책을 펼쳤기에 가능했다. 

스웨덴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남녀가 동등하게 양육과 가사노동에 참여하고 노동시장에서의 경력 유지가 가능하게 하는 성적 평등 지향 정책을 펼쳤다. 국가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보장하고 기업은 어린 자녀가 있더라도 이를 허용하는 가족 친화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 스웨덴은 국가 보유 임대아파트 지원 정책을 펼치고 다자녀 가정의 여성에게는 공공기관 취업을 보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사례는 가정과 일의 병립이란 결국 젠더 평등 관점에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적 지원 이상으로 여성이 출산·육아를 하더라도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똑같이 지위를 유지하고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보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성별 분업을 없애는 정책의 유효성은 이를 실천하고 있지 않은 국가 사례를 통해서도 반추해볼 수 있다. 예컨대 출생률이 급하강하고 있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남성의 가사 참여도가 낮고 경제활동 구조가 남성 위주로 맞춰져 있다고 지적된다. 

가족을 중심에 두고 잘 정비된 국가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로 프랑스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는 1970년 합계출산율이 2.3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았지만 1990년 출산율이 1.71명으로 떨어졌다. 

프랑스는 출산율이 감소하기 시작하자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해 가족 정책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연 약 157조 원을 가족 정책에 쏟고 있는 프랑스는 일단 임신부터 출산까지 의료비용 전액 환급, 불임치료 100% 부담과 같은 정책을 통해서 임신·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부담을 아예 없앴다. 프랑스의 공교육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포함하는 것을 감안하면 출산부터 학업까지 모두 국가가 책임지는 셈이다. 프랑스의 2021년 합계출산율은 1.8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눈에 띄는 정책은 비혼 커플에도 법적인 부부와 똑같은 양육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 또는 출산만 하는 커플이 많다. 2016년 기준 프랑스의 혼외출산율은 59.7%에 육박할 만큼 높았다. 프랑스는 이러한 다양한 결혼 상태를 반영해 차별 없이 가족수당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하는 여성이 출산했을 때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 없이 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일자리를 보장하고 여성고용 촉진 정책을 펼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으로 임금에서도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과 프랑스의 저출생 대책과 실행 능력은 경제적 지원과 함께 고정적인 가족 역할에서 벗어나 가정과 노동시장에서 남녀 평등을 어떻게 구현해나가는지, 인구절벽 앞에서 정책 개발 방향성을 잡는 데 의미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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