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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차별금지법 이번에도 물 건너가나

국회 법사위, 차별금지법 상정 불발
여당, “의사일정 사전합의 안 됐다”며 퇴장
야당, “일단 논의부터 시작하자”

  • 기사입력 2022.12.07 15:22
  • 최종수정 2022.12.07 15:23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 1항이다. 하지만 사회 경제 각 분야에서 다양성이 확대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실질적 평등사회 실현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 정신에 기반해 차별의 항목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에 제재를 가하자고 하는 것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차별금지법은 발의된 지 16년간이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로 진보 정당의 여러 의원들이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발의했으나 논의가 아예 없거나 지지부진해 국회 회기가 끝날 때마다 자동 무산됐다.

현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6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에서 여야가 마주 앉았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여당의 반발과 퇴장으로 결국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무부·법원행정처·국가인권위원회 등 소관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야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논의의 첫발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위원들은 “여야 간사 간 사전 합의가 되지 않은 안건”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회의장을 떠났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도 이석하면서 차별금지법 소위 상정은 무산되고 말았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모호한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 온 여당이 이번에는 절차를 문제 삼아 논의조차 거부한 것이다.

3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오른쪽부터), 이상민, 박주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조속한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오른쪽부터), 이상민, 박주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조속한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퇴장하자 권인숙, 박주민,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측 법사위원들만이 남아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차별금지법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권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토론에 참여조차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토론을 통해 평등법 관련한 오해들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논평을 내고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면 정식으로 회의장에서 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차별금지법 왜 진통을 겪나]

차별금지법(평등법)은 16년 전인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 권고안(당시는 포괄적차별금지법)을 법무부에 제출하면서 처음 공론화됐다.

“성별, 장애, 나이, 학력, 종교, 사상, 병력, 출신국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피부색, 혼인 여부, 가족형태, 임신과 출산, 용모 등 신체조건, 출신 학교, 전과,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고용과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공공서비스의 제공 이용 등의 영역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어기면 인권위에 진정해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으며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갈등을 겪는 것은 차별 항목에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이 포함돼 보수 기독교계와 보수 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성 소수자 권익과 나아가 동성결혼 등이 법적으로 허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학력을 고용상 차별 금지 대상으로 한 것에 대해 기업들이 자유로운 직원 채용과 기업 활동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 경제계는 이 법이 고소·고발 남용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권인숙·박주민·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은 4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8번째 발의로 내용은 유사하다. 유엔은 그동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우리 정부에 16차례나 권고했다. 인권위가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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