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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사형제 이번에는 폐지될까…12년 만에 헌재 세 번째 심판대로

헌재, 14일 공개변론...2019년 무기수가 세 번째 헌법소원 제기
1996년 7(합헌):2(위헌)→2010년 5:4로
‘사형’ 언급 헌법 제110조 4항 두고 심판
“진보 성향 재판관 6명이어서 위헌 나올 가능성”

  • 기사입력 2022.07.04 17:24

우먼타임스 = 박성현 기자

우리나라는 25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지만, 형법에는 여전히 사형제가 존재한다.

사형제 존폐 여부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오른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2018년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모씨를 청구인으로 2019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한 헌재의 공개변론 절차가 14일 오후 2시 열려 사형제에 대한 찬반 논박이 펼쳐질 예정이다.

청구인의 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보면 헌법소원 각하 결정이 나왔어야 할 상황이었다. 윤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기본적으로 소송의 이익이 없다. 그러나 헌재는 헌법 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했다. 그래서 이번에 사형제가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20년 12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 신부가 한국 천주교 주교단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2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 신부가 한국 천주교 주교단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가 사형제 위헌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1996년은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의견이 우세했지만, 2010년에는 5대4로 의견이 팽팽했다.

헌재는 공개변론에서 윤씨 측과 법무부장관 측 주장을 듣는다. 또 이례적으로 법경제학 전공인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직권 참고인으로 불러 사형제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결정의 근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주마다 사형제 유지가 달라 사형제도의 범죄억제 효과와 사회경제적 비용에 관한 연구가 이뤄져 왔지만 우리는 사형제의 효과 등에 대한 이념적 논의만 주로 진행됐다. 이번에 그동안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사형제의 사회경제적 측면을 놓고 효용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헌재 심리 쟁점은]

이번 심리의 주요 쟁점은 사형제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되는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심리 대상은 헌법 제110조 4항이다. ‘비상계엄 때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할 수 있으나, 사형을 선고한 경우는 그러하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헌법에서 유일하게 사형이란 단어를 언급한 조항이다. 이 단어를 갖고 헌법이 사형제를 인정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의 쟁점이다. 사형제가 언급된 형법 등 모든 법률은 최상위법인 헌법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익을 이유로 인간의 천부적 권리인 생명권을 국가가 앗을 수 있는지도 여전한 쟁점이다. 사형으로 얻는 공익이 막연한 만큼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과, 불가피한 경우 허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법무부, 사형제 유지 입장]

우리나라는 2020년 사형집행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제75차 유엔총회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일시유예)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져 국제적 추세에 부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운석열 정권 교체 뒤 법무부 입장이 바뀌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16일 대리인 정부법무공단을 통해 낸 변론요지서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도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바, 이는 사형제를 존치하는 것만으로 그 나라가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 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다수의 국가들(84개국)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이 사형제를 폐지한 것은 유럽연합(EU)의 가입조건이 사형제 폐지였기 때문에 국익을 우선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또 2021년 국내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것을 제시하며, “국민적 바람,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를 소박한 법 감정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며 “사형은 야만적 복수가 아니라 오히려 정의에 합치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사형제의 대체 형벌로 거론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도 반대했다.

또 헌법소원 청구자가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형제에 대한 헌재 결정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헌법소원의 적법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 세 번째 판단은 달라질까]

헌재가 이번 세 번째 사형제 심리에서 드디어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에 무게를 실은 유남석 헌재소장·이석태·이은애·문형배 재판관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이 가세하면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9명 중 6명 이상)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전제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공개변론 절차를 거치는 게 아니겠냐는 분석도 있다. 이례적으로 사형제의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해 변론을 듣겠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재판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형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재판관의 평소 정치적 성향을 근거로 위헌 결정이 나올 거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법무부장관이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헌법소원 청구의 절차적 요건(청구인이 사형수가 아닌 무기수)을 갖추지 못해 각하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한국의 사형제,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 형법은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 25년 동안 사형제는 한 번도 집행되지 않았다. 마지막 사형집행은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대상으로 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사형이 집행된 이는 모두 920명이다. 이중 절반 이상인 562명이 살인·강도살인 등 흉악범이었고, 254명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사상범’이었다. 1975년 사형 확정판결 18시간 만에 처형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8명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2016년 2월 5명을 숨지게 한 ‘GOP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 임 모 병장을 마지막으로 사형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10년 이상 기결수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미집행 사형수는 59명(군 교도수 수감 군인 4명 포함)이다. 가장 최장기 사형수 복역자는 1992년 종교시설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한 원모(65)씨로 29년째 수감 중이다. 2003~2004년 부유층 노인과 여성마사지사 등 20명을 살해한 유영철, 2004년 이후 여성 10명을 강간살해한 강호순도 사형집행을 받지 않았다.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는 언제라도 대통령의 결정에 의해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사형집행 건수는 579건으로 2010년 이래 두 번째로 낮다. 현재까지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형존치국은 55개 국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방글라데시, 중국, 일본, 북한, 베트남 등 5개국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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