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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거든 거름으로”…미국에 부는 새로운 장례문화 ‘퇴비장’

캘리포니아주,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법안 통과시켜
미생물 등을 활용해 시신을 자연적으로 분해해 거름으로
“화장 시 탄소 배출, 매장 시 장지 부족 문제 해결”
종교계는 반대, “인간의 존엄성 파괴한다”

  • 기사입력 2022.09.22 15:40
  • 최종수정 2022.09.22 17:46

우먼타임스 = 박성현 기자 

사람이 죽으면 꼭 매장이나 화장을 해야 할까. 유족이나 고인에게 다른 장례 선택권은 없는가.

‘퇴비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장례가 미국에서 시행되며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몇몇 주에서는 이미 이 방식을 허용해 실제로 퇴비장이 이뤄지고 있다.

“매장이나 화장이나 둘 다 지구환경에 좋지 않다. 퇴비장은 자연친화적 유기농 방식으로 인간의 몸을 흙으로 만들어 흙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퇴비장 업체 ‘리턴홈’ 설립자 미카 트루먼)

“인간의 몸은 일회용품이 아니다.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것만이 고인에 대한 경의와 보살핌이라는 보편적 규범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가톨릭 협의회)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일 사람의 시신을 거름용 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례 방식을 허용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인간 퇴비화 매장’(Human Composting Burial)을 2027년부터 도입하는 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이 장례 방식은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풀, 나무, 미생물 등을 활용해 30∼45일 동안 자연적으로 분해해 퇴비용 거름으로 만들어 유족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유해를 거름용 흙으로 만드는 퇴비장 과정. 화장하지 않고 한 달 이상 미생물 등이 분해한다. (미국 퇴비장 업체 리컴포즈 인스타그램)
유해를 거름용 흙으로 만드는 퇴비장 과정. 화장하지 않고 한 달 이상 미생물 등이 분해한다. (미국 퇴비장 업체 리컴포즈 인스타그램)

퇴비장은 워싱턴주가 2019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후 오리건, 콜로라도, 버몬트주가 시행 중이다.

크리스티나 가르시아(민주)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의 취지는 고인과 유족에게 친환경적인 장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르시아 의원은 “매장, 화장은 탄소 배출과 화학물질 유출 등 지구환경의 문제를 야기한다”며 “퇴비장은 고인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환경친화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2020년과 2021년에도 상정됐으나 종교계 반발에 부딪쳐무산됐다가 세 번째 만에 통과됐다.

이 장례 방식은 전통적 장례에 비해 탄소 배출, 물, 토지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화장을 할 경우 대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매장은 한정된 토지 문제가 지적돼 왔다. 가르시아 의원은 유해를 퇴비로 처리하면 1톤 이상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퇴비장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이 장례 방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퇴비장을 허용하지 않는 주의 일부 주민은 시신을 퇴비장이 허용되는 주로 운구해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용은 일반적으로 5000~7000달러(약 700만~970만원)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의 평균 장례 비용은 매장의 경우 약 7000 달러, 화장은 6000달러 선이다. 퇴비장과 비교해봤을 때 비슷하거나 더 비싼 수준이다.

퇴비가 된 유해는 가족들이 원하는 곳에 쓰인다고 한다. 대부분의 유족은 이 거름을 집안의 나무나 꽃에 뿌린다고 한다. 유해를 가족의 곁에 두는 것이다. 어떤 유족은 공공 토지에 퇴비로 기부하기도 한다.

유족은 거름이 된 유해를 집안의 식물에 뿌린다고 한다. (리컴포즈 인스타그램)
유족은 거름이 된 유해를 집안의 식물에 뿌린다고 한다. (리컴포즈 인스타그램)

퇴비장을 하면 말 그대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적잖은 비판도 일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가톨릭계 등 종교계의 반발이 심하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다는 이유에서다.

유해를 퇴비로 만드는 것은 2019년 5월 워싱턴주에서 처음으로 합법화됐다. 시신을 ‘천연 유기 환원’과 ‘가수분해(hydrolysis)’ 프로세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돼 2020년 5월 1일 처음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비장을 처음으로 시행한 장례회사 리컴포즈(Recompose) 창립자 카트리나 스페이드는 2018년 워싱턴주립대에서 기증받은 6구의 시신을 퇴비장 방식으로 흙처럼 만드는 실험에 성공해 이같은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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