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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양육비 미지급 부모 제재는 강화된다지만...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양육비 3000만원 안 주거나 세 번 미루면 출국금지
긴급지원 대상도 중위소득 50% 이하에서 75% 이하로 확대
미지급자에 대한 ‘감치명령’ 소송이 가장 큰 걸림돌

  • 기사입력 2022.08.09 17:29

우먼타임스 = 한기봉 편집인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양육비 미지급율은 80% 이상이고 피해 아동은 100만명이 넘는다.

이혼 후 자녀의 양육에 필수적인 양육비를 외면하는 나쁜 부모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동안 높아져왔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이 지난해 7월 처음 도입됐다. 제재 대상자는 지난해 하반기 27명에서 올해 상반기 총 151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더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자 정부가 이에 다시 호응했다. 국무회의는 9일 고의적인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고의로 주지 않는 ‘배드 파더스’나 ‘배드 마더스’들의 출국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이다.

16일부터 양육비 지급 불이행에 따른 감치명령을 받고도 3회(약 3개월) 이상 양육비를 주지 않거나 미지급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출국금지 요청 대상자가 된다. 종전에는 5000만원이 출국금지 기준이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자녀의 생활이 위태로울 경우 정부가 한시적으로 먼저 지급하는 양육비 긴급지원 대상도 현행 중위소득의 50% 이하에서 75% 이하로 늘렸다. 양육비 긴급 지원은 자녀 1인당 20만원씩 최대 12개월간 양육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앞으로 명단공개 절차를 간소화하고 양육비 채무자의 소득·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기간을 단축하는 등 양육비 이행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제재를 지속해왔다. 이혼 뒤 자녀 양육비를 계속 지급하지 않은 49명에 대해 법무부, 경찰 등 관계 기관에 17명은 출국금지, 30명은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요청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가운데 2명의 명단도 공개했다. 명단이 공개된 사람은 10년 넘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홍동현씨는 10년 8개월 간 1억2560만원을, 충남 부여군에 사는 김성국씨는 14년 9개월 간 6520만원을 주지 않았다.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제재는 지난해 7월 13일 시행됐다. 명단공개, 6개월 출입국금지, 100일 운전면허정지,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까지 물릴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양육비 불이행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바꾸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 아무리 법이 바뀌어도 양육비를 안 주고 버티는, ‘배드 파더스’ ‘매드 마더스’들이 여전히 많다.

양육비 미지급자를 법적으로 제재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가사소송법에 따라 최대 30일까지 구치소나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 명령이 내려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점을 법의 ‘구멍’으로 꼽는다.

감치 명령을 받기 위한 한부모가 소송을 내려면 배드파더스가 소장을 받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걸 증명해 내는 것은 법원의 몫이 아니라 양육비 청구자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육비 청구자들은 전 배우자의 집 앞을 지키고 있거나 주소를 추적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배드파더스들은 위장전입이나 주소불명 상태로 있거나 고의로 연락을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한부모들은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소송 절차 또한 오래 걸린다. 최소 2년 정도 걸린다.

오랜 기간 소송을 통해 감치 판결을 받아냈다 하더라도, 제재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육비를 못 받는 부모들을 대신해서 나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온 사이트인 ‘배드 파더스’를 만든 구본창씨는 한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신상 공개를 할 때 얼굴 사진을 빼고 이름과 나이를 공개하고, 주소도 도로명 주소로 공개하는 탓에 효과가 전혀 없다”며 “얼굴 공개 없는 신상 공개를 그들이 두려워 하겠나”라고 주장했다.

2020년 7월 30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 운동가들이 양육비 감치 집행을 못한 경찰의 감독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7월 30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 운동가들이 양육비 감치 집행을 못한 경찰의 감독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양육비를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이후 배드파더스에게 받아내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후보 시절 공약했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한편 ‘배드 파더스’를 만든 구본창씨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이트는 양육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1심은 ‘양육비 미지급은 공적 관심 사항이기 때문에 신상 공개만으로 비방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신상을 무제한으로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배드 파더스’는 지금까지 ‘신상 공개’를 통해 약 220건, ‘사전 통보’를 통해 약 700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명예훼손과 아이들의 생존권 사이에서 대법원 판결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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