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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유리천장’ 정말로 깨졌을까?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여성 CEO·임원 잇따라 배출
국내 여성 임원 비율 OECD 평균보다 여전히 낮아
조직 차원의 직무환경 개선과 제도적 지원 계속돼야

  • 기사입력 2023.01.03 15:47
  • 최종수정 2023.02.01 19:00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지난 연말 국내 주요 기업에서 여성 CEO와 임원이 늘었다는 소식이 화제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 임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등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적 경험이나 현실적 어려움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직 차원의 직무환경 개선과 제도적인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들린다.

지난 연말 여성 CEO와 임원이 늘어나면서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 여성 관리자 숫자가 여전히 적고 여성 관리자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 꾸준히 제기된다. (픽사베이)
지난 연말 여성 CEO와 임원이 늘어나면서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 여성 관리자 숫자가 여전히 적고 여성 관리자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 꾸준히 제기된다. (픽사베이)

지난 연말 국내 주요 기업 인사에서 여성 CEO가 잇따라 나왔다. 여성 임원 숫자도 늘었다. 비오너 일가에 공채가 아닌 외부 출신 인재가 대표 자리에 오르는 경우도 많아서 ‘능력과 성과 위주의 선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기업들은 저마다 ‘여성 인재를 적극 기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언론에서도 이 내용에 주목했다.

◇ “여성 경제활동 참여, 양적 성장 대비 질적으로는 부정적”

하지만 국내 기업에 여성 관리자 숫자가 여전히 많지 않고 여성 관리자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여성관리자 패널조사 학술대회’ 환영사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그동안 이룬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문 원장은 “여성관리자 확대를 위한 사회 정책적 노력은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 각 분야 관리직에서 여성 비율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유리천장지수는 OECD 29개국 가운데 10년 연속 최하위”라고 언급했다.

기업 등에서 여성의 역할이 늘어나고는 있으나 차별적 경험이나 현실적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원숙연 한국행정학회장은 이날 축사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경험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과거보다 분명히 나아졌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원 학회장은 “그러나 여성을 둘러싼 표면적이고 현상적인 변화 이면에 여성이 직면한 다양한 형태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리천장과 유리벽이 말해주듯이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차별적 경험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수적으로 늘어난 여성 관리자들이 조직에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하면, ‘나아지고 있지만 더 나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 국내 민간기업 여성임원 비율 3.6%...OECD 평균은 21.8%

여성관리자 패널조사 학술대회는 지난해 11월 3일 열렸다. 연말 인사발령이 대부분 12월 전후 이뤄졌으니 위 언급은 최근 화제가 됐던 주요 대기업의 첫 여성 사장이나 여성 CEO 소식 이전에 나온 지적이다.

또 하나 고려할 게 있다. 여성 CEO 선임 이후 공개된 임원 인사에서도 이른바 ‘여풍’이 관찰됐다. LG그룹은 지난 인사에서 신임 여성 임원 6명을 선임해 여성 임원 수가 총 64명이 됐다. 중앙일보 집계에 따르면 4년 전 29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삼성전자도 12월 인사에서 9명의 여성 임원을 새로 선임했다. 위와 같은 목소리가 들린 시점과 비교해 여성 임원이나 관리자 숫자가 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면 정말로 유리천장이 깨졌을까?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즈한국과 일요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2022년 12월 5일 기준) 전체 임원 3380명 중 여성 임원 숫자는 214명, 여성 임원 비율은 6.3%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해외와 비교해보자. 오정숙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의 ‘여성 관리자의 개인 및 사회, 조직 요인과 조직 성과의 관계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 근로자 비율은 38.4%, 여성 관리자 비율은 19.8%(공공기관 18.8%, 민간기업 20.9%)다. 당시 연구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3.6%인데 이는 OECD 평균(21.8%)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오정숙 위원은 “많은 국가에서 여성 근로자들이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비율이 낮아지는 구조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의 경제적 수준에 비해 민간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OECD에 비해 매우 낮다”고 밝혔다.

◇ “조직 차원의 직무환경 개선과 제도적 지원 계속돼야”

고위직 여성 임원 숫자가 많지 않은 이유는 일반 직급 여성 직원이 겪던 과거의 어려움과 연결된다는 지적이 있다. 오래 전 기업에 입사해 과거의 조직 문화 속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지금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예비 임원급 연차 여성 인재 역시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3년까지 300인 이상 규모 기업에서 일하다 퇴사했다는 소비자 A씨는 당시 일과 육아를 병행하던 이른바 ‘워킹맘’들이 결국 퇴사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A씨는 “그 시절 회사에도 육아휴직 제도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휴직 기간을 꽉 채워 사용하면 업무량이 늘어난 동료들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었고 복귀 후 다른 부서로 옮긴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마감 등 바쁜 일정이 있을 때 ‘아이 데리러 간다’는 이유로 정시 퇴근 하려는 선배가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일도 봤다”면서 “그 시절에 일 그만둔 3040세대 선배들이 회사에 계속 남았으면 지금 임원 승진을 앞둔 연차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다 이후 다른 기업에 재취업했고 함께 일하다 퇴사한 주위 동료 중에는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의 직무환경 개선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들린다. 오정숙 연구위원은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많은 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나 개인적 시간 부족 등으로 인해 직무스트레스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많은 역할과 책임을 지고 있는 여성에게 불필요한 야근이나 강요되는 회식은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강한 직무스트레스로 작용해 조직몰입을 감소시킨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생긴 직무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조직 차원에서 직무환경을 개선하고 효과적으로 직무스트레스 해소 방안을 강구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제도적인 지원이 늘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오 위원은 “조직 내에서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분위기, 상사와 동료의 배려와 지원 그리고 투명한 인사관리의 운영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이용 시 안정적으로 대체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활용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규정상 휴가나 휴직이 보장돼 있어도 복귀가 어려울 것처럼 느끼거나 동료의 업무량 증가 등이 염려돼 제도 사용을 꺼릴 수 있으니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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