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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비극] ⑦우려되는 국민의 정신적 트라우마

상담전화 급증에 필요한 정신상담 서비스 못 받기도
베테랑 소방공무원·의료진도 참혹한 현장에 큰 충격
통합심리지원단 규모 확대하고 서비스 재정비해야

  • 기사입력 2022.11.04 11:07
  • 최종수정 2022.11.06 22:13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쪽지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쪽지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는 폭 3.2m에 불과한 좁은 골목에서 발생한 재난이다. 재난은 개인이나 지역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한국재난정신건강지원 가이드라인에서는 재난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에 대해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416 세월호 침몰, 경주 지진과 같은 재난을 겪으면서 재난 경험이 여러 가지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구조와 복구와 함께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재난정신건강지원이 필수적인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난 지 며칠이 지났다. 희생자의 유가족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 장례를 치르고 부상자들은 병상에서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물론, SNS와 언론을 통해서 참혹한 현장을 지켜본 국민들은 깊은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다. 국민적 트라우마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이하 학회)는 3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2차 성명서에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을 비롯한 국민의 트라우마 반응 또한 다른 사고와는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번 참사에 그 어느 사고 때보다 더욱 적극적인 재난정신건강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은 참혹했다. 일상에서 트라우마를 자주 접하는 베테랑 소방공무원과 의료진마저도 이번 현장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유가족들의 상실감과 비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학회는 이번 참사의 트라우마 반응이 다른 사고와는 다르다고 진단하며 정부에 통합심리지원단 규모 확대와 서비스 재정비를 요청했다. 정부는 유가족, 부상자, 일반 국민들이 심리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회는 “사고 직후에 예상과 달리 현재 마련된 통합심리지원단 규모와 서비스로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 통합심리지원단이 참사의 1차, 2차 경험자인 부상자와 유가족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유가족 파악 등 행정적 뒷받침을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장의 목격자, 재난경험자, 구조인력에 대한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심리지원단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를 찾는 국민이 폭증하면서 적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학회는 공공영역의 서비스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민간 정신건강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스트레스 반응 심한 경우 정신건강서비스 받아봐야

참사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 중 스트레스 반응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큰 경우라면 통합심리지원단 정신건강상담전화에서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학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은 목격자는 정신건강 문제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의 성격상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은 목격자와 응급구조에 헌신적으로 참여한 시민의 정신건강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학회는 “정신건강서비스를 받더라도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와 상담내용은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 참사 목격 이후 스트레스 반응이 심한 경우 적극적으로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에 참여한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의료진의 심리적 고통도 염려되고 있다. 이들은 먼저 각 기관에서 제공 중인 자체적인 정신건강서비스를 활용하되 원하는 경우 통합심리지원단 서비스에서 정신건강전문가들의 심층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 참혹한 참사 광경에 노출된 경우에도 다양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트라우마에 노출된 초기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반응은 병적인 반응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하다면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에서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진행하며 필요한 재난정신건강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경험하고 있다면 통합심리지원단 정신건강상담전화에서 적극적으로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한국재난정신건강지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재난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한 반응으로는 짜증, 불안, 우울, 분노, 공포, 무감각, 죄책감, 의욕 저하와 같은 ‘정서적 반응’, 집중력 저하, 판단력 저하, 기억력 저하, 혼돈, 반복적인 회상과 같은 ‘인지적 반응’, 무기력, 불면, 두근거림, 가슴답답함, 소화장애, 두통, 신체통증, 어지러움과 같은 ‘신체적 반응’이 있다. 또 활동 감소, 대인관계 회피, 흥분, 충동적 행동, 음주·흡연 증가와 같은 ‘행동적 변화’가 있다. 

학회는 “현재 전화량이 많아 바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그만큼 심리지원이 필요한 국민이 증가한 상황을 조금만 더 인내해주시고 시간을 두고 다시 연결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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