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 손성은 기자
6년 만에 결행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총파업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는 모양새다. 임금 인상률, 금융공공성, 국책은행 이전 문제 등으로 사용자와 극한 대치를 벌이던 금융노조가 16일 총파업을 결행했지만 우려되던 정도의 영업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파업 참여율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 불참한다던 농협, 우리은행 참여했지만
금융노조는 16일 오전 10시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총파업을 진행했다. 주최 측이 정확한 참석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거리를 가득 채운 파업 참여 인원은 적은 수는 아니었다. 다만 금융노조 회원이 1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참여율은 높지 않아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파업 참가율은 17개 은행 전체 직원 대비 9.4%인 9800여 명, 금융노조 조합원 대비 참여율은 13.6%로 낮은 편이었다.
시위에 참여한 노조원 역시 저조한 참여율 문제를 지적했다. 이 노조원은 “참여율 문제는 노조 입장에서 아주 중대한 문제”라며 “총파업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총파업 참여가 저조할 거라는 예상은 있었다. 지난 14일 금융노조의 큰 축인 농협이 파업에 불참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또 우리은행 역시 파업에 불참한다는 소식도 들려오며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총파업 당일 농협과 우리은행 지부는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노조원 전원이 참석한 것은 아니고 간부들만 참석했다.
한 노조원은 “시중은행의 경우 참여율이 높지 않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DGB대구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도 제법 보인다”고 말했다.
◇ 반쪽짜리 파업…왜 동력 잃었나?
총파업 당일 일각에서 제기되던 영업점포 혼란은 없었다. 실제로 시위 현장 일대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총파업 영향은 전혀 없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국책은행의 경우 일부 정상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한 금융노조 지부 관계자는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가 90% 이상 나왔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 참석률”이라면서 “지난달 17일 있었던 찬반 투표 참석률은 70% 수준에 머물렀는데 통상적으로 총파업의 경우 투표 참석률이 90%에 달해야만 파업 참여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조 내부적으로 이번 총파업의 명분을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총파업의 명분이 임금 인상인지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저지인지 아니면 점포 폐쇄 등 금융공공성의 문제인지 선명한 부분이 없으니 참석이 저조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노조 역시 세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요즘 친구들은 과거와 같이 노동 운동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파업을 하기 위해선 합리적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부 간 입장 달라…선거 의식한 무리한 파업 지적도
이 관계자는 금융노조 지부 간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총파업 동력 상실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국책은행 지방 이전 이슈가 있는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은 총파업에 높은 참석률을 보였지만 일반 시중은행 지부의 참석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총파업의 목적이 불분명한 가운데 내부 단결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총파업 결행을 위한 노조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금융노조 총파업을 앞두고 은행 등에 연차를 내지 않고 파업에 참석하는 직원들을 결근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 관계자는 “노조 간부 입장에선 자유롭게 파업에 참여가 가능하지만 일반 노조원 입장에선 결근 처리는 가벼이 넘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6년 전 총파업 당시에도 결근 처리 지침이 있었는데, 노조 집행부가 사전에 협의를 통해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총파업 자체가 올해 말 예정된 노조 위원장 선거를 의식한 파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파업이 오는 12월 중순쯤 있을 금융노조 선거를 의식했다는 시각도 있다”면서 “금융노조 역시 다수의 지부로 구성된 만큼 계파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현 노조위원장의 연임을 의식해 명분과 동력이 약한 가운데 총파업을 주도했다는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