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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비극] ③대한민국은 喪中...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

애도 리본·공공기관·재외공관 조기 게양
정부, 이번 참사 두루뭉술 넘기지 말길~

  • 기사입력 2022.10.31 15:54
  • 최종수정 2022.11.05 20:49

 

이태원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이태원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우먼타임스=유진상 대기자

악몽과도 같은 시월의 마지막 주말을 보냈다.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기념하기 위해 29일 밤 몰려든 인파에 압사당한 많은 젊은이의 죽음에 가슴이 먹먹하다. 이런 가운데 글을 써야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주말을 맞아 단잠에 빠졌던 사람들은 휴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접한 참담한 소식에 눈시울을 적셔야 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대형사고, 과연 대한민국은 안전 불감증에서 헤어날 수 없는 걸까.

이달 초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132명이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지 한 달도 채 안 됐다. 관중들의 난동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사고다. 이때 사건을 접하며 어설픈 후진국형 사고라며 안위를 했다.

그런데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경제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사람들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가는 압사 사고라니...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가 장례기간 선포, 대한민국은 지금 상(喪) 중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태원 참사와 관련 험한 얘기를 삼가라고 한다. 정부 조치에 대해 일면 수긍하면서도 화딱지가 난다.

이번 사고는 엄연히 대한민국 땅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냥 슬퍼만 하고, 덮어두기엔 너무도 창피스럽다. 애도기간이 끝나고, 시일이 걸리더라도 이번 사태는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경제 선진국이라고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이런 후진국형 참사를 겪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애도기간으로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이 기간이 끝나고 과연 행사의 주체가 없어서 통제할 수도,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는 얘기는 옳은 것인지부터 정립하기 바란다.

언제는 문화특구 얘기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이태원 소개에 열을 올리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사고가 나자 조용히 관망만 하고 있다. 왜 예측을 못했는지. 치안을 담당하는 행안부가 열심히 깨지자(?) 그 뒤에 숨어서 청와대 행사를 비롯, 줄줄이 문화행사를 취소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이태원은 관광특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주최측이 없다고 할 게 아니다. 국내외 문화창달에 나서는 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 아니던가. 예측 가능한 해외 핼러윈데이 문화에 대해 꿰뚫고 대비했어야 한다고 본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가 154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여성은 98명, 남성은 56명이다. 현재까지 신원이 파악된 인원은 모두 153명. 연령대별로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30명, 10대 사망자가 1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외국인 사망자도 26명에 달했다. 국적별로 이란 5명, 중국과 러시아 4명, 미국과 일본이 각각 2명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호주와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스리랑카 등 모두 14개국 사람이 포함됐다.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경건한 마음으로 한 주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정부는 공무원에게 애도 리본은 달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 등은 조기를 게양하며, 시급하지 않은 행사는 모두 연기하도록 조치했다.

사고 발생 직후인 일요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11월 5일 자정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 시내 합동분향소도 설치하기로 했다.

애도 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달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한다. 합동분향소 장소를 결정해 이번주 첫날부터 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시도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관할 구청인 용산구는 정부의 애도 기간과는 별도로 올해 말까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여기에 더해 행안부는 이태원 사고현장 수습과 대책본부 운영 등을 위한 재난안전특교세 10억원을 교부하기로 했다. 일단 정부의 조치에 대해 수긍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두루뭉술하게 사태를 덮어선 안 된다. 추후 무한 국가책임을 인정하길 바란다. 긴박한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서는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눈살을 지푸리게 하는 건 언론의 행태다. 얼마 전 태풍이 몰아치는 위험한 순간에도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중계한답시고, 바닷가에 나가 파도에 휩쓸리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측은지심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이런 사람들이 등장했다. 혐오스러운 현장 사진까지 올리며 개인 사욕에 사로잡힌 유튜버들의 행태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겠다. 본인의 생사를 걱정하는 분들의 우려는 뒷전이고. 적당히 클릭수 올라가자 안전하다고 뒤늦게 답하는 주인공 행태는 가증스럽다.

왜 그렇게 살까. 나라가 없으면 우리 존재도 의미가 없다. 경제 선진국다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고 싶다. 그리고 국가(정부)는 다시한번 말하지만 행사 주체가 없어서 참가자들의 잘못이라고 몰아붙이지 말길 당부한다.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한 반성과 매뉴얼 정비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번 사태의 원인규명을 위해 경찰은 과학적 기법을 동원해 철저히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참 그놈의 과학적이란 말 좀 그만 우려먹었으면 한다. 과학적이란 거창한 말보다 상식적인 사전 예방 대책은 왜 간과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과거 어느 해보다 잔인한 시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삼가 이태원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젊은이들의 영면(永眠)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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