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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②이제서야 스토킹처벌법 손본다

법무부, “반의사불벌죄 폐지", "스토킹 초기부터 가해자 감시"
윤 대통령, 스토킹처벌법 보완 지시

  • 기사입력 2022.09.16 17:00
  • 최종수정 2022.09.16 17:10

우먼타임스 = 박성현 기자

신당역 여성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법당국의 대응 및 관련법 개정에 일대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서울 도심의 지하철역 구내에서 벌어진 데다 범인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작년에 스토킹방지법을 제정·시행했지만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해외 출장을 떠나기 전에 법무부에게 이 제도를 더 보완해 스토킹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관련법의 미흡함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한덕수 총리도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관련 기관에 지시했다.

사건 현장에는 15일 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예고 없이 혼자 방문해 둘러본 데 이어 16일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 여성가족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와서 고인을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16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지하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지하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스토킹처벌법 보완 등 대책 발표

법무부는 한 장관이 현장을 방문한 다음날인 16일 대검찰청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하고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반의사 불벌죄 조항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토킹처벌법은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1999년 처음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21년 3월 발의 22년 만에 통과했고 같은 해 10월부터 시행됐다. 이전까지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그쳤다.

그런데 스토킹처벌법 18조3항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장애가 되고, 가해자는 합의를 받아내기 위해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보복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과거 반의사불벌죄 폐지 법률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지만, 향후엔 정부 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폐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스토킹 살인 사건은 잇달아 발생해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지난해 11월 김병찬이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여자친구를 찾아가 보복 살해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서울 노원구에서 김태현이 스토킹 끝에 세 모녀를 살해한 사건도 벌어졌다.

신당역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 보호 조치가 허술한 게 아니었냐는 비판을 받았다. 피해자는 2018년부터 약 3년간 가해자에게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두 차례나 고소했지만, 법원과 수사기관의 보호 조치는 미흡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분류해 1개월간 보호조치를 했지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달 만에 끝냈다. 법원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 “주거지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1월 피해자가 두 번째로 신고했을 때는 경찰이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아예 신청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보호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해자를 적극 감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피해자 보호조치는 피해자가 사생활 침해로 꺼리는 부분도 있으므로 GPS 등을 이용해 가해자를 적극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도 이번에 이런 지적을 받아들였다. 스토킹 범죄 사건 초기에 가해자의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내용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전자장치부착명령 대상을 스토킹범죄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스토킹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가석방돼 출소 또는 형 집행을 종료한 사람 중,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면 초범의 경우에도 전자장치부착명령을 가능하게 하고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를 부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경찰, 살인죄보다 무거운 보복살인죄 적용 검토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부경찰서는 피의자에 대해 살인죄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보강수사를 통해 형량이 더 무거운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보복살인 혐의는 자신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보복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때 적용하는 죄다.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해, 징역 5년 이상인 살인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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