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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률 쇼크 짚기] ③ '저출산' 용어 그만..."세상 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성평등 수준 높은 국가가 출생률도 높아
임신·육아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 존재
일자리 문제에 인구학적 문제 등 복합적

  • 기사입력 2022.12.26 17:47
  • 최종수정 2023.01.02 18:18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1명을 밑도는 유일한 국가다.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지면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 1.3명부터는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이미 마지노선을 지난 셈이다. 

인구감소는 언제부터 일어났고 인구구조 변화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문제는 무엇인지, 이른바 출생률 쇼크의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 함께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해외국가들은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총 5회차로 나눠서 살펴본다. [편집자주] 

보건복지·인구전략·여성 분야 전문가들은 인구절벽 현상의 가속화를 막으려면 ‘성평등’과 ‘삶의 질’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입을 모은다. (픽사베이)
보건복지·인구전략·여성 분야 전문가들은 인구절벽 현상의 가속화를 막으려면 ‘성평등’과 ‘삶의 질’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입을 모은다. (픽사베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3일 ‘저출산’ 용어를 ‘저출생’으로 바꾸는 내용의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이의 탄생 자체에 방점을 찍는 ‘저출생’으로 용어를 바꾸게 되면 인구감소에 주거·보육·교육과 같은 사회 전반의 원인이 얽혀 있다는 뜻이 담기게 된다. 

사전적 의미로 ‘저출산’은 ‘아이를 적게 낳음’을 뜻한다.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저출생’과 달리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어 인구감소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통계용어에서도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000명당 낳은 출생아 수를, ‘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태어난 출생아 수를 나타내 그 뜻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은 “성평등 문화와 출산율은 유의미한 관계를 가진다. 2015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OECD 주요 국가 중 성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출산율도 높다. 우리나라는 튀르키예 다음으로 성평등 수준이 낮은 국가이면서 출산율도 가장 낮은 국가”라고 지적하며 개정안의 의의를 설명했다.

◇ 단편적 지원 넘어 성평등 인식 개선 노력부터

개정안은 법률의 목적 조항에 ‘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며 개인의 임신·출산·양육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국민의 책무’ 조항을 ‘성평등 환경조성 등’으로 바꿨다. 개인의 임신·출산 및 육아 과정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안 의원 측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뿐만 아니라 저출생 정책과 관련한 다른 법률에 쓰인 ‘저출산’ 표현을 ‘저출생’으로 바꾸는 개정안도 마련했다.

안 의원은 “‘저출산’에서 ‘저출생’으로 바꾼다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출생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 저출생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구감소 문제를 성불평등 문제와 함께 재인식하는 것은 출생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중요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보건복지·인구전략·여성 분야 전문가들은 인구절벽 현상의 가속화를 막으려면 ‘성평등’과 ‘삶의 질’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입을 모았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출생·인구절벽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육아·보육 지원 정책을 넘어 출생률을 저하하는 사회 전반의 여건과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지원 정책이 출생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출생률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사회·경제적 배경이다. 경제, 노동시장, 주거비용 등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초저출생을 지속시키는 강력한 요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상미 국회예산정책처 인구전략분석과 경제분석관은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을 완화하려면 적극적인 성평등적 정책과 일·가정 양립 문화가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과 가정 양립 어려운 일자리 문제...교육비 부담 가중

경제적 원인도 크다. 2010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퍼졌다. 고용 조건이 악화되고 부동산 가격과 주거비용은 급등했다. 현실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자녀 양육 비용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경기 침체로 저출산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원인 분석도 나왔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자리와 비용적인 문제는 지속적으로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2017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3년간 SNS 게시물 31만여 건을 바탕으로 ‘저출생 고령화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을 ‘일자리’와 ‘교육비’로 꼽았다. 출산 여성에 대한 직장 내 차별, 여성의 경력단절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먼저 저출생의 원인 관련 빅데이트 연관어 분석 결과, ‘일자리’, ‘교육(비)’와 같은 경제적 요인과 관련한 키워드 언급량이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 ‘일자리’ 키워드로는 ‘맞벌이’, ‘월급’, ‘청년실업’이 상위에 등장해 맞벌이가 불가피하지만 취업이 안 돼 출산을 꺼리는 상황을 드러냈다. 출산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비용’은 ‘교육비’였으며 ‘주거비’가 그 뒤를 이었다. 

저출생의 원인과 관련해 ‘직장’과 같은 사회적 요인과 관련한 핵심어 언급량도 높았다. ‘직장’과 관련한 연관어로 ‘차별’, ‘경력단절’이 나타나 ‘직장 내 차별’, ‘여성의 경력단절’을 출산의 걸림돌로 인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부의 저출생 정책 분야와 관련해서는 돌봄 서비스 지원에 가장 관심이 높았다. 양육비용 지원, 일·가정 양립, 출산·임신 의료비 지원에 대한 관심이 뒤를 이었다. 

저출생 대책 중 돌봄 분야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보육 공공성 강화 대책에 가장 주목했다. 양육비 부담완화 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아동수당이었다. 일·가정 양립 분야에서는 육아휴직 지원금 인상에, 출산·임신 의료비 지원 분야에서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정책에 가장 관심이 높았다.

◇ 인구학적 원인도 존재...수도권 밀집 현상 해결해야

출생률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이유 중에는 인구학적 요인도 있다. 보육, 양성평등, 부동산에 대한 논의와 함께 청년 인구의 수도권 편중 분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된 이상 피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 밀도가 높아질수록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이 심화되고 생존본능과  재생산 본능이 있을 때 생존본능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대도시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저출생·인구절벽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여성 청년이 머물지 못하는 도시는 결국 소멸 위기에 놓인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도저히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도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청년·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생애주기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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