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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안전진단] ④ 널뛰는 날씨에 망가지는 일상

기후변화로 생긴 새로운 위기가 생명권 위협한다?
대한민국, 비 내리는 경향과 계절 시작일 모두 달라져
최근 10년 세계 재해 83%는 극단적인 기온·기후와 관련

  • 기사입력 2023.01.09 16:48
  • 최종수정 2023.02.01 18:58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편집자 주>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세상”이라고 말입니다. 재난과 사고, 범죄 같은 위험 요소가 일상 곳곳에 숨어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안전 문제는 이제 뉴스 속 다른 세상의 일이 아닙니다. 이태원이나 세월호에서 일어난 가슴 아픈 사고, 폭우나 홍수 또는 지진 등 뜻밖의 재난, 죄 없는 사람을 덮치는 범죄, 역사 속 이슈로만 생각했던 전쟁, 식량난과 에너지난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은 정말 안전하고 당신의 가족은 언제나 편안할까요?

일상 속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사고를 10가지 주제로 나눠 짚어보고 해결책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입니다. 여러분은 기후변화가 아직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지난해 8월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사망자와 실종자가 다수 생겼다. 당시 8월 8일 0시부터 9일 오전 9시까지 서울에 422mm, 경기 산북(여주)에 399.5mm 등 많은 비가 내렸다. 422mm는 평소 7월 한 달 동안 서울에 내리는 평균 강수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1개월에 나눠 내려야 할 비가 반나절 만에 쏟아졌다는 얘기다.

달라지는 날씨와 그에 따르는 재난은 남의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생명권과 식량권, 건강권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달라지는 날씨와 그에 따르는 재난은 남의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생명권과 식량권, 건강권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상청은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기후위기 심화가 예상되는 상황으로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 기상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크게 달라지는 날씨는 생명과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기후위기가 생명권과 식량권, 건강권, 주거권 등 인권에 직간접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후위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증진하는 것을 국가의기본 의무로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인권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응할 수 있게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권위는 1월 4일 위 내용을 전하면서 “기후위기는 인권에 매우 광범위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최대 위협 요소”라고도 진단했다.

◇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이상기온 피해

기후변화는 말 그대로 ‘날씨가 변했다’는 얘기다. 지구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더워졌고 비나 눈이 내리는 경향이 달라졌다. 계절 시작일과 계절 길이도 달라졌다. 한편에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다른 곳에서는 혹한이나 폭설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상기온 등으로 인한 피해는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일어난다. 요동치는 날씨는 사람과 동물, 그리고 식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며 경제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발간한 ‘2020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우리나라에는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철(중부기준 54일)이 이어졌고 4개의 태풍이 연달아 상륙했다. 당시 태풍과 호우로 인한 재산피해가 1조 2,585억 원, 인명피해가 46명 발생했다. 이는 당시 기준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피해 규모와 비교해 약 3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산사태는 6,175건 발생해 1976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많았고 농작물 수확기의 침수와 낙과 등으로 전년 대비 더 많은 피해가 생겼다.

더워진 날씨 자체도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적도 근처나 열대지방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나타난 위험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과 2018년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고 지난 2021년 7월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폭염은 직·간접적으로 건강, 농·축·수산업, 에너지, 교통 등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취약계층의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2020년 ‘기후변화리스크연구단’ 명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계속 더워지고 있으며 지난 2018년은 기상 관측 이래 당시 기준으로 가장 더웠다고 밝혔다.

무더위는 에어컨 앞에 가서 피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2018년에는 온열질환자가 4만 4천여 명 발생했는데, 이는 1만 8천여 명 수준이던 지난 2014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대나 야외작업자 사이에서 온열질환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온열질환 위험도가 더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사람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다. 고온 추세로 농작물 피해 발생 건수도 늘고 온습도지수(THI) 상승으로 인한 가축 폐사 발생일도 늘어났다.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수온이 오르는 바람에 어류 폐사 피해도 늘어났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모두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픽사베이)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모두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픽사베이)

◇ 비 내리는 날 줄었지만 강수량은 늘었다

단순히 더워서만 문제가 아니다. 날씨와 관련된 현상들이 전반적으로 변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이 22일 짧아졌다. 봄은 예전보다 17일, 여름은 예전보다 11일 빨리 시작한다. 기상청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간의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해 지난 2021년에 발표한 결과다.

당시 기상청은 “서울과 부산 등 100년 이상 관측자료를 보유한 6개 지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온의 장기적인 변화 추세로 최근 30년(1991∼2020년)은 과거 30년에 비해 연평균기온이 1.6℃ 상승했다”고 밝혔다. 109년간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했다.

