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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여성] 방한하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미 권력서열 3위

중국의 위협 속에 대만 방문 후 3일 방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
82세에도 카리스마 넘치고 활동적, 세련된 이미지
1남 4녀 키운 후 정계 입문

  • 기사입력 2022.08.03 16:50
  • 최종수정 2022.08.04 23:27

우먼타임스 = 한기봉 편집인

미합중국 권력 3위,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 유고 사태가 발생하면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는 인물. 바로 하원의장이다.

미국에서 여성이 대통령이 될 뻔한 적도 있고(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매들린 올브라이트, 힐러리 클린턴)을 역임한 사람도 있지만, 현재 미국 내 최고위직 여성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다음으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다.

그가 미중 간 첨예한 갈등의 와중에서 중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방문해 국제뉴스의 중심에 섰다. 펠로시는 대만 방문을 마친 후 3일 밤 한국에 도착해 4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 예방 일정은 없다.

대통령실은 3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 한미 양국 국회의장 간 협의를 통해 많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는 짧은 성명을 내놓았다.

2일 삼엄한 경비 속에 미 공군기 편으로 대만 타이베이 쑹산국제 공항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2일 삼엄한 경비 속에 미 공군기 편으로 대만 타이베이 쑹산국제 공항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 여성인 낸시 펠로시는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진 않은 인물이다.

그를 말하려면 이 유명한 일화부터 꺼내야 한다.

2020년 2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갓 블레스 유. 갓 블레스 아메리카”라고 말하며 신년 국정연설을 막 끝내려는 순간, 대통령 뒤 의장석에 서있던 펠로시 하원의장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앞에 놓여있던 종이 뭉치를 북북 찢었다. 그것도 몇 번에 걸쳐, 차례차례 찢었다. 찢은 건 트럼프의 연설문 사본이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끝나자 연설문을 찢어버리는 펠로시 의장. (AP/연합뉴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끝나자 연설문을 찢어버리는 펠로시 의장. (AP/연합뉴스)

연설을 중계하던 언론사는 물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기자들이 놀라서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이랬다.

“다른 대안을 감안하면 이게 그나마 정중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페이지에라도 진실이 담겨있는지 찾아보려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샌프란시스코가 지역구인 펠로시는 2007~2011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을 지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자 하원의장에 재선출됐다.

1940년생으로 82세이지만 여전히 당차고 활동적이고 진보적이고 세련되고 화려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1남 4녀의 어머니로 자녀 교육에 헌신한 후 정계에 입문했다.

펠로시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6남 1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집안이 좋다. 아버지는 연방 하원의원과 볼티모어 시장을 지낸 롬바르디 달레산드로다. 오빠 토마스 달레산드로 3세도 볼티모어 시장을 지냈다.

펠로시는 1962년 트리니티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동갑인 폴 펠로시를 만나 결혼했다. 사업가인 남편을 따라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가 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 연방하원의원 필립 버와 가까이 지내며 여러 당직을 역임했다. 1983년 필립이 사망하고 의원직을 계승한 그의 아내마저 1987년 세상을 떠나자 후보로 나서 연방하원의원이 되었다.

그는 선거에 출마할 기회는 많았지만 자녀교육 때문에 미루었다고 한다, 막내딸을 고등학교에 보내고 나서야 선거에 도전했다.

펠로시는 미 국민 사이에 호불호가 상당히 엇갈린다. 그의 카리스마적이고 진보적인 정치 스타일은 민주당 내에서도 호불호가 있다, 원색 계통의 패션과 과감한 보석 치장을 하고 의장석에 나서는 일이 많아 반감을 갖는 미국인도 적지 않다. 8순을 넘긴 나이에도 비교적 동안인 편이고 체중관리와 메이크업이 철저하다.

최근 미 하원에서 발언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인스타그램)
최근 미 하원에서 발언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인스타그램)

고령이라서 차기 대권주자와는 거리가 멀다. 힐러리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정계 은퇴를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은퇴를 보류하고 4년간 민주당 하원을 이끌며 반트럼프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가톨릭 신자이지만 동성결혼을 찬성하고 낙태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지역 대주교로부터 “이제 더 이상 영성체를 할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는 상당한 재력가이기도 하다. 재산은 약 5,800만 달러(2017년, 630억원)로 의원 전체에서 25위권 안에 든다. 남편은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하는 투자 및 컨설팅 전문기업의 회장이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중일 때 중국 언론은 남편이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평소 반중국적인 외교 노선을 걸었다. 톈안먼(천안문) 항쟁 이후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시민 학살을 강력히 규탄했고, 광장으로 달려가 ‘중국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현수막’을 들고 성명을 낭독했다가 구금된 적도 있다. 2015년에는 중국 정부 허가를 받고 삼엄한 경비 속에 시짱 자치구(티베트) 주도 라싸를 방문하는 등 달라이 라마와 가깝게 교류하고 티베트인 권리를 강력히 지지했다.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주민들의 참상을 보고 들은 뒤부터 북한 체제를 비판해 왔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2일 밤 11시 미 공군기 편으로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쑹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대만에 도착한 이후 “우리 대표단은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원할 것이다”라고 밝혀 대만 방문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 총통과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만난 후 한국 땅을 밟을 예정이다.

펠로시 도착 직후 중국은 “반드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사전 공언과 달리 전투기 출동 같은 위협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의 자서전 '자신의 숨겨진 힘을 깨달아라-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원제 'Know Your Power')가 200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바 있다.

낸시 펠로시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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