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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이대로 둘 수 없다] ⑥"위해성 평가 기준을 마련해라"

8일 생리대 안전관리 촉구하는 국회 긴급토론회 개최
노출독성평가 시행과 복합적인 위해성 평가 기준 필요
식약처는 추가 연구에 대한 구체적 계획에 묵묵부답

  • 기사입력 2022.11.08 17:50
  • 최종수정 2022.11.08 21:03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영원히 뒤집어질 수 없는 생리의 네 가지 진실. (1)남자는 생리를 하지 않는다. (2)생리를 선택한 여성은 없다. (3)생리는 굶을 수 없다. (4)월경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리와 생리대는 여전히 '음지' 속에 있다. 정부는 여성의 기본적 건강권리인 '월경권'에 대해 소극적이다.

환경부와 식약처가 21일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여성계와 국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시행한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1년 반 가량 미뤄온 것인데, 국정감사에서 마지못해 공개했다. 민관합동 조사는 2017년 '생리대 파동'을 계기로 시민청원에 의해 시작됐다. 그해 일회용 생리대를 쓰고나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 여성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일부 생리대에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대학의 연구가 나왔다.

조사 착수 4년 10개월 만에 공개된 보고서의 핵심은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통, 두통, 외음부 가려움증, 뾰루지, 짓무름, 생리혈색 변화 등 생리 관련 증상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여성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여성들은 생리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 생리대 속 화학물질에 대한 구체적 기준, 엄격한 생리용품 제조 및 관리 기준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참사가 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오버랩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우먼타임스는 <생리대 이대로 괜찮은가> 기획시리즈를 통해 생리대 문제의 모든 것을 파헤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다. [편집자주]

8일, 국회 본관에서 여성환경연대,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한국환경보건학회 공동주최로 국회 긴급토론회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그 이후를 제안하다’가 열렸다. (여성환경연대)
8일, 국회 본관에서 여성환경연대,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한국환경보건학회 공동주최로 국회 긴급토론회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그 이후를 제안하다’가 열렸다. (여성환경연대)

8일 국회에서 생리대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가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문 이후 처음으로 생리대의 부작용을 인정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열린 긴급 토론회다.

정부의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앞으로 여성의 월경권과 재생산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안전한 생리대를 관리해나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21일 식품의약안전처와 환경부는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생리대 유해물질 파문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생리대와 부작용의 상관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안전한 생리대를 위해서 구체적인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번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는 ‘여성 건강을 생각하는 생리대’의 출발선인 셈이다. 

◇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그 이후는?

여성환경연대는 8일 국회 본관에서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한국환경보건학회와 공동주최로 국회 긴급토론회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그 이후를 제안하다’를 개최했다.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자는 목적이었다. 

2017년 생리대 파문 이후 최초로 생리대와 부작용의 상관성을 인정한 정부의 대규모 역학연구의 책임연구자였던 정경숙 원주세브란스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노출에 따른 생리 관련 증상을 살펴본 결과, 증가할 때 생리통, 생리혈색변화, 어지럼증, 여드름, 외음부 짓무름, 외음부 통증 및 트러블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다. 일회용 생리대는 면생리대 사용자보다 생리통 발생 위험이 높고, 생리컵 사용자보다 생리통, 생리혈색 변화, 외음부 트러블, 외음부 짓무름, 어지럼증, 여드름, 두통과 같은 모든 생리관련 증상의 발생 위험이 높다.”

이번 역학조사가 지닌 한계도 진단됐다. 일단 일회용 생리대가 함유한 VOCs 노출 수준이 조사 참여자가 사용한 생리대가 아닌 2017년 식약처 자료를 이용해서 추정했다는 ‘노출 평가의 한계’와 일회용 생리대가 호르몬이나 질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연구를 통해 일회용 생리대와 발생률이 높지 않은 질병과의 관련성을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호르몬 영향 규명 또한 쉽지 않다. 

토론을 맡은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는 “복합적인 화학물질의 위해성 평가기준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여성들이 생리대 속 개별물질 하나하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출·독성연구, 중장기 대책 수립, 부작용 제보 창구 상시 운영이 제안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생리대 문제의 유사점을 지적했다. 국민 다수가 소비자이자 피해자인 환경보건 문제라는 것, 정부 기관이 일관되게 기업 편을 들어 소비자와 피해자가 외면받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 당국과 산업계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최 소장은 “담배갑 사진 경고처럼 생리대에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발생량 제품 표시를 의무화해 가능한 사용횟수, 기간을 줄이도록 안전 사용 지침을 권고하라”고 제안했다.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제안한 박인숙 청원인 대표는 “1년 반 가까이 결과 발표를 지연한 식약처의 발목잡기는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8일 열린 긴급토론회에서는 건강영향조사 후속 대책 마련이 촉구됐다. (여성환경연대)
8일 열린 긴급토론회에서는 건강영향조사 후속 대책 마련이 촉구됐다. (여성환경연대)

◇ 여전히 구체적 계획 언급 없는 식약처

서민아 환경부 환경피해과장은 “생리라는 말조차 터부시되던 사회에서 이 같은 조사가 진행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정부 연구 자체가 갖는 사회적인 의미를 짚었다. 그러나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의 책임이 가중되는 상황에는 우려를 표하며 연내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 발표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공수 식품의약안전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추가연구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식약처의 답변 피하기는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던 부분이다.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연구계획 수립 당시 환경부는 건강영향조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식약처가 노출독성평가를 하기로 했었다. 실제 생리대 안에 있는 VOCs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공식 보도자료와 이후 외부의 질의에서도 ‘추가연구를 진행하겠다’고만 답하며 언제 어떻게 노출독성평가를 하겠다는 구체적 일정이나 세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는 “이번 연구 결과가 역학적 관찰연구일 뿐, 화학물질이 생리 증상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라면, 또 생리대 사용으로 화학물질 노출과 생리증상 간 통계적 관련성을 살펴본 초기단계 연구일 뿐이라면, 비어 있는 ‘바로 그 부분’을 시행하면 된다. 이제 2단계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조새롬 한국YMCA 공공재로서의생리대팀 활동가는 사전 예방 관점에서 생리대 안전관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VOCs가 검출됐지만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발표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뒤늦은 벤젠의 안전 기준 강화를 예로 들었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지만 국내에서는 2003년 비로소 법적 기준을 1ppm으로 강화한 바 있다. 

여성의 기본적 권리라고 할 수 있을 월경권과 재생산건강권을 위해 토론회에서 요구된 후속 대책은 복합적인 위해성 평가기준 마련, 노출·독성연구 시행, 중장기 대책 수립, 건강피해 신고 상시운영, 소비자를 위한 안전성 정보 제공이었다.

결국 이번 긴급토론회에서 확인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건강영향조사 이후의 계속적 연구와 구체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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