비 내리는 경향도 달라졌다. 최근 30년은 과거 30년에 비해 연 강수량이 135.4㎜ 늘었다. 이런 가운데 강수일수는 21.2일 줄었다. 기상청은 “109년간 연 강수량은 매 10년당 +17.71㎜로 증가하는 경향이지만 강수일수는 감소 추세로 최근 강수강도가 강해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큰 비가 자주 내린다는 의미다.

계절 시작일과 계절 길이도 달라졌다.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 여름은 20일 길어졌다. 이런 가운데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봄과 여름 시작일은 각각 17일, 11일 빨라졌다. 기상청은 “최근 30년 여름은 118일(약 4개월)로 가장 긴 계절이며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과 여름 시작을 알리는 ‘입하’의 과거 기온이 나타나는 시기가 각각 13일, 8일 당겨졌다. 3개월씩 4계절이 아니라 어떤 계절은 2개월만에 끝나고 또 어떤 계절은 4개월 가까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과 대가 중 탄소 농도는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 당시 기상청은 “전 지구에 비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 증가는 +0.8℃, CO2 농도(2019년)는 +6.5ppm 높게 나타나, 우리나라 온난화·도시화가 전 지구 평균보다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세계 곳곳에서 폭우와 홍수 폭설과 이상고온 등 관찰

대기 중 탄소 농도는 폭설이나 집중호우 등과 실제로 관련이 있다. 환경부가 발간한 ‘2021 환경백서’에 따르면 현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백만 년간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다.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상승해왔고, 2019년 기준 전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5ppm인 것으로 관측됐다. 이 데이터는 지난 2021년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른 자료다.

당시 환경부는 백서에서 2018년 1월 미국과 캐나다에 발생한 100년만의 한파와 폭설, 2019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48.9℃를 기록한 이상고온과 산불, 그리고 2020년 6~8월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긴 장마와 집중호우 등을 언급하면서 “기후변화는 여러 가지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상기후 현상은 세계적인 문제다. 최근 미국에서는 혹한과 눈보라가 동반된 '폭탄 사이클론'이 전역을 휩쓸며 8개 주에서 최소 60명이 사망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 버팔로시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약 254cm의 눈이 쏟아졌는데 이는 버팔로시 역사상 최단시간에 가장 많이 내린 눈으로 기록됐다. 반면 같은 시기 유럽에서는 여름 날씨가 나타났다. 새해 첫날 유럽에서는 폴란드·네덜란드 등 최소 8개국이 역대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해발 2000m 알프스도 낮 최고 기온이 20도까지 오르며 스키장이 문을 닫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에도 기상재난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폭우와 홍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반대로 폭염이 이어지는 등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관찰됐다. 지난해 7월 31일 CNN 보도에 따르면 국토의 80% 이상이 사막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홍수가 발생해 건물이 파손되고 도로가 마비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지난해 6월, 2022년 봄의 이상기후 현상을 전하면서 전 세계 각지의 폭우와 홍수 관련 현황을 공개했다. 당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6시간 동안 365㎜의 폭우가 내려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4월 남아공에서는 48시간 동안 연 강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450㎜의 폭우가 내렸다. 60년 만의 홍수였고 이 비로 443명이 목숨을 잃었다.

4월 초 인도에서는 북동부 지역에 뇌우를 동반한 폭우와 홍수로 2만여 대의 주택이 손상됐다. 5월에는 아프가니스탄에 폭우로 인한 홍수가 일어나 22명이 사망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도 폭우와 홍수로 사망자가 생겼고 이재민 수백만 명이 발생했다. 5월 말에는 브라질 북동부에서 1주일간 폭우가 이어져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5월 21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폭설로 50㎝의 눈이 내리고 21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국제 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IFRC)에서 펴낸 ‘세계 재해 보고서 2020'에 따르면 (당시 기준) 최근 10년 사이 발생한 재해 중 83%는 극단적인 기온·기후와 관련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재해 발생 횟수는 지난 1990년대에 비해 약 35% 정도 증가했다.

이런 경향을 둘러싸고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모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음 회차 기사에서는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용품 관련 안전 문제를 보도한다.

연재 계획

1회 : 당신 가족은 무사한가요?

2회 : 지옥철에 시달리는 일상 언제까지

3회 : 한반도, 지진 안전 지대 아니다?

4회 : 널뛰는 날씨에 망가지는 일상

5회 : 생필품이 당신의 안전을 노린다

6회 : 정직한 몸 흔드는 위험한 음식들

7회 : 안전지대란 없다... 신당역 그 다음은?

8회 : 매년 2천명이 회사에서 사라진다

9회 :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위험한 불

10회 : 기후변화에 달라진 대한민국 작물지도

11회 : 폰 멈추면 일상도 멈춘다

12회 :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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