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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100대명산 ⑥ 관악산] 한눈에 서울 조망하는 '광각렌즈'

'기암괴석' 팔봉능선 코스, 북한산 의상능선 필적

  • 기사입력 2022.12.12 10:58
  • 최종수정 2023.02.01 09:53

우먼타임스 = 박상주 편집국장

서울의 전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어딜까요? 언뜻 남산이나 인왕산이나 북한산이 떠오릅니다. 남산이나 인왕산은 서울 한복판을 코앞으로 바짝 끌어당겨 들여다보는 접사렌즈 격입니다. 북한산은 표준렌즈입니다. 강북은 가깝게, 강남은 멀찍이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는? 바로 관악산입니다. 관악산 정상에 올라서면 북으로 서울 전체가 한 눈에 오롯이 들어옵니다. 북한산과 남산과 인왕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굽이굽이 흐르는 한강을 젖줄처럼 두른 서울의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남으로는 과천과 안양 일원이 발 아래 펼쳐집니다.

관악산에 다녀왔습니다. 사당역~사당능선~연주대~팔봉능선~무너미고개~서울대입구 코스를 돌았습니다. 대략 2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입니다. 팔봉능선은 경치나 난이도나 북한산 의상능선에 필적할만한 코스입니다. 대부분 관악산 코스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팔봉능선은 늘 한적합니다.

관악산은 한 때 뒷동산처럼 자주 오르던 산이었습니다. 현역 기자 시절, 노동부와 환경부와 재경부 등 과천정부종합청사를 출입할 때였지요. 언론계 선후배들과 출입처 공무원들과 어울려 매주 관악산을 오르다시피 했습니다. 

당시 노동부 출입 기자들과 노동부 관료들이 ‘홍당무’라는 산행 모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십수 년 전 만들어진 ‘홍당무’는 지금도 한 달에 한번 빠짐없이 산행을 합니다. 

‘홍당무’라는 이름이 특이 하지요? 관악산 정상에 오르면 막걸리를 파는 행상이 있습니다. 멸치나 마늘종을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 막걸리 한잔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정상에서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즐길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된비알을 올랐습니다. 

일행 중 한 분이 “막걸리 한잔 유혹에 힘을 내는 우리 모습이 마치 홍당무 한 뿌리의 유혹에 걸음을 재촉하는 당나귀를 닮았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 산행 모임을 ‘홍당무’라고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오랜만에 관악산을 오르니 그 새 변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연주대 암릉을 오르는 길에 계단을 설치했네요. 예전엔 굵은 동아줄을 잡고 아슬아슬 암벽을 더듬어 올랐습니다. 편하고 안전하기는 하지만, 왠지 뭔가를 잃은 듯 허전합니다.

여유있게 연주대에 올랐습니다. 연주대는 원래 의상대라고 불렸습니다. 신라 고승 의상조사가 관악산의 수려함에 끌려 산정에 암자 의상대를 세웠다고 합니다. 의상대라는 이름이 연주대로 바뀐 것은 고려의 충신들 때문이었습니다. 고려가 멸망하자 강득용(康得龍)과 서견(徐甄), 남을진(南乙珍), 조견(趙狷) 등 고려의 유신(遺臣)들은 관악산으로 은신을 했습니다. 그들은 의상대에 올라 개성을 바라보면서 고려의 임금을 그리워했습니다. 주군을 연모하던 자리라고 해서 연주대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조선의 설계자들은 관악산에 올라 도성으로서 한양을 살폈습니다. 당시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와 당대 실권자인 정도전은 궁궐의 방향을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무학대사는 동향을, 정도전은 남향을 주장했습니다. 무학대사는 궁궐을 남향으로 하면 남쪽 관악산의 불기운으로 화재가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러나 정도전은 ‘예로부터 군주는 남쪽을 바라보며 정사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관악산의 화기는 한강이 막아줄 것이라는 반론을 폈습니다. 이성계는 정도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결국 현재 위치에 지금 모습으로 경복궁이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관악산 정상에서 서울을 바라봅니다. 1000여 만 명의 욕망이 꿈틀대는 거대한 유기체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욕망이 뿜어내는 ‘화기(火氣)’는 얼마나 뜨거울까요. 정작 우리가 무서워해야 하는 것은 관악산의 화기가 아니라 인간들이 뿜어내는 욕망의 화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